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연간 소비량 293잔, 세계 7위 원두 수입국(2012년 기준)'. 바로 우리 한국인의 커피사랑을 보여주는 수치인데요. 급증한 커피소비로 인해서 커피 전문점은 지금 호황을 누리고 있죠. 그래서인지 길을 걷다 보면 길거리에는 커피 향들로 가득한데요. ‘죽음보다 달콤한 악마의 유혹, 커피 그리고 카페인’ 사람들은 왜 커피를 좋아하고 마실까요?
향정신성 물질 '카페인(Caffeine)'이 함유된 현대인들의 기호 음료 커피! 에티오피아(Ethiopia) 신화에 따르면 커피는 6~7세기경 칼디(Kaldi)라는 목동에 의해 커피가 처음으로 발견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염소들이난생 처음 보는 나무의 빨간 열매(berry)를 따 먹고 흥분하여 뛰어다니는 광경을 목격한 칼디는 이 열매를 먹어보게 되었고, 그 결과 자신도 염소처럼 기분이 들뜨는 것을 느꼈습니다. 칼디는 이 열매를 자기 마을 이슬람 사원의 사제에게 갖다 줬지만, 사제는 먹지 말라며 열매를 불 속에 집어 던졌습니다. 그 불꽃에서 기막힌 향기가 풍겨 나왔고 여기서 나온 구운 콩으로 최초의 커피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12~13세기에 걸쳐 십자군전쟁이 발발하면서 이슬람 지역을 침입해 온 유럽 십자군이 커피를 맛보게 되었고, 커피가 유럽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사실 카페인은 커피보다 초콜릿을 통해 유럽에 소개되었습니다. 카카오가 유럽에 소개된 지 1세기가 더 지난 뒤에야 더 진한 농도의 카페인 음료인 커피가 유럽에 소개되었습니다. 커피의 발견과는 별개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커피 마시기 기록은 10세기 아라비아인 의사 라제스가 갖고 있습니다.
▲ 런던의 커피하우스에서 탄생한 보험 회사 런던 로이즈(Lloyd's of London) (출처: Wikipedia)
유럽에 전파된 커피는 남부 유럽에서는 포도주를 대신하였고 북부 유럽에서는 맥주를 대신하게 되며 술을 대체한 음료로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아침 대신 에일 맥주를 마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1700년,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2000개가 넘게 되었고 이 곳에서 종교, 무역, 직업 관련 업무들이 이루어졌습니다. 런던의 커피하우스로부터 런던 증권 거래소를 비롯한 은행, 신문사, 잡지사, 보험 회사 등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브라질과 중앙아메리카는 커피 재배로 엄청난 개발을 하게 됩니다. 1734년, 아이티에서 처음으로 커피나무가 재배되었고 이로부터 50년 뒤,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절반이 생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근로 환경에 저항한 아이티의 노예들이 봉기를 일으켰고 장기간의 유혈사태로 얼룩진 이 봉기는 지금까지도 혼돈스러운 아이티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티에서 커피 무역이 쇠락하자 브라질 등의 중앙아메리가 국가들이 커피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였습니다. 거대한 설탕 농원들은 커피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하였고, 값싼 노동력이 필요한 브라질의 커피 재배자들은 노예들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브라질의 노예제도가 서방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커피였습니다.
커피를 재배하는 중앙아메리카의 나머지 국가들도 브라질과 유사한 형태로 노예제가 형성되고 토지 개간이 이루어졌습니다. 19세기 후반, 커피 단일 재배가 고산 지대로 확산되자 과테말라, 엘바도르, 니카라과, 멕시코의 원주민들, 즉 마야의 후손들은 강제적으로 토지를 빼앗기고 강제 노동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의 정치 불안과 폭력 혁명의 역사는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남긴 유산이 아닐까요?
카페인은 강력한 중추 신경 흥분제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약물 중 하나입니다. 최근 제시된 이론들에 따르면 카페인은 뇌를 비롯해 우리 몸 곳곳에 있는 신경 조절 물질인 아데노신(Adenosine)의 작용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아데노신의 방출되면 우리가 잠이 오게 되는데, 아데노신의 정상적인 역할을 카페인이 방해하여 잠에서 깨는 듯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심박수가 올라가고 혈관이 수축하거나 확장되는 효과를 경험하게 합니다.
▲카페인 분자 사진 (출처: Wikipedia)
카페인은 천식 완화제 같은 수많은 약으로도 사용되고 처방전이 필요한 약에도 들어갑니다. 카페인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수많은 연구 또한 진행되고 있으며 질병, 장애들과의 상관관계가 연구되어 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많은 카페인을 복용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기준 카페인 치사량은 10 g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대략 55~125잔의 커피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중주 신경계를 자극하는 물질인 알칼로이드 분자, 카페인 그리고 커피. 현대 인류가 이 분자를 누릴 수 있는 혜택 뒤에 숨겨진 비밀을 생각하며 추운 겨울 따뜻한 커피 한잔 어떠세요?
- 참고-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이야기(페니 르 쿠터, 제이 버레슨 作, 사이언스북스 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