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에는 정말 많은 부위들이 존재 합니다. 보는 데 쓰이는 눈, 냄새를 맡을 때 사용하는 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입 등이 있지요. 몸의 다양한 부위 중에는 가끔은 필요가 없어 보이는 부위도 있는데, 제가 보기엔 손톱과 발톱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손톱과 발톱이 위협을 느끼거나 혹은 사냥 시에 사용하는 무기이지만 사람에 경우에는 이런 곳에 사용될 일이 없기에 자꾸 자라는 손톱과 발톱이 귀찮아 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발톱에 비해 손톱은 제 역할을 할 때가 있는데, 캔 뚜껑을 열어야 할 때나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주울 때 손톱은 필요한 존재로 와 닿습니다.
이렇게 관리가 귀찮은 손톱과 발톱이 가끔은 자랑거리가 될 때가 있는데, 바로 멋진 네일 아트를 받으면 손톱은 멋지게 변신합니다. 요즘에는 손톱에 매니큐어를 이용해서 색을 입히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양을 넣어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손톱을 멋지게 만들어 주는 네일 아트는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우는 것도 그만큼 중요한데요, 지울 때는 누구나 다 매니큐어 리무버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리무버가 물로는 안 지워지는 매니큐어를 한 번에 쓱 하고 쉽게 지우는 걸 보면 무엇인가 특별한 성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성분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세톤이라고 하는 유기용매가 그 안에 들어 있어서 물로는 지워지지 않던 매니큐어를 쉽게 지워지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유기용매는 물로는 쉽게 지울 수 없는 물질들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데, 리무버 역할 뿐만 아니라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 유기용매는 정말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유기용매는 수 십 가지가 넘는 종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몇몇 유기용매들은 정말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케미칼 스토리에서는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유기용매들에 대해서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알고 계신가요?
중동에 있는 국가들과 크고 작은 일들을 일으키고 있는 국가라서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 역사를 살펴보면 정말 대단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원전 8세기경까지 존재했던 이스라엘 국가는 외세와 싸움에서 지고 결국 멸망을 하게 되는데, 이후 이스라엘 민족들은 전 세계를 떠돌면서 살게 됩니다. 2000년 이상이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었지만, 다시 나라를 세우겠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던중 1948년에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게 됩니다. 영국의 외상 아서 밸푸어에게 건국에 대한 지원을 약속 받고 팔레스타인 지역에 다시 이스라엘 국가를 건국하게 됩니다. 이렇게 기나긴 세월 동안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세워진 이스라엘 국가는 나라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온 유태인들에 의해서 재건되어 현재의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유기용매를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이스라엘 건국 이야기를 왜 하느냐고요?
▲ 당에서 아세톤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한 하임 바이츠만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우측에서 두번째)과
아세톤의 분자구조
바로 이 이스라엘 건국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유기용매 중 아세톤입니다. 아세톤은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매니큐어를 지울 때도 많이 사용하지만, 화학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아주 중요합니다. 정말 많은 종류의 화학 물질들을 녹일 수 있어서 용매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이 사용되는 아세톤은 과거에는 나무로부터 만들었다고 합니다. 나무를 밀폐된 용기에 넣고 가열하게 되면 아세트산 증기가 나오게 되는데, 이후 몇 차례 처리를 거치면 아세톤을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세톤이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이지만 전쟁 시에 군수물자를 만들 때에도 꼭 필요한 용매입니다. 그래서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서는 아세톤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양의 목재가 필요했는데, 영국은 섬 나라여서 배로만 수입이 가능했던 목재가 독일군의 공격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던 영국은 바이츠만이라는 화학자가 아세톤을 대량생산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바이츠만은 설탕으로부터 인조고무를 만드는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설탕에서 아세톤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설탕으로부터 아세톤을 만드는 과정을 정립하게 됩니다. 설탕으로부터 아세톤을 얻는 과정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영국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과학자들을 모집하게 되고 이중 바이츠만에게는 아세톤을 대량생산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달라고 합니다. 그 후 바이츠만은 미생물을 이용해서 곡물에서 당을 추출하고 다시 이 당으로 아세톤을 만들어서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한 영국은 바이츠만에게 대영 훈장을 수여하려고 하였으나, 바이츠만은 이를 거절하고 대신 팔레스타인 지구에 이스라엘 민족들이 살 수 있는 나라를 건설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후 영국은 이스라엘 건국을 약속하게 되고 이 약속을 밸푸어 선언이라고 합니다.
국제적인 문제로 나라를 세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기나긴 노력 끝에 바이츠만은 이스라엘을 세우게 되고 초대 대통령이 되게 됩니다. 이렇게 유기용매인 아세톤으로 인해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세워지게 된 것입니다.
운전을 하시는 분들에게 가장 많이 신경 쓰이는 것이 아마 휘발유 값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몇 해전부터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휘발유 가격은 전세계인의 관심과 근심의 대상이 되었는데, 최근에는 가격이 많이 안정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싼 휘발유 값은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이지요. 이렇게 휘발유 가격은 운전자들에게 중요한 요소인데, 이것 외에도 차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이 있는 분들은 휘발유의 옥탄가가 중요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휘발유도 알고 보면 유기용매 중 하나인데, 옥테인(Octane)이라고 불리는 화학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옥테인은 탄소가 8개인 포화탄화수소라서 이러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요, 화학적인 구조에 따라서 여러가지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이중에 아이소옥테인은 자동차 엔진에 무리를 주지 않는 물질로 휘발유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데, 이 아이소옥테인이 휘발유에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가 바로 옥탄가입니다. 그래서 차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은 주유할 때 휘발유의 옥탄가가 높은 것을 이용하는데, 옥탄가가 높은 휘발유일수록 차량에게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포화탄화수소 중 하나인 옥테인은 연료로 이용되고 있지만 이보다 탄소수가 2개 적은 헥세인(Hexane)은 연료로 사용되기 보다는 화학 반응에서 용매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헥세인이 용매로 많이 이용되는 것은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 낮고 쉽게 제거 할 수 있어서 입니다. 헥세인의 끓는 점은 69도로 낮아서 100도에서 끓는 물에 비하면 아주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세톤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물질들을 녹일 수 있는데요, 특히 기름과 같은 종류는 쉽게 녹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용유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식물의 씨앗에 들어 있는 기름을 추출하기 위해서 헥세인 사용하여 얻고 있습니다. 또 접착제나 가죽제품들, 지붕을 만드는 소재 등 산업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 색층 분석(Column chromatography) 모식도
실험실에서도 헥세인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화학 반응을 하고 나서 원하는 물질만 분리를 하게 되는 데요, 그 중 한 가지 방법이 Column chromatography입니다. 긴 유리관에서 용매를 넣어서 원하는 물질만 얻어내는 방법인데요, 우리가 초등학교 때 거름종이를 가지고 잉크를 분리한 것과 유사한 방법입니다. 이때 많이 사용하는 것이 헥세인입니다. 헥세인의 경우, 이 분리 방법에서 기준이 되는 용매로 사용하고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 에틸렌 클로라이드 분자구조
다른 물질을 녹이는 기능을 하는 유기용매의 종류는 정말 다양한데, 앞서 이야기한 아세톤과 헥세인 외에도 다이클로로 메테인, THF, DMF, DMSO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에탄올도 유기용매 중 하나이며, 에틸렌 클로라이드라는 유기용매는 한화케미칼이 생산하기도 합니다.
한화케미칼에서 생산되고 있는 이 에틸렌 클로라이드란 물질은 유기용매 중 클로로 포름이라고 하는 물질과 유사한 냄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염소와 에틸렌을 반응시켜서 만드는 에틸렌 클로라이드는 다이클로로 에테인(1,2-Dichloroethan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용매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에틸렌 클로라이드는 용매로 보다는 다른 곳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PVC를 만드는 데에 꼭 필요한 VCM(Vinyl chloride monomer)를 만드는데 원료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PVC는 VCM이 여러 개 모여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중의 하나인데, 한화케미칼에서 만들고 있는 유기용매인 에틸렌 클로라이드는 이러한 VCM을 만드는 데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기용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들에 대해서 알아 보았는데요, 유기용매에 이스라엘 건국까지 연관돼 있는 줄은 모르셨죠? 여러분들도 화학 속에 숨어 있는 다양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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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
한화케미칼 http://hcc.hanwha.co.kr
한화케미칼 블로그 http://www.chemidream.com/
General Chemistry, Thomson, Whitten, Davis, Peck, Stan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