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다가오고 있는데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는 무더위에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꾸 시원한 음료를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어떤 음식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계신가요? 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더위와 싸우고 있는데요. 며칠 전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다 실수로 옷에다 커피를 쏟고 말았습니다.
다들 이런 실수로 무언가 옷에 묻은 경험이 있으실 거에요. 하지만 옷에 무언가가 튀어도 우리는 세탁을 통해 옷을 다시 깨끗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세탁할 때 세제 조금만 넣으면 더러웠던 옷도 금방 새 옷처럼 깨끗하게 변하는데요. 이렇게 세탁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는 세제와 아주 밀접하게 살고 있습니다.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얼룩이 생긴 옷이 세제와 함께 세탁기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깨끗하게 변하는데요. 도대체 세제가 모길래 이렇게 옷을 깨끗하게 해줄까요?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 섞어주겠어! #세제
옷이 더러워졌을 때, 대부분 잘 지워지지 않는 오염물은 기름에 녹는 지용성 물질입니다. 때가 묻은 옷을 물에다가 헹궈 봤을 때, 물로 씻는 것만으로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때를 옷으로부터 없애기 위해서는 이런 때를 녹여야 하는데요. 집에서 기름으로 때를 녹이는 것은 한계가 있겠죠? 따라서 이런 기름때를 물로도 녹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세제의 역할입니다. 물을 좋아하는 성분을 친수성(hydrophilic) 혹은 극성(polar), 즉 극성 성분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물을 싫어하는 성분을 소수성(hydrophobic) 혹은 무극성(non-polar), 즉 무극성 성분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알코올 같은 경우 물과 잘 섞이기 때문에 극성 물질, 식용유 같은 경우 물과 섞이지 않기 때문에 무극성 물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 두 가지 성분을 모두 다 가지고 있는 물질도 있을까요? 정답은 예입니다. 이런 물질은 양쪽 친매성(amphiphilic)하다고 하죠. 그렇다면 이렇게 물을 좋아하는 성분과 싫어하는 성분을 모두 가지고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물과 기름에 모두 잘 섞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양쪽 친매성한 성분을 극성 물질과 무극성 물질에 섞어주게 되면 원래는 서로 섞이지 않던 물질들이 양쪽 친매성한 물질에 의해 친해져 인력이 생겨 섞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양쪽 친매성한 물질들을 통틀어 계면활성제라고 부릅니다. 세제도 기름과 물을 섞이게 하는 역할이니 세제는 계면활성제의 일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세제의 작용 #원리
▲ 세제가 작용하는 원리
그렇다면 세제는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일까요? 세제가 물속에 녹아 있다가 빨래와 만나게 되면 세제의 무극성 부분은 기름 성분인 때와 친하기 때문에 때에 달라붙게 됩니다. 그리고 세제의 나머지 부분은 물과 친한 부분이기 때문에 물속으로 퍼지게 되죠. 이렇게 세제가 때에 붙게 된 후 나머지 극성 부분이 물과의 인력 때문에 때가 옷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되는데, 물속에 있던 세제들이 때의 나머지 부분들을 동그랗게 둘러싸게 됩니다. 이렇게 세제가 때를 둘러싸면서 동그랗게 만들어진 구조를 마이셀구조라고 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물로는 씻기지 않았지만 세제의 무극성 부분이 때를 둘러싸 안쪽에는 무극성인 부분이 때를 붙잡아주고 나머지 물과 친한 극성 부분이 마이셀을 형성하며 비로써 물에 녹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합성 세제 vs #비누
▲ 비누와 세제의 차이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세제와 비누는 다 비슷한 성분일까요? 아쉽지만 비누와 세제는 그 구조와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차이가 존재합니다. 지금부터 그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비누 구조
처음에 사람들이 세탁을 위해 세제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비누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비누가 물에 따라 세탁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비누의 구조 때문인데요. 비누는 그림과 같이 긴 탄소 사슬의 끝에 카복시기(carboxylic group)이 달린 형태입니다. COO-에 나트륨 이온이 붙어 있다가 물과 만났을 때 Na가 떨어져 나가며 물에 녹게 됩니다. 하지만 몇몇 물에는 마그네슘이온이나 칼슘이온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 이온들이 비누랑 만나게 되면 COO=과 반응하여 물에 녹지 않는 고체를 형성하게 됩니다. 비누를 사용했을 때 세탁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한 사람들은 바로 이 센물을 이용한 사람들이었던 것이죠. 따라서 이런 센물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마그네슘이온이나 칼슘 이온과 반응하지 않는 세제를 만들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합성세제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세탁용 세제는 대부분이 이런 합성세제입니다.
궁금하다. #섬유유연제
좋은 냄새 부드러운 옷감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가 꼭 넣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섬유유연제입니다. 정전기를 방지해 주고 옷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이 섬유유연제 또한 계면활성제의 일종인데요. 위에서 본 것처럼 우리가 세제로써 사용하는 계면활성제는 친수성(hydrophilic)한 부분이 마이너스로 대전되어 있는데요, 섬유유연제의 경우 이 친수성한 부분이 플러스로 대전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가 입는 옷의 섬유들은 -로 대전된 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섬유유연제를 이용하게 되면 섬유유연제의 +로 대전된 친수성한 부분이 옷 섬유의 -로 대전된 부분과 정전기적으로 결합하게 되면서 옷을 코팅하게 됩니다. 이렇게 섬유유연제가 옷을 코팅하게 되면 긴 탄소 사슬이 옷의 바깥쪽을 향하는 배열이 되겠죠? 이런 배치가 옷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통 섬유에서 발생하는 정전기의 경우 마찰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요, 섬유유연제가 이런 식으로 옷의 표면에 코딩이 되어 마찰이 적어져 정전기가 줄어드는 동시에 전도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이용한 섬유유연제의 경우 발생한 정전기를 공기 중으로 방사시켜 정전기가 나는 것을 막아줍니다.
여기서 생활의 지혜를 조금 드리자면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섬유유연제의 제품에는 실리콘오일(polydimethylsiloxane)과 같은 실리콘(silicone)을 기반으로 한 화학물질을 포함하는 제품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실리콘 성분은 햇빛을 만났을 때, 색이 누렇게 변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좋은 향이 난다고 해서 섬유유연제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넣게 된다면 오히려 옷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이렇게 우리가 빨래할 때 항상 접하는 세제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았습니다.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땀도 많이 흘리고 야외 활동도 많아지는 만큼 여러분도 세탁을 더 자주하게 되실 텐데요. 단순히 빨래를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빨래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재미있는 과학 실습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세제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빨래에 넣기 전 세제를 유심히 쳐다보는 건 어떨까요? 남은 여름 깨끗하고 뽀송한 옷으로 기분 좋은 하루하루를 보내시길 바랄게요.
* 이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케미칼 공식 블로그 케미칼드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