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참 많은 기념일이 있어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소중한 날이 많아요. 그리고 대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있는데요. 바로 성년의 날이에요. 성년의 날은 만 20세가 된 젊은이들에게 일정한 의례를 통해서 성인이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날인데요.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인 성년의 날은 과거 고려 광종 16년에 세자 ‘유’에게 원복을 입혔다는 성년례에서 비롯되었답니다. 조선 시대의 성년식은 남자가 15세가 넘으면 길일을 택해서 일가친척과 하객을 초청해 의식을 치렀는데요. 옛날 조선 시대에는 성년식이 20세가 아닌 15세라니, 놀랍지 않나요? 요즘에는 과거처럼 전통적인 관례는 하지 않지만 다른 형식으로 기념하고 있어요. 서로 축하하는 파티를 열거나, 친구들끼리 선물을 교환하기도 하는데요. 형태는 많이 바뀌었지만 축하하는 의미는 변하지 않았겠죠?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인 성년의 날을 축하하는 의미로 장미, 향수, 키스를 선물하곤 하죠. 선물 각각의 의미를 살펴보면, 먼저 장미의 꽃말은 열정과 사랑이에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인이 된 젊은이에게 무한한 열정과 사랑이 지속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선물한답니다. 향수는 아름다운 향기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고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성인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키스는 친구가 아닌 연인에게서 받을 수 있는 선물인데요. 키스에는 성년이 된 만큼 책임감 있는 사랑을 하라는 의미랍니다. 성년의 날을 맞은 친한 후배, 선배에게 장미와 향수는 좋은 선물일 텐데요. 좋은 향기를 남기는 향수 속에 많은 지식이 숨어 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향수의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상식까지 채워봅시다!
선물을 받고 기뻐할 친구의 얼굴을 상상하면 뿌듯하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선물을 살 때는 항상 상대의 취향을 맞추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특히 향수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콤한 향, 시원한 향, 여성스러운 향 등 선택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상대방의 취향과 향수의 향을 완벽히 알지 않는 이상 만족스런 선물이 되기 힘들죠. 그렇기 때문에 평소 친구가 어떤 향의 향수를 뿌리는지, 어떤 계열이 향을 좋아하는지 관찰했다가 직접 시향한 뒤 향수를 구입하는 것이 좋아요.
향수 제대로 고르는 법, 알고 있나요? 먼저 향수를 시향할 때는 깨끗한 피부나 종이 위에 한두 방울을 바르고 5~10분 정도 지나고 알코올이 날아간 뒤 10cm 정도 거리를 두고 남아있는 향을 맡아야 해요. 상점에 많은 향수들이 진열되어 있지만 한 번에 2~3가지 이상을 테스트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너무 많은 향을 맡으면 후각이 둔해져서 향의 구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에요. 세 가지 이내로 제한해 시향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바깥 공기를 쐰 후 다시 시향을 하는 것이 좋답니다.
▲ 책갈피로 사용할 수 있게 나온 시향지
향수를 시향할 때 사용하는 시향지는 일반 종이보다 두껍고 약간 거친데요. 보통 직사각형 모양의 투박한 시향지가 아닌, 일부 매장에서는 시향지를 향기 나는 책갈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트모양, 알록달록 색깔 종이를 이용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시향지에도 화학이 숨어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시향지는 영어로 blotting paper로 흡습지를 뜻해요. 일반 종이보다 흡습성을 좋게 만들어 액체를 과잉 흡수할 수 있게 한 종이랍니다. 이 종이는 액체를 빨아드리는 성질이 좋기 때문에 화학 분석법 중 하나인 ‘크로마토그래피’에도 사용됩니다.
▲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한 혼합물 분리 실험
크로마토그래피는 혼합물을 분리하기 위한 실험방법으로 이동상과 고정상에 대한 혼합 성분의 인력 차이를 이용해요. 액체(이동상)에 녹아있는 성분마다 인력이 달라 다른 속도로 고정상(종이) 통과하는데요. 쉽게 말해 혼합액에 종이를 담굴 때, 종이와 인력이 강한 성분A는 얼마 못 가 멈추지만 종이와 인력이 약한 성분B는 종이 끝까지 퍼지게 된답니다. 이때 시각적으로 보이는 물질의 분리 정도를 확인해 혼합액에 들어있는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것이에요. 시향지로 사용되는 흡착지는 액체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크로마토그래피로 분석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된답니다.
향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향료를 모아야 해요. 향수의 원료가 되는 향료는 크게 천연향료와 합성향료로 나눌 수 있어요. 천연향료는 자연에서 채취한 식물과 동물에서 얻은 향료이며 합성향료는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인공향료에요. 우리가 사용하는 향수의 대부분은 이 두 가지 향료를 모두 사용해 조합한 향수랍니다. 향수의 주원료인 꽃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요. 장미, 오렌지꽃, 라일락, 일랑일랑 등 수확한 꽃잎을 건조시켜 향료를 추출할 준비를 합니다. 꽃의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향료의 원액을 추출한 뒤 천연향료와 인공 합성향료를 조합하여 조향합니다. 이렇게 조향한 향수액을 순수 알코올과 합친 뒤 수개월 이상 숙성시키면 향수가 만들어진답니다.
향을 추출하는 방법은 아주 다양한데요. 그중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가장 보편적이고 경제적인 증류법은 식물에 수증기를 불어 넣어 오일을 수증기와 함께 유출해내는 방법이에요. 그림을 보면서 설명하면, 끓인 물에서 나온 증기는 증류기 밑에서 분사되어 꽃잎을 데우게 돼요. 원료에 포함된 오일은 증기의 높은 온도에 분해되고 수증기와 섞여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수증기와 섞인 오일이 컨덴서의 코일을 지나는 동안 코일에는 계속 냉각수를 뿌려주어 낮은 온도를 유지시켜 줍니다. 코일의 낮은 온도로 인해 기체상태의 오일과 증기가 액체로 변하게 되고 액체 상태의 오일과 물은 서로 분리되어 향료로 추출됩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오일을 추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뜨거운 상태이기 때문에 원료의 화학적 변화가 생겨 향이 변할 수 있는 단점이 있어요.
▲ 증류법
향료를 추출할 때는 원료에 대한 이해와 향의 화학적 요소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원재료가 가진 향을 얻을 수 있어요. 열에 약한 원료를 추출하기 위해 증류법이 아닌 저온추출법 또한 개발되어 있는데요. 바로 압착법이에요. 압착법은 원료에 압력을 주어 향료를 추출하는 방법이에요. 주로 시트러스 계열(레몬, 오렌지, 라임 등 감귤류의 향)의 오일을 추출할 때 주로 사용하는 압착법은 꾹 눌러 향료를 짜내는 것인데요. 과일을 스파이크가 달린 호퍼에 넣게 되면 껍질 부분이 으깨지고 갈리면서 에센셜 오일과 수분이 나온답니다. 이렇게 추출된 오일과 수분을 분리해 얻은 향료는 과일이 갈리면서 함께 추출된 잔여물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어 향료가 변질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 조향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 한유나씨
Q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한유나: 안녕하세요. 저는 화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조향사가 되기 위해 프랑스에서 공부 중인 한유나입니다. 한화케미칼 블로그를 통해 많은 화학 전공 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이번 인터뷰 요청이 참 반가웠어요. 학생들에게 조향사라는 직업이 생소할 거라 생각해요. 조향사는 여러 향료를 조합하여 ‘향수’라는 예술품을 만드는 과학자이자 예술가에요. 한국에 생소한 조향사라는 직업을 살짝이라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돼서 기분이 너무 좋네요. 질문에 성의껏 답해보겠습니다.
Q2. 조향사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유나: 조향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어요. 아름다운 유리병에 담긴 향수는 정말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향수의 매력은 예술을 사랑하는 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어요. 예를 들자면, 저는 향수를 보이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옷'이 사람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한 사람의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듯이, 향수도 그 사람의 아우라를 바꿔놓죠. 기념일에 맞는 옷을 입듯이, 향수도 분위기에 맞는 향을 선택해서 나의 색채를 변화 줄 수 있어요. 또한 향수는 음악의 구성과 잘 맞아 떨어지기도 해요. 화음이 맞는 음들을 나열하면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듯이, 궁합이 잘 맞는 노트끼리 잘 배합하면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죠. 또한 멜로디가 흐르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향이 발향되면서 처음 뿌렸던 향과 완전히 달라지기도 해요.
향수는 후각을 통해 느낀다고 하지만 저에겐 후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요소와 청각적인 요소도 갖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런 향수의 매력을 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어요. 어려서부터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진로를 탐색하면서 자연스럽게 조향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그때부터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화학과 학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첫 발걸음은 화학과를 목표로, 그다음엔 석사과정의 프랑스 유학을 목표로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해나갔고 저는 여전히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Q3. 조향사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은?
한유나: 저는 한국에서 조향사 과정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교 재학시절 수소문해서 여기저기 찾아가서 상담도 받아봤지만, 모두들 같은 대답을 했어요. 향수로 가장 유명한 프랑스에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이죠. 한국에선 조향 관련된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프랑스 유학을 가기로 결심했고, 지금 저는 이제 막 첫걸음을 떼었어요.
Q3.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유나: 조향사의 비전은 밝다고 생각해요. 조향사는 향수를 만드는 ‘Perfumer’와 식품향을 만드는 ‘Flavorist’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향수는 이미 유럽에서 상당히 발전된 산업에 속하고, 식품에 첨가하는 식품향은 이미 모든 과자, 사탕, 그리고 젤리 등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죠. 게다가 실생활에서도 자기 전에 기분전환을 위한 디퓨저나 캔들을 준비하기도 하고, 기분 좋은 목욕을 위해 좋은 향이 나는 거품 목욕제를 넣어 피로를 풀죠.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돈과 시간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조향 산업은 부응하며 성장해가고 있어요. 이런 조향사의 미래는 밝다고 전망되기 때문에 많은 화학 전공 학생들이 향수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향은 좋은 인상을 남기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향수는 선물,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성년의 날뿐만 아니라 모든 기념일에 베스트 선물로 꼽히는 향수를 선물하면서 향수에 관련된 과학 지식도 함께 선물한다면 일석이조겠죠? 또한 조향사를 꿈꾸는 화학과 학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평소 향수에 관심이 많았지만 관련 분야와 진학에 대해 고민이었던 분들이 많은 정보를 얻었기를 바래요. 다양한 향을 조합하여 만든 향료를 향수뿐만 아니라 목욕용품, 식품에까지 사용한다니 조향 산업의 발전이 기대되는데요. 다양한 제품 속에 들어가 있는 향! 이제 알고 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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