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얼 상상하든, 늘 그 이상을 경험시켜주는, 한화케미칼 봉사단”
한화케미칼 직원들이 100% 자원봉사에 참여한다는 것, 아마 알고 계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근무 시간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운영 제도 때문이죠. [ 유급 자원봉사 제도 확인하기 ☞ ] 드디어 저에게도 자원봉사의 기회가 돌아왔습니다. 업무시간에 회사를 탈출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올레!!! 그…그렇다고 제가 일하는 게 싫다는 건 아닙니다. ☞☜ 그냥 가끔.. 아주 가끔 회사생활에 활력소를 주고 싶은 거랄까요? 흠흠.. 이해하시죠 팀장님?
오늘의 봉사활동은 서울시립 서대문농아인복지관의 어르신들과 석모도 나들이! 입니다. 어르신들께서 듣고 말씀하시는 게 불편하시기 때문에
평소에 개별적으로 멀리 관광을 다니기가 힘드세요.. 그래서 오늘 저의 역할은 이 분들께서 안전하게 석모도 구경을 하실 수 있도록 곁에서 챙겨드리는 일입니다! 그런데 왠지 제가 챙김 받을 것만 같은 이 기분은 뭐죠?
1. 준비하기- 수화로 자기 소개하기
각자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수 있도록 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수화를 배웠어요. 연습 후 한 명씩 앞에 나가서 시범을 보였는데, 그런데 각 사람마다 성격대로 수화 표현이 정말 다르더군요. 몇몇 분들은 마치 랩을 하는 것처럼 공격적이기까지! 우리 직원들 개성만큼이나 각양각색입니다. 서툴지만 열심히 자기소개를 한 덕분에, 분위기가 급 화기애애해졌지요~
2. 만남-낭만에 대하여
[자, BGM으로 최백호 혹은 이적의 “낭만에 대하여” 깔린다고 상상하시고~] 어떤 분들일까 어떻게 대하면 될까 행여나 상처를 드리진 않을까 조금 긴장했었건만, 다~ 기우였습니다. 저랑 짝꿍이 된 어르신은 정말 누가 봐도 멋진 분이셨어요. 귀가 들리지 않아도 제 입모양을 보며 대화가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조만간 있을 하모니카 합주 공연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청력이 좋은 사람들도 하모니카 연주를 익히기란 참 어려운 건데, 정말 대단하시죠~
▲ 버스 안에서도 쉬지 않고 합주회 준비를 하고 계신 낭만어르신
석모도로 들어가는 배 안, 모두가 갈매기 새우깡 던져주기에 여념이 없을 때도 배 위에서 즉석 하모니카 공연을 하신, 낭만어르신이었습니다~
3. 시작- 조산(鳥山) 이선생님의 등산 트레이닝!
석모도에 도착해 처음 간 곳은 보문사였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았고, 풍경도 멋있었어요~ 모두가 의욕에 차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마애석불좌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죠.
‘으쌰으쌰!’ 그런데… 마애석불좌상이 있는 곳까지 418계단만 오르면 될 줄 알았는데 하모니카를 잘 부시는 낭만어르신께서는 음악만 잘하시는 게 아니라 암벽등반이라는 무시무시한 취미를 가지고 계신 산악인이셨던 거죠. (주말에 도봉산에서 한번 찾아보세요~ 조산(鳥山) 이ㅇㅇ 선생님입니다)
어르신께서는 주어진 한 시간 내에 산 정상에 올라 바위의 정기를 받아야 한다며!! 저를 해명산 정산으로 이끄셨습니다.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하시면서요.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이 있는 곳에서 뒷길로 가면 해명산 정산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당근: “거의 다 왔어요 저기 위에 보이죠?” (속았음 ㅠㅠ) “아이구, 한화에서 오신 분들은 다들 머리가 좋으셔~”
채찍: “근데 이거 우리 역할이 바뀐 것 같지 않아요?” (저를 끌고 가시면서)
어쨌든 바삐 걷고 또 걸었지만 정상은 보이지가 않았어요. 결국에는 시간 때문에 끝까지 다 못 갔는데, 어찌나 아쉬워하시던지…에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ㅠㅠ 봉사자가 체력이 딸려서 정상에 못가다니.. 그래도 사진도 찍고~ 덕분에 이런 멋진 풍경도 봤어요.
그리고 다시 418계단을 5분만에 뛰어내려왔습니다. 저는 정말.. 굴러서 내려가고 싶었어요. 운동의 필요성을 일깨워주신, 오늘 하루 저의 퍼스널 트레이너 역할을 해주신 낭만어르신이었습니다.
5. 마무리- 갯벌에서 조개캐기!
섬에 왔으니 당연히 갯벌도 한번 가줘야겠죠? 보문사에서 내려와 점심식사를 한 후, 갯벌에서 조개 캐기 체험을 했어요.
그..근데 누가 조개를 다 치워버렸나요?
아무튼 조개캐기는 지지부진하게 끝나고…다시 버스에 탑승해 서울로 돌아오는 길 내내 딥슬립에 빠졌습니다. 다시 생각하면 빙그레 미소짓게 되는 석모도 봉사활동. 항상 느끼지만, 봉사는 자기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도움을 드리려고 찾아갔다가 제가 오히려 많이 배우고 오니까요.
오가는 길에 농아인 어르신들로부터 좋은 말씀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요즘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저에게는 정말 와 닿는 이야기들이었어요. 낭만어르신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열정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젊었을 때 체력 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모처럼만에 저에게 딱 필요한 시간이 된 것 같아, 정말 좋았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가까운 산이나 바다, 또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게 어떨까요? 지금까지, 자원봉사 갔다가 팔랑팔랑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온 철딱서니 신 모 사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