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드립니다. 건강한 사내아이입니다.”
2013년 7월 18일 새벽 3시 36분 9개월의 기다림 끝에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탄생과 동시에 아이의 주변에는 일회용 기저귀, 젖병과 같은 신생아 용품들로 채워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아이의 주변을 돌아보니 곳곳에 화학이야기들이 보였습니다. 신생아 주변에 숨겨진 화학이야기들, 함께 살펴볼까요?
최초의 일회용기저귀는 1940년대 스웨덴의 제지 회사인 폴리스트롬 브룩사로부터 개발되었습니다. 브룩사는 일회용 기저귀 제품을 세계 최초로 생산하였지만, 호응을 얻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보다 상업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이 가정 주부인 마리온 도노번에 의해 등장하였습니다. 1949년 ‘보터’는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부모들에게 인기를 끌었으며, 물기가 새지 않도록 고안된 일회용 기저귀를 만드는 데 착수해 가공 처리된 종이로 제작한 시제품을 여러 회사에 보여주었습니다. P&G(The Procter & Gamble Company)는 1950년대 후반 도노번의 종이 기저귀 아이디어를 채택한 후 결점을 보완하여 1961년 ‘팸퍼스(Pampers)’ 기저귀를 전 세계에 출시하였습니다. 그럼 일회용 기저귀에는 어떤 화학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다량의 물을 흡수하는 ‘고흡수성 수지’
고흡수성 수지는 물에 녹지 않고 다량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학문적으로 정의하자면, “3차원 망상구조를 가지면서 다량의 친수기를 갖는 고분자로 물에 녹지는 않고 다량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이러한 원리 때문에 기저귀, 생리대 등을 만드는데 사용된답니다.
▲ 고흡수성 수지의 설계 모형
물을 잘 흡수하기 위해 고흡수성 수지는 ‘망상구조(network structure)', 즉 그물과 같은 형태를 가져야 합니다. 망상구조를 만드는 것은 고분자 중합(polymerization)이라는 화학반응을 이용하는데, 이는 분자들을 연결하여 실과 같이 긴 분자사슬을 만드는 것입니다. 분자사슬의 중간 중간에 다리 역할을 하는 적당한 크기의 분자사슬을 연결해 줌으로써 마치 그물 모양의 구조가 형성됩니다. 이 그물을 단단하게 설계한다면 어느 정도 압력하에서도 흡수한 물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망상구조에 물을 끌어당기는 친수성이 강한 분자들로 사슬을 만들면 자기 무게의 1,000배 이상을 흡수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고흡수성 수지가 만들어집니다. 고흡수성 수지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습기 없는 뽀송뽀송한 엉덩이를 유지할 수 있겠죠?
최근 유축기 사용의 보편화로 모유, 분유에 상관없이 젖병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의 입 안에 항상 물려져 있는 젖병은 엄마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으로 유리 제품을 제외하고는 석유 화학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석유 화학 제품 특성상 환경호르몬(BPA)에 자유로울 수 없는데 어떤 소재의 제품들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한번 볼까요?
여기서 잠깐! BPA란?
1891년 러시아 화학자 디아닌에 의해 합성된 bisphenol A(BPA)는 1930년대 합성 에스트로겐으로 사용하는 연구가 진행되었으나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고 현재는 폴리카보네이트나 에폭시수지 같은 플라스틱 제조의 원료로 사용된다.
BPA의 위험성!
동물이나 사람의 체 내로 유입될 경우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거나 혼란 시키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이다. 미 국립보건연구소 산하 국립독극물프로그램(NTP)이 2008년 4월 16일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량의 BPA를 주입한 실험용 쥐에서 전립샘 종양, 유방암, 비뇨체계이상, 성조숙증 등이 발견됐다며, 유아의 경우 BPA에 소량만 노출되더라도 전립선이나 유선조직의 변화와 같은 영향을 받게 되고 결국 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참 다양한 소재의 제품들이 있죠? 환경호르몬 걱정 없는 BPA free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많은 노력을 한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시판되고 있는 젖병들 중 PC 소재를 제외하고는 환경호르몬에 안전한 BPA free 제품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석유 화학 제품들이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플라스틱은 제조과정에서 인체한 유해한 가소제가 사용되어 환경호르몬의 위협에 노출되는데, 이러한 가소제를 사용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뜨거운 물을 붓더라도 환경호르몬이나 발암물질이 나오지 않는 안전한 젖병 소재를 만들어 냈답니다. 이와 같은 연구원들의 노력으로 가볍고 안전한 소재의 젖병을 우리 아이들은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학은 우리 삶에 전반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꼬리에 꼬리를 물로 우리의 일상 전반에 걸쳐 알게 모르게 이용되고 있네요. 이런 화학 덕분에 우리는 일상의 편안함과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고요. 예쁜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젖병, 기저귀 등으로 요긴하게 이용되고 있는 화학기술은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그 이상으로 우리의 일상주변에서 삶의 편의를 제공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사물, 요소를 만날때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화학기술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아마도 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화학 이야기에 놀라게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