이제 장마도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날씨도 습하고 기온이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하는데, 밤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 열대야 현상 또한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여름은 지난 여름보다 더 덥고, 더 길다고 하니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한 방법에 관심이 많으실 거예요.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나기도 하고, 도심 근처의 시원한 강변에서 바람을 쐬거나, 에어컨이 빵빵한 멀티플렉스에서 더위를 피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는데, 이 외에도 공포물로 더위를 날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공포 영화 한 편 보는 게 더위랑 무슨 상관일까’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공포 영화를 보는 것이 체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몸은 공포 영화를 볼 때처럼 위협을 느끼면 피부보다는 근육과 심장으로 피를 많이 보내는데, 이 때문에 피부가 수축하면서 닭살이 돋고 땀샘이 자극되어서 식은 땀이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서운 장면을 보고 나면 등골은 오싹한데 땀이 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죠. 실제로 체온을 측정해 보면 공포 영화를 본 사람이 다른 영화를 본 사람보다 체온이 0.7도 정도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여름날의 공포영화 관람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피서법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름철 공포영화 개봉은 하나의 공식이 되었네요. 예전 공포물은 오멘, 사탄의 인형, 구미호 등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첨단 과학기술에 힘입어 공포영화도 아주 세련되어 졌습니다. 그 중에 가장 떠오르는 존재는 좀비인데요, 최근 개봉한 워드워Z라는 영화에서는 대규모의 좀비가 세계를 어지럽히기도 했습니다. 과연 좀비는 현실에서도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좀비가 어떻게 현실에 있어 하시겠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일까요? 그래서 오늘 케미칼 스토리에서는 공포물의 주인공, 좀비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다소 으스스한 오늘의 주제인 좀비는 죽은 시체가 되살아나서 돌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서양에서는 이런 좀비가 가장 유명하지만, 동양에도 좀비처럼 움직이는 시체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강시입니다. 강시는 중국의 전설로 전해지는 것으로 명나라 중엽부터 알려졌으며, 청나라 때 가장 많이 인용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강시는 흡혈귀이면서 동시에 좀비이기도 하는데, 즉 죽은 시체가 살아나는 것으로 보면 좀비의 일종이지만 사람의 피도 빨아먹는다고 하고 이것은 서양의 뱀파이어와 흡사하네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으로는 강시는 죽은 시체라고 몸이 굳어 관절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뛰면서 이동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에서 팔을 쭉 뻗고 쿵쿵 뛰면서 이동하는 것을 한 번쯤은 보셨을 거예요.
이렇게 동양의 강시와는 다르게 서양의 살아 있는 시체는 여러분도 잘 하시는 좀비입니다. 이 좀비의 기원은 부두교에서 찾을 수 있는데, 부두교에서는 사제가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을 뽑아 낼 수 있다고 보았답니다. 이렇게 사제에게 영혼을 빼앗긴 사람은 오로지 사제의 명령만 따르고 자각이나 인지 할 수 있는 능력은 존재로 인식됐는데, 이렇듯 부두교에서 비롯된 좀비는 영화 등의 미디어에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특별한 존재가 되기 시작합니다. 단지 사람에게서 영혼이 빼앗긴 존재에서, 사람을 공격하고 흡혈까지 하는 좀비로 탈바꿈한 것 이지요. 그러한 모습을 가장 먼저 보여준 영화가 1968년에 만들어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입니다.
그 이후에 다양한 좀비 영화들이 나오면서 좀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좀 더 과학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 사용하는 스토리는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의해서 사람이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좀비들은 사람들을 공격하는 성향이 있는데, 한 번 물리게 되면 그 사람도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을 하고 있어서 영화가 진행되면서 좀비 수가 급증하게 됩니다. 또한 초기 좀비영화에서는 좀비들이 느릿하게 움직였지만, 최근에는 사람만큼 빠르게 뛰는 좀비 영화도 나와서 신선함을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영화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까지 좀비가 될 수 있는 설정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이렇게 최근 좀비를 다루는 SF영화에서는 바이러스나 기생충이 좀비를 만든다는 가설을 설정하고 그 토대로 영화의 스토리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설들이 신빙성이 있는 이유는 실제로 동물들의 경우,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의해서 좀비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가장 먼저 제일 유명한 기생충이 아마 연가시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연가시’라는 이름의 영화로 만들어져서 유명해진 기생충인데, 이 녀석은 귀뚜라미 나 곱등이, 사마귀, 여치 등 다양한 곤충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가시의 유충은 태어나서 물 속에 있다가 물 속에 사는 하루살이나, 모기, 장구벌레와 같은 종류의 유충들에게 먹히게 됩니다. 그러면 이 유충들은 그 속에서 자라다가 다시 귀뚜라미나 곱등이, 사마귀와 같은 종에게 다시 먹히게 되어서 그 속에서 자라게 됩니다. 이렇게 곤충 몸 속에서 자란 연가시는 성충이 되면 다시 물로 돌아가 번식을 하는데, 이때 연가시가 곤충을 조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원리로 곤충을 조종하는 것인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지만, 물가로 가게 한 뒤 물에 자살을 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뒤에 숙주가 되었던 곤충 몸에서 유유히 빠져 나와서 자신의 번식을 위해서 물로 빠져나가는 것이 관찰 된 사례가 있습니다.
광견병에 걸리게 하는 광견병 바이러스도 숙주를 조종하는 사례로 유명합니다. 주로 개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만, 고양이, 말, 소, 돼지, 이리, 박쥐, 너구리,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이 감염될 수 있으며 사람에 경우도 개에 물리면 감염이 됩니다. 개는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정상적인 개와 다르게 행동을 하게 됩니다. 학자들은 이것이 아마 바이러스에 의한 작용이라고 보고 있는데,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개들은 공격적으로 변하고 눈 부분이 이상하게 변하면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게다가 다량의 침을 분비하고 물을 무서워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러한 변화들이 바이러스에 의한 현상들이 아닌가 생각이 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는 톡소포자충이 있습니다. 이 기생충은 모든 동물이 감염될 수 있는 기생충의 하나로 동물은 물론 사람도 포함됩니다. 특히 쥐는 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이상 행동을 보이게 되는데,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믿으시겠어요? 모든 동물들은 자신의 천적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요, 특히 소변이나 냄새와 같은 천적을 알려주는 것들에 대해서 민감합니다. 그러나 이 기생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의 소변이나 냄새에 대해서 공포심이 떨어져 고양이에 대한 조심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쥐의 행동을 아마도 기생충의 번식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는데, 톡소포자충은 다른 동물에서 성장을 하지만 실제로 번식을 하는 곳은 고양이의 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쥐에게 빨리 고양이에게 먹히라고 명령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기생충들은 정말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메디나충 감염경로 모식도
이제 동물들을 좀비로 만드는 예를 알아보았는데, 그렇다면 영화처럼 사람이 조종을 당하는 예도 있을까요? 앞서 말한 예처럼 극단적으로 천적에 대해서 공포감을 줄이고 물에서 자살을 하게 하는 기생충은 없지만 사람의 행동을 조종을 하기는 합니다. 대표적으로 메디나충이라는 기생충이 있습니다. 이 기생충에 감염된 물벼룩을 우리가 먹게 되면 감염이 되고, 감염된 뒤에 기생충은 자라서 우리 몸에서 번식을 하는데 다 자란 암컷은 새끼들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특별한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물에서 유충을 자라게 해야 하는 암컷은 사람이 물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발이나 발목에 수포를 자라게 하고 그 주변을 아주 뜨겁다고 느끼게 하는 것 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은 열을 시키기 위해서 발을 물에 담그게 되고 그 뒤에 기생충은 수포에서 나와서 물 밖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메디나충 말고도 앞서 말한 톡소포자충도 사람의 행동의 변화를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는 이들 기생충들은 사람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좀비들은 이성을 상실하고 오로지 살아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성향만 가지고 있는데, 다행히도 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들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좀비가 존재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좀비들은 먹지도, 자지도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람의 경우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하루에 2000kcal 정도가 소모되지요. 만약 워드워Z에 나오는 것처럼 좀비들이 뛰어다니고 날아 다닌다면 2~3일 안에 몸 안 에너지원이 없어져서 곧 죽어버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런 기생충이나 바이러스보다 사람을 가장 잘 조절하는 개체가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입니다. 산모의 경우, 입덧이나 특정 음식을 원하는 현상들이 태아에 의해서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런 것을 보면 사람은 다른 동물에게 지배 당하지 않지만, 새로운 생명에게만은 순종하는 모습을 알 수가 있네요.
지금까지 좀비가 존재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알아보았습니다. 현재까지는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기생충은 존재하지 않고, 어떤 특별한 행동을 하게 하는 기생충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앞서 말한 메디나충이나 톡소포자충은 감염 사례도 극히 드물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동물은 물론 사람까지도 조종하는 신비로운 기생충과 바이러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영화처럼 시체를 조종하는 바이러스나 기생충이 나타나지는 않은 것 같으니 안심해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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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
한화케미칼 http://hcc.hanwha.co.kr
한화케미칼 블로그 http://www.chemidream.com/
General Chemistry, Thomson, Whitten, Davis, Peck, Stanley
'소름 돋고 오싹' 한여름 공포물 찾는 이유는? , SBS TV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904916
EBS 다큐프라임, 기생寄生 PARASITE
http://home.ebs.co.kr/docuprime/newReleaseView/242?c.page=1
고양이와 톡소포자충증, 충남대학교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