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는데, 여름이 가는 게 아쉬운지 아직도 한낮의 햇살이 무덥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밤이 되면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가을 하면 바람, 하늘, 단풍, 독서, 그리고 여행 등 다양한 단어들이 생각이 나는데요. 그중에서도 저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오늘은 하늘이 파랗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한 번쯤 떠나면 좋을 크루즈 여행 프로그램 '피스앤그린보트'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 피스앤그린보트보트 출항식
피스앤그린보트는 크루즈선 오션드림호에 탑승하여 아시아의 평화와 미래를 함께 생각하고 공유하기 위한 항해를 의미합니다. 짧게는 10일부터 길게는 몇 달 동안 동아시아 및 세계를 누비며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환경 및 평화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항해프로그램인데요. 일본의 대표적 NGO인 피스보트와 우리나라의 대표적 NGO인 환경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일 양국의 시민 약 천여 명이 한 배에서 서로의 생각과 의식을 공유하는 특별한 프로그램들이 매년 진행된답니다.
▲ 기항지에 정박해 있는 오션드림호
피스앤그린보트의 프로그램은 크게 선내프로그램과 기항지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먼저 선내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배 안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무래도 배 안에서의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탑승객들을 위한 선내프로그램은 크게 강의, 공연, 휴식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답니다. 기항지프로그램은 매년 다른 주제들을 가지고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역사적 문화 관광지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 마술 공연을 하고 있는 마술사 곽동호씨
배에서의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는 크루즈여행의 특성상 배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 있는데요. 피스앤그린보트는 탑승객들이 고민하지 않도록 풍성한 선내프로그램을 마련해놓았습니다. 제가 여행했을 당시엔 산악인 엄홍길, 권철현 전 주일대사, 작가 은희경, 작가 김홍신, 가수 이한철 등 여러 사회 저명인사들이 함께 승선하여 선내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채워주었습니다. 이들은 각자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강연 및 공연을 진행하게 되는데 탑승객들은 이에 따라 원하는 강의나 공연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강연을 듣고 싶지 않은 분들은 선내에서 자유롭게 쉴 수 있답니다.
▲ 갑판에서 바라보는 오션드림호에서의 야경
또한, 선내는 크루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휴식하는 승객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다양한 음료 및 주류를 즐길 수 있는 Bar와 이자카야, 헬스장, 수영장, 식당, 카페테리아, 클럽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오랜 기간의 여행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갑판에서 바다의 풍경이나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 또한 선내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 배에서 바라본 블라디보스토크역
기항지는 매년 프로그램의 주제에 때라 달라지는데요. 올해 8월에 진행한 피스앤그린보트의 기항지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일본의 홋카이도, 나가사키 그리고 후쿠오카였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남동쪽 끝이라는 지리적 위치와 더불어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시작점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곳입니다. 홋카이도는 그러한 러시아와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으며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한 곳입니다. 나가사키는 일본에서 유럽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도시로써 세계대전 당시 원폭이 투하된 곳이기도 합니다. 후쿠오카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도시로써 환경과 역사유적, 그리고 온천 관광이 잘 형성되어 있는 도시입니다. 이렇듯 매 기항지들은 환경과 역사에 관련된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 블라디보스토크 중앙광장
블라디보스토크의 분위기는 몰락한 공산주의 국가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무채색의 건물들과 사람들의 어두운 표정은 블라디보스토크를 넘어 러시아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따라갈 때마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전쟁을 기리기 위해 일정 인구가 넘는 도시에는 무조건 조성한다는 중앙광장 및 세계대전 당시 큰 활약을 한 잠수함을 그대로 이용한 잠수함 박물관 견학을 통해 전쟁에 대한 그들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백화점 및 마트에서 조금씩 내비치는 그들의 미소를 통해 그들 또한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홋카이도 오타루 시내
일본의 홋카이도에서는 일본 주민들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홋카이도 시내에 위치한 지하상가는 마치 우리나라의 지하상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넓고 깨끗하게 가꿔진 모습을 보며 시민의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삼청동과 같은 분위기의 오타루 시내에서는 여유를 즐기는 일본 시민들의 낙천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 나가사키 원폭기념관 앞 조선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비
우리에게는 짬뽕으로 유명한 나가사키, 하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아픔으로 기억된 도시이기도 합니다. 제가 방문한 8월 9일은 마침 일본의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지 70년을 맞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거리나 관광지 분위기가 엄숙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나가사키 원폭 투하 당시 나가사키에 거주하고 있던 조선인 약 2만여 명이 피폭을 당했습니다. 그러한 조선인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는 원폭투하중심지가 있는 평화공원과 원폭기념관 등에 조성되어 있는데요. 그곳에서 그들의 희생을 기리며 역사적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음을 하는 바람을 빌기도 하였습니다.
▲ 항해 중인 오션드림호
다양한 선내프로그램과 알찬 기항지프로그램으로 이뤄진 피스앤그린보트! 크루즈여행이라고 해서 마냥 호화로운 여행을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역사와 환경에 대해 어느 때보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학기 혹은 다음 방학에 색다른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피스앤그린보트 여행 한 번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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