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더웠습니다. 원전비리 사태로 원전들이 잇따라 멈춰 섰고, 전력의 수요예측을 잘못하는 바람에 여름철 전력최대수요량이 부족한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정부차원에서 블랙아웃을 준비하며 에너지 절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고 이런 노력에 힘입어 큰 걱정 없이 무더운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여름이 점점 더워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지구가 너무 더워진다는 것입니다. 지구온난화 현상은 19세기 후반부터 관측되고 있는 현상으로 온실가스의 증가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산업 발달에 따라 석유와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농업 발전을 통해 숲이 파괴되면서 온실효과의 영향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20세기 중 초반 혜성같이 등장한 냉각제 '프레온가스(CFCs, chlorofluorocarbons)'는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한 분자당 온실효과를 가장 크게 일으키고 오존층을 감소시키는 등 여러 단점 탓에 온실효과의 주범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꿈의 물질’이라 부르며 등장한 'CFC'. 기존의 냉각제들의 문제점인 유독성과 폭발성이 없고 공급량도 풍부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20세기 초 우리의 생활습관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냉장 산업에 혁명이 일어났고 썩기 쉬운 음식의 이동 및 보관이 용이해졌습니다.
냉동 식품 산업이 발달하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식품들이 개발되어 나오고 즉석 식품들이 나왔습니다. CFC는 우리의 생활방식과 먹는 음식까지도 바꿔 놓았습니다. 또한 열에 민감한 항생제, 백신, 의약품 등의 보관 및 운송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주거 환경을 냉각하는 도구에도 사용되었습니다. CFC가 등장하자 에어컨 산업은 급속도로 팽창하였고 사람들이 거주하고 활동하는 모든 곳들이 이전보다 훨씬 쾌적해졌습니다. 1970년대, CFC류 관련 화합물들은 연간 100만 톤 규모로 생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CFC류는 현대 사회의 생활 방식에 딱 맞는, 어떤 결점이나 단점도 없는 이상적인 기체로 보였습니다.
1974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화학회에서 두 연구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로 CFC의 영광은 막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CFC의 안정성 때문에 지구의 오존층이 파괴된다는 사실을 이들은 발견했습니다.
불안정한 화합물과 달리 CFC는 일반적인 화학 반응으로는 분해되지 않습니다. CFC가 그토록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도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이었습니다. 대류권에서 방출된 CFC들은 지구의 성층권까지 올라가서 태양광선에 의해 분해가 됩니다. 성층권에는 오존층이 있는데 성층권에서 분해가 된 프레온 가스의 염소 원자가 오존 분자와 반응해 ClO(일산화염소)를 생성하고, ClO는 산소 원자와 반응해서 산소 분자와 염소 원자를 생성합니다.
▲ 남극의 오존층 파괴현상 그래픽.
출처: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http://www.kihe.re.kr/03/main01_1.html)
염소 원자들이 두 단계의 반응을 거치면서 오존 분자를 분해하여 산소 분자로 변경시키며, 이에 오존과 산소 분자 사이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두 연구원은 발표하였습니다. 이 발표 이후 1985년 실제로 남극 상공에서 오존층이 고갈되고 있음이 들어났고, 오존 농도가 낮은 지역 상공에서는 ClO가 측정되었습니다. CFC의 위험성을 경고한 두 연구원 롤런드와 몰리나의 예측은 증명되었고, 1995년 CFC와 지구 환경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하였습니다.
198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몬트리올 의정서가 채택되었습니다. 몬트리올 의정서에 서명한 모든 국가들은 단계적으로 CFC의 사용을 줄이다가 2010년 완전히 금지할 것이 요청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 5월 몬트리올 의정서에 가입하였고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의 사용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 2007년 몬트리올 의정서 20주년 모습. 출처. Earth Negotiations Bulletin
프레온 가스로 인한 오존층 파괴로 인한 온실효과 이외에 탄소에 의한 지구 온난화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다음시간에는 탄소에 의한 지구 온난화 문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화케미칼의 노력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