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남류가 아닌 어남택이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히어로들이 아프리카로 납치되는 헤프닝이 있었어요. 바로 꽃보다 청춘의 청춘 자격으로 여행을 떠난 것인데요. 무계획으로 떠나는 꽃보다 청춘은 청춘인 대학생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기도 하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자극제를 주기도 하죠. 최근 방영된 아이슬란드 편에서는 청춘들이 살인적인 물가를 견디기 위해 조금은 궁상맞아 보이는 여행을 하는 모습에서 초 저렴 배낭여행을 떠난 우리를 보는 것 같아 공감 가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어요.
아시아에서 볼 수 없는 환상적인 오로라와 산골짜기 사이로 겹겹이 쌓인 빙하, 하늘 높이 치솟는 간헐천까지 대자연을 느끼는 청춘들을 보며 나도 당장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저만이 아닐 거에요. 하지만 텅 빈 통장잔고에 의욕까지 텅 비어버린 청춘 또한 저만이 아닐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리지만 배낭여행을 하기엔 국내는 시시하게 느껴지죠. 그런데 국내여행을 하는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는 해외 여행지가 있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바로 대만이에요. 꽃보다 할배 덕분에 유명 여행지가 된 대만은 저렴한 물가로 많은 돈을 드리지 않아도 먹고 자는데 모자람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답니다.
▲ 대학생 여행 사진(출처: 폴라)
요즘 대학생들의 여행을 살펴보면 한가지씩 테마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나라의 먹거리를 점령하고 오는 먹방 여행을 하는가 하면, 세계사를 따라가는 유적지와 박물관 여행, 애니 덕후들의 굿즈(goods) 쇼핑여행이 흔히 SNS에서 볼 수 있는 대학생 여행의 유형이에요. 그리고 또 한가지 대표적인 테마 여행이 있는데요. 제가 소개해 드릴 영화 여행이랍니다. 그 나라의 영화 속 등장한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이에요. 영화 속 장면을 미리 프린트해가 그 장소에서 그 사진과 함께 멋진 배경을 담아 SNS에 올려 화제가 된 경우도 있었는데요.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는 대만 영화는 대만 곳곳의 관광지를 담고 있어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해요. 그럼, 어떤 영화가 대만을 담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대만이 인기 여행지로 손꼽히는 이유에는 매스컴의 영향도 크지만 대만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없었다면 꽃보다 할배 대만 편이 방영 된 지 2년이 넘은 지금까지 인기를 얻을 수 없었을 거에요. 관광지로서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은 대만을 특히 대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동남아라는 점이에요. 대학생 배낭여행의 대표격인 유럽이나 미주 지역은 누구나 가길 꿈꾸는 여행지인데요.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왕복 비행기를 타야 하는 시간만 이틀을 잡아야 하는 유럽, 미주 지역을 가려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여유가 있어야 해요. 학기 중엔 상상도 할 수 없고 방학 중이라도 자격증, 영어공부 등 할 거리가 쌓인 우리에게 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죠. 이때 우리의 여행 욕망을 짧고 굵게 채워주는 나라가 바로 대만이 아닐까 싶어요. 대만은 공항에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서 새벽 비행기로 출발해도 즐길 것 다 즐기고 올 수 있답니다.
두 번째는 지갑을 졸라매지 않아도 되는 저렴한 물가입니다. 대만 항공권은 30만 원 안팎이면 구할 수 있는데요. 요즘은 저가 항공이나 항공사마다 프로모션 티켓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답니다. 착한 물가를 자랑하는 대만은 숙소 또한 저렴하기로 유명한데요. 대만의 명동이라 불리 우는 번화가, 시먼역 근처로 잡아도 2박 가격은 3만 원 안팎이에요. 교통비와 식비, 숙소, 관광지 입장료를 더해도 국내 여행을 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하니, 갈 수밖에 없는 여행지이죠?
1.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 – 지우펀
▲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호의 대표작인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은 대만의 지우펀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예요. 이사를 가던 치이로의 가족이 잠시 들른 마을에서 주인이 없는 음식을 먹던 중 엄마와 아빠가 돼지로 변하게 돼요. 엄마, 아빠를 되돌리기 위해 치이로는 센이란 이름으로 마녀 유바바의 온천에서 일하게 됩니다. 이때 유바바의 온천은 홍등으로 꾸며져 화려함을 자랑하는데요. 이 온천의 모티브가 된 곳이 대만의 지우펀이랍니다.
1920년대 광산 도시였던 지우펀은 채광 산업이 시들해지면서 쇠락했으나 대만의 유명 영화, 비정서시의 촬영지로 쓰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지우펀은 좁은 골목 계단 사이로 미로처럼 이어지는 길이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이라 마치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요. 오래된 건물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에는 붉은 홍등이 빛나고, 군침이 도는 간식과 기념품 가게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답니다. 낮보다는 해가 진 후 홍등이 빛 날 때 진가를 발휘하는 지우펀을 가기 전에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으로 홍등의 매력을 미리 만끽하고 가길 바래요.
2. 말할 수 없는 비밀 – 단수이
▲ 말할 수 없는 비밀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피아노 좀 쳤다, 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피아노 배틀신을 봤을 거에요. 대만의 한 예술학교에서 벌어지는 로맨스 스토리의 이 영화는 이국적인 학교와 아름다운 강 등 낭만적인 배경을 담은 영화로도 유명한데요. 한 소년이 전학을 와 소녀를 만나게 되는 예술학교는 단수이에 위치한 학교, 담강중학교에서 촬영되었어요. 두 주인공이 함께 걷던 복도와 싱그러운 교정, 쭉 뻗은 야자수를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올 것 같은데요. 이 영화의 다른 배경인 진리대학은 대만 최초의 서양식 대학교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을 모델 삼아 지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답니다.
▲ 단수이의 풍경
강변이 아름다운 단수이는 자전거를 타며 돌아보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되는데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도 두 주인공이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강 주변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어요. 또한 단수이의 워런마터우는 로맨틱한 데이트 코스이자 이국적인 풍경과 근사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인데요. 해가 질 무렵이면 붉게 물드는 저녁노을이 장관이라고 하네요. 대만의 단수이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풋풋한 사랑을 볼 수 있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속 장소를 연인과 여행을 가는 것도 좋겠죠?
3. 여친 남친 – 중정기념당
▲ 여친 남친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최근 쯔위 사건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도 떠들썩했는데요. 아이돌 여가수인 쯔위가 한 프로그램에서 중국 국기가 아닌, 대만 국기를 소품으로 사용한 것에서 발단된 사건이에요. 중국이 대만은 중국의 영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어요. 과거 중국 공산당이 만들어지고 중국은 사회주의 진영인 공산당과 자유 민주주의 진영인 국민당이 서로 주도권을 두고 다툼을 벌였어요. 그리고 1949년 이들 사이에 내전이 발발하고 공산당이 승리하여 대륙을 차지하고 중화민국의 국민당 지도자인 장제스와 그 세력들은 타이완 섬으로 옮기게 돼요. 그러나 중국에서는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와는 외교관계도 맺지 않았는데요.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1992년에 대만과 수교를 끊었다고 해요. 하지만 1997년 미국에서 타이완 관계법이 제정되고, 중국이 대만에 군사력을 사용할 경우 미국이 개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답니다. 대만의 독립으로 이렇게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요.
대만 영화 여친 남친은 세 젊은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담은 청춘 영화인데요.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기로 유명했던 세 주인공은 고교 시절부터 국민당 독재의 상징이자 정권의 중심인 학교 감독관에게 저항을 해요. “혼자 춤추면 방항이지만 전교생이 춤을 추면 민심을 반영한다”라는 명언을 남긴 평화적인 시위 장면은 여친 남친의 명장면으로도 꼽힌답니다. 1990년 대학생이 된 세 사람은 여전히 학원민주화를 외치면서 시위에 참여하는데요. 이때 시위의 장소가 된 곳이 중정기념당이에요.
▲ 중정기념당 전경
중정기념당은 위 쯔위 사건에서 언급된 대만의 초대 총통, 장제스를 기념하는 기념관이에요. 기념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모두 89개인데 장제스의 서거 당시 나이를 뜻한다고 해요. 계단을 올라가면 25톤에 달하는 거대한 장제스 동상을 근위병이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또한 동상 아래층에는 전시관과 그의 집무실, 그의 생애를 둘러볼 수 있게 꾸며놓아 볼거리가 상당하다고 해요. 대만의 역사와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세 주인공의 성장, 러브 스토리로 꾸민 영화 여친 남친으로 쉽게 공부하길 바래요.
4. 청설
▲ 청설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대만의 거리를 걷고 있으면 확실히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우기인 겨울은 상온 15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에 비가 자주 와서 촉촉한 거리에서 청명함을 느낄 수 있는데요. 대만은 우리와 다르게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이며 자전거를 탄 시민들도 많이 볼 수 있어요. 여행을 떠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일상생활을 느끼고 동화되어 즐기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대만의 대표적인 아침식사 딴빙
영화 곳곳에 대만의 도시, 타이베이의 소소한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동화 같은 스토리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청설은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에요. 부모님의 도시락 가게 일을 돕는 남자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락 배달을 하는 모습에서 평소 대만사람들의 아침 풍경을 엿볼 수 있어요. 거리에서 아침 식사를 파는 작은 가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대만은 도시락, 샌드위치, 딴빙(밀전병)이 아침 식사 베스트 셀러인데요. 가격 또한 저렴한 대만식 아침 식사를 즐기면서 현지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아침 식사를 사 먹는 현지인들이 많기 때문에 가게마다 줄이 길게 이어지지만, 긴 줄 덕분에 유명한 식당을 바로 찾을 수 있으니 기다림은 감수해야겠죠?
유스 트레블(youth travel)은 15~30세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발급해주는 카드로 각종 박물관과 관람차 티켓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큰 도시를 벗어나게 되면 대중교통으로 관광지까지 가기 힘들어져요. 하루에 많은 곳을 볼 수 없고요. 이럴 땐 택시투어를 추천해요. 주로 한국 관광객들은 예류-진과스-지우펀, 이렇게 세 곳을 신청하는데요. 이 세 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하루에 한 군데만 들를 수 있지만 택시 투어를 할 경우 하루에 모두 볼 수 있답니다. 금액은 보통 5시간에 대만달러 2700, 한화로 약 십만원입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대만 사람들은 영어를 아주 잘하지만 어르신들, 특히 택시기사 분들은 영어를 잘 모르시더라고요. 미리 숙소나 관광지를 한자로 적어가면 수월하게 찾아갈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식당에 갔을 때 영문 메뉴판이 없는 경우가 가끔 있으니 닭, 돼지, 소, 콩, 쌀 등 요리 재료의 한자를 미리 적어가는 것도 하나의 팁이에요.
대학생의 버킷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항목이 해외 여행이라고 합니다. 해외라고 해서 금전적 부담과 한 달 이상의 여행 기간을 생각하곤 지레 겁을 먹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대만과 같이 가깝고, 저렴한 물가의 여행지를 알고 나면 해외여행이 예전만큼 어려워 보이지는 않으실거예요. 친구들 또는 가족과 아니면 혼자서도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대만! 남들처럼 여행책만 들여다 보며 여행계획 세우지 말고, 대만 분위기와 관광지를 아름답게 담은 대만 영화를 통해 미리 체험해보고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이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케미칼 공식 블로그 케미칼드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