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영원한 친구 로보트, 외계인 그리고 우주선! SF영화는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성인 팬을 누리고 있는 장르입니다. 보통 액션이나 블록버스터와 결합되어서 관객들에게 탄성과 박수를 자아내고 영화관을 나서서도 관람객의 머릿속에 영화의 장면들이 끊임없이 생각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이언스픽션(Science Fiction)은 말 그대로 완전히 상상력에서 시작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엄청난 과학적 조사와 검수를 통해 그럴 듯하게 만들어집니다. 즉, 완전한 허구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은 그저 영화 속의 우아하고 멋진 신기술이지만 몇몇 기술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마법을 따라 하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과 신기술을 바라보는 현대인의 입장 그리고 그저 영화에 열광하는 영화팬의 마음까지, 이 세 영역을 살살 줄타기하면서 SF영화에 등장했던 멋진 SF기술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할까요?
▲ 3D프린터(출처: http://www.extremetech.com/)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전제품처럼 느껴지게 되었지만, 불과 십여 년 전에는 굉장한 신기술로 인식되었죠. 원하는 모델의 설계도를 입력하면 그 모습 그대로를 인쇄해서 만들어낸다는 3D 프린팅 기술의 아이디어는 사실 세상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 미션임파서블3(2006)에서는 테러범의 얼굴을 그대로 복사한 마스크를 만들어서 상대를 속이는 장면으로 등장한 적이 있는데요, 현재는 기술이 훨씬 발전해서 얼굴뿐만 아니라 복잡한 구조의 기계장치, 권총, 혹은 정교한 예술품도 설계도만 있으면 그 모습 그대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013)에서 주인공 엘사가 손짓만으로 거대한 성을 짓는 것처럼, 건축분야에서의 3D 프린터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직육면체가 아닌 곡면구조의 건축자재는 3D 프린팅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 엄청난 기계가 각 가정에 한 대씩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아직 보급이 덜 되었지만 세월이 지나면 우리 생활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겠죠?
▲ 공각기동대 스틸컷(출처: 공각기동대, 1995, 오시이 마모루 감독)
영화화된 애니메이션 시리즈 공각기동대(1995)는 미래 일본 사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세계의 특징은 바로 전자뇌(작중 전뇌 라고 부름)가 널리 보급된 세계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인공장기처럼 뇌를 다친 사람들을 위한 도구였지만, 점차 뇌와 뇌를 통한 직접적인 데이터 전송, 인간 의식의 데이터화 등의 가능성을 엿보고 널리 보급되었지만, 해킹, 보안 같은 범죄가 발생하고 또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른 인간 윤리 문제 속에서 주인공 쿠사나기 마코토가 고민하고, 고군분투하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입니다.
모바일과 휴대용 컴퓨터는 발전하여 현재는 손목에 차거나 안경처럼 쓰는 웨어러블 기기가 많이 쓰이는데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뇌 자체에 데이터 공유 능력과 네트워크 접속 능력을 부여해서 뇌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자두뇌 개념의 핵심입니다. 영화 매트릭스(1999)에서 네오가 “오퍼레이터! 헬기 조종술 전송해줘!” 한마디에 네오가 헬기조종술이나 격투기술 등을 전송받고서 자유자재로 헬기나 총을 다루거나, 공각기동대에서는 법정에서 목격자나 CCTV의 증언 대신 피의자의 뇌 기록을 제출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나중에는 카메라도 필요가 없겠죠. 눈으로 본 걸 바로 이미지로 저장하면 될 테니까요.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고성능 컴퓨터인 우리의 뇌를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전자두뇌, 얼핏 생각해도 정말 멋지지 않나요?
▲ 알파고의 바둑두는 장면(출처: http://airesearch.com/)
이런 멋진 기술이 멀게만 느껴지시나요? 그러나 이런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이세돌 9단과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내놓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세기의 대결을 펼칩니다. 과거 IBM이 만든 체스 컴퓨터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을 1승 2무 3패를 경험한 뒤, 불과 1년 만에 2승 3무 1패로 챔피언은 꺾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바둑과 체스를 같이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이세돌에게 패배를 경험한 알파고가 일 년 만에 얼마나 성장을 했을지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인공지능 컴퓨터가 등장했다고 해서 인간의 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뇌는 인류에게는 아직까지 작동원리조차 다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전자두뇌가 보급되더라도 윤리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토론이 필요합니다. 뇌를 불법복제해서 다른 사람인 체할 수 있고, 기억이 조작될 수도 있으며, 한 인간의 기준이 되는 ‘인격’이 담긴 뇌가 하나의 ‘부품’이 되어버린다면 인간성(Humanity)이라는 건 과연 어디에 존재하게 될까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부분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고민들은 잠깐 접어두고 갖고 싶다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모두가 전자뇌를 사용하는 그런 미래에, 우리는 잠들었을 때 필립k딕의 소설처럼 전자양 꿈을 꿀까요?
▲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협 스틸컷(출처: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협,1999, 조지루카스 감독)
이상하게도 SF영화에 나오는 탈것들은 아무리 간단해도 땅에 붙어있으려 하질 않습니다. 간단한 오토바이부터 시작해서 거대 공중 항공모함까지 소위 말하는 반중력 장치를 이용해 땅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서 미끄러지듯이 주인공들을 태우고 질주합니다. 반중력 장치의 원리가 뭐냐고요? 영화에선 그런 걸 따지면 지는 거라고 해둡시다. 그편이 훨씬 깔끔하잖아요.
이런 비행장치는 보통 두 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아바타(2009)의 지구인들이 타고 다니는 스콜피온 건쉽,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에서 배트맨이 타고 등장하는 배트 윙(원래 이름은 The bat 입니다)같이 프로펠러 두 개를 이용해 헬기처럼 떠다니는 타입의 비행기와 반중력 장치를 이용한 비행장치가 있습니다. 전자는 현실과 비현실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듭니다. 실제로 미군의 수송기 ‘V-22 오스프리’는 두 개의 큰 날개를 이용해서 호버링을 하고 다양한 기동을 할 수 있지만, 영화에서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프로펠러가 갖고있는 추진력의 한계 때문이죠. 영화에 나오는 것보다 두세 배는 더 커야 할걸요? 게다가 아직까지는 공중에 가만히 떠 있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고 하네요. 빌딩 사이를 자유자재로 내달리는 배트맨이 등장하려면 아직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마법의 빗자루(출처: 네이버영화)
한편 매트릭스 시리즈의 또 다른 주연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호버크래프트는 공중부양 엔진들을 이용해서 좁고 구불구불한 하수도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장면으로 팬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 스타워즈 시리즈는 어떨까요? 1인승 오토바이나 경주용 ‘포드레이서’ 부터 ‘스타디스트로이어’ 같은 우주 전함까지, 스타워즈 세계관에서의 대부분의 탈것들은 대기권과 우주를 넘나들며 지면을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마치 해리포터에서 나온 마법빗자루처럼 말이죠. 계속 떠 있으려면 엔진도 계속 켜놔야 할 텐데? 엄청 높이 떠오르면 로켓처럼 날아갈 수도 있을까요? 작중에서 밝혀진 별다른 이유나 그럴듯한 설명 따위는 어디에도 없긴 하지만, 그게 꼭 필요한가요? 아무튼 멋있잖아요. 그러면 된 거에요.
▲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협 스틸컷(출처: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협,1999, 조지루카스 감독)
영화 인디펜던스데이(1996)에서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합니다. 지구인들은 핵무기를 포함한 온갖 공격을 다 퍼부어보지만 그들이 갖고있는 방어막에 가로막혀 흠집도 내지 못하고 패퇴의 길을 걷는듯합니다. H.G.웰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우주전쟁(2005)에서도 마찬가지로 화성인들은 절대 뚫리지 않는 방어막을 갖추고 있어서 인류는 또다시 저항도 못 하고 도망만 다니게 되죠. 그 외에도 외계인만 등장하는 영화나 게임 같은 매체에서는 어째 방어막이 외계인의 필수조건인듯하네요. 그만큼 사기적이고 임팩트있는 SF기술이라는 것에는 SF팬이라면 다들 공감하시겠죠?
▲ 출처: http://www.ibtimes.co.uk/
엄청난 오버테크놀로지 또는 소설 속 공상이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현실에서도 비슷한게 존재합니다. 바로 오존층이죠. 오존으로 된 두꺼운 층이 대기권에 존재해서 지표면으로 날아오는 우주선 space radiation이나 태양풍,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을 막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 기술은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왕복선 등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그럼 지구표면에서는요? 2015년도에 Boeing사(社)에 의해 개발된 FORCE FIELD는 고농축 플라즈마를 이용해서 폭탄의 작은 파편과 충격파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비록 거대한 미사일부터 레이저빔까지 모든걸 막거나 튕겨내지는 못하지만, 폭발의 주변부에 있는 인명이나 차량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하니 무시할 기술은 아님에 분명합니다. 아마 SF에 나오는 방어막도 머지않은 미래에 등장할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바로 그 외계인이 될 수도 있겠네요.
▲ 어벤져스 스틸컷(출처: 어벤져스, 2012, 조스 에던 감독)
최근 10년간 개봉한 영화 중에서 제일 인기 있었던 캐릭터를 고르라면 누구라도 아이언맨을 고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세시대 기사처럼 온몸을 철갑으로 둘렀지만, 그 속은 현대기술로도 따라잡기 힘든 최첨단 기술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그 모습은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와 함께 모든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런 아이언맨 수트 속 SF기술들을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수트는 기본적으로 파워드수트(powered suit), 즉 인간의 움직임을 보조하기 위한 외골격 로봇입니다. 힘을 증폭시켜주고 어느 정도 인체의 움직임을 제어해서 몸의 기능을 극대화시켜줍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2(1989)에서 나오는 것처럼 주로 짐을 옮기거나 매트리스3(2006)에서처럼 전투용으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굳이 강철로 온몸을 둘러쌀 필요는 없지만, 그래서 방어력과 심해 등 극한환경에서의 활동성과 제일 중요한 멋을 얻었으니 된 거죠 뭐. 게다가 수트는 혼자 움직이지 않습니다. 수트를 제어하고 탑승자의 잔심부름(?)을 도맡는 인공지능은 마치 집사처럼 주인공을 보조해주죠. 어찌나 사람 같은지 아이언맨의 후속 영화 시리즈에서는 심지어 하나의 캐릭터로 대우받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점점 발전해서 이런 집사이자 친구 같은 캐릭터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아이언맨 스틸컷(출처: 아이언맨, 2008, 존 파브루 감독)
마지막으로 토니 스타크의 심장, 아크 리액터입니다. 배터리가 방전된 스마트폰처럼 아이언맨이 전기가 다 떨어진다면 얼마나 답답할지 눈앞이 깜깜하네요. 우리의 토니 스타크는 이런 일이 없도록 수트에(엄밀히 말하면 자기 몸에) 원자력 반응로를 탑재합니다. 자세한 원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출력이 무려 3기가와트인 이 하키 퍽 같이 생긴 녀석은 혹시 상온 혹은 저온핵융합로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3기가와트는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 3대의 발전량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이런 게 가슴에 박혀있으면서 고작 약간의 열과 불빛만 나와도 별로 놀라지 않으셨으면 해요. 이게 바로 공상과학영화의 장점이니까요. 아브라카다브라!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SF기술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아직 영화팬들의 로망으로 남아있습니다. 가령 스타워즈의 광선검, 레이저총, 터미네이터 같은 안드로이드, 공간 사이를 순식간에 이동하는 워프기술같이 많은 것들이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그만큼 인간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니까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기술들이 지금 현실에서도 펼쳐지고 있잖아요? SF작가 아서클라크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어떤 일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불가능의 영역에 아주 살짝 도전해 보는 것뿐이다. 상상이 현실로 펼쳐지는 멋진 미래가 다가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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