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각종 상들이 존재합니다. 학창 시절에는 출석을 잘 하면 주는 개근상, 우수한 성적을 내면 학업우수상, 봉사 정신이 뛰어날 때 주는 봉사상 등등이 있고, 각종 대회에 나가면 장려상부터, 금, 은, 동에 최우수 일인에게 주는 대상이 있습니다. 이런 상들이 좋은 이유는 그 동안 들인 노력에 대해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과 왠지 모르는 좋은 기분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이러한 상들 중에는 아주 보편화된 상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받는 상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노벨상입니다. 노벨상은 1901년부터 수여해온 상으로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자이자, 화학자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서 인류에게 큰 기여를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의 총 6개 분야에 대해서 매년 수여를 하고 있는데, 수상자가 꼭 1명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특별한 일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보니 수상자가 매우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노벨상 수상자가 딱 한 분 계시지요. 지금은 고인이 된 김대중 전대통령입니다.
이렇게 한평생 연구하고 공헌해도 일생에서 한 번 받기도 어려운 노벨상인데, 이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그 업적이 대단하여서 단독으로만 두 번 받은 분이 있으니, 바로 오늘의 케미칼 스토리에서 소개해 드릴 라이너스 폴링입니다. 화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라이너스 폴링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을 거에요. 정말 화학이란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인물로 교과서에서도 많이 등장하곤 합니다. 또한 화학뿐만 아니라 생물학 분야에서도 큰 업적을 남겨 현대인이 즐겨 찾고 있는 비타민 제와도 관련이 크다고 하네요.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한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이 어떻게 노벨상을 두 번 타게 되었는지 오늘 케미칼 스토리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954년에 라이너스 폴링은 첫 번째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바로 화학분야에서 그의 공로를 인정 받아서 이 상을 받게 됩니다. 대부분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그 분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폴링도 예외는 아니였습니다. 책을 읽기 좋아한 폴링은 각종 책들을 섭렵했으며, 폴링의 아버지는 폴링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찾기 위해서 지방신문 편집장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이렇게 책을 좋아했던 폴링은 어린시절에 아버지 친구 제프리스의 집에 있는 화학실험기구를 다루면서 화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되었고 그 속에서 화학자가 되는 꿈을 키워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화학에 관심이 많았던 폴링은 오리건 주립대학에 입학해서 화학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화학뿐만 아니라 물리학과 수학과 같은 여러 분야에 대해서 지식을 쌓게 되고 이후 칼텍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유럽에서 2년간 유학 생활을 통해서 진정한 화학자가 됩니다.
폴링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그가 연구한 분야 중에서 원자와 원자가 만나서 이루는 결합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작은 물질에 대해서 연구를 해온 폴링은 분자가 가지는 특성들이 그것을 이루고 있는 원자간의 결합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해왔고, 이렇게 원자간의 결합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지 잘 모르시겠다고요?
사람에게는 두 개의 손과 발이 있는데요, 다른 사람과 손을 잡을 때 방법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한 사람과 두 손을 다 잡는 방법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두 사람과 각각 손을 잡는 것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더 이상 남는 손이 없어서 이 이상 다른 사람과 손을 잡을 수가 없지만 두 번째 방법은 더 많은 사람들이 손을 잡아서 연결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원자에 경우도 비슷하게 설명을 할 수가 있는데, 각각의 원자들은 다른 원자들과 잡을 수 있는 손을 가지고 있어서 이 손을 가지고 분자를 이루게 됩니다. 그런데 이 손이라는 것이 원자마다 다르고 잡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떤 분자가 만들어 지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해 집니다. 그리고 원자간의 결합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다양한 물질을 만들 수 있게 되는데, 한화케미칼에서 만들고 있는 다양한 화학물질들도 이러한 결합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 입니다.
어째든 폴링은 결합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 원자궤도라는 것과 혼성화 그리고 공명이라는 것을 도입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존에 결합을 설명했던 이론들 보다 원자끼리 손을 어떻게 잡는지에 대해서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들게 됩니다. 이후 이론을 통해서 복잡한 분자구조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쉬워지게 되었고, 화학을 배울 때에도 가장 기본적으로 배우는 이론으로 현재까지도 고등학교 교재나 대학교 교재에 잘 소개되고 있습니다.
▲ 라이너스 폴링과 그의 부인이 평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화학에서 큰 업적을 남긴 라이너스 폴링은 62년에 또 다른 노벨상을 받게 되었는데요, 화학분야가 아닌 평화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갑자기 왜 화학자가 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었나 궁금하시다고요? 바로 라이너스 폴링은 반핵 운동가였기 때문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해서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핵무기를 개발하는 맨하탄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입니다. 이후에 완성된 핵무기로 전쟁을 끝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무기의 무서움을 알고 반핵운동을 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폴링도 있었습니다. 사실 폴링은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여를 권유 받기도 했으나, 그 당시에 참여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네요.
이렇게 미국에서 반핵운동에 참여했던 폴링은 미국으로부터 심한 감시와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국외로 출국하는 것이 어려웠고, 이 당시에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속적으로 반핵운동을 했고 63년에 체결된 ‘부분 핵실험 금지 조약’을 이끌어 내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기여에 대해서 노벨상 수상위원회에서는 62년 평화상을 폴링에게 주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고 역사상 두 번의 노벨상을 단독으로 수상하는 인물이 되게 됩니다.
▲ DNA 구조
그런데 이 때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사실 폴링은 노벨상을 3번 수상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폴링이 반핵운동을 하기 전부터 단백질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단백질의 구조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많은 논문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반핵운동을 시작하던 시기에 폴링은 생명 신비를 알려줄 DNA 구조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분석을 하기 시작했는데, 같은 시기에 왓슨과 크릭도 이에 대해서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폴링은 미국으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어서 외국으로 입출국이 쉽지가 않았고 DNA 구조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유럽의 학회에 참여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적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 구조에 대해서 잘못된 예측을 하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만약 폴링이 유럽학회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노벨상을 3번 수상한 학자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 각종 비타민 C 제품들
건강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꼭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종합 비타민제입니다. 뚜렷한효과는 알 수 없지만, 왠지 꾸준히 챙겨먹으면 건강에 좋을 거 같아서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비타민제는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요? 솔직히 이것에 대해서 아직도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데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논란의 중심에는 항상 라이너스 폴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라이너스 폴링은 비타민 C 찬양자였습니다. 갑자기 비타민 C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은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비타민 C가 몸에 좋다고 믿었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하루에 약 3g 정도의 비타민 C를 먹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타민 C가 감기에 효과적이라는 내용의 ‘비타민 C와 감기’라는 논문을 발표하게 됩니다. 또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서 연구하여서 ‘암과 비타민 C’ 라는 책을 집필하게 되는데, 이러한 비타민 C와 관련된 폴링의 일들은 당시 의학계에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감기와 암에 특효라고 설명한 폴링의 주장을 반박하는 다양한 논문들이 나오고 폴링은 다시 이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반복되었습니다.
▲ 비타민 C 구조
이렇게 70년도부터 시작된 비타민 C의 효과와 관련된 이슈는 현재까지도 과학적인 근거가 없어서 효과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가 없는데요, 폴링은 스스로 연구소를 세워서 이런 이슈들을 종식시킬 연구를 계속 진행해왔습니다. 현재도 오리건 주립대학에 속해져 있는 폴링 연구소는 비타민 C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뛰어난 학문적 성과와 더불어 인류의 평화에 기여한 위대한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반핵운동뿐만 아니라 우리가 많이 먹는 비타민제도 이 분으로부터 시작이 되었다는 것을 보면 정말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주신 분이라 생각이 드는데요, 어서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위대한 과학자가 나와서 큰 영향을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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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
한화케미칼 http://hcc.hanwha.co.kr
한화케미칼 블로그 http://www.chemidream.com/
Linus Pauling Online, http://pauling.library.oregonstate.edu/
Linus Pauling and the International Peace Movement,
http://scarc.library.oregonstate.edu/coll/pauling/peace/index.html
톰 헤이거, 화학혁명과 폴링, 바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