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른 여동생과의 금지된 사랑, 형수님의 여동생과의 결혼. 종종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운명적인 사랑을 하지만 과연 이것이 결혼이 가능한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 때가 많지요? 이번에는 과연 나의 친척은 누구이며, 결혼이 가능한 친척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 볼까 합니다. 이야기에 앞서 아래 제시된 문제에 대해 각자 먼저 답을 해보는 것을 어떨까요?
1번. 형수의 여동생과의 혼인은 가능하다.
2번. 의붓 남매 사이에 혼인은 가능하다.
3번. 남매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친여동생이 아니면 혼인이 가능하다.
소위 ‘가족법’ 또는 ‘친족상속법’이라고 하는 것은 별도로 ‘가족법’이나 ‘친족상속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민법 제767조 이하 ‘친족’편과 ‘상속’편을 부르기 쉽게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족관계나 상속관계를 알기 위해서는 민법 조항들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친척’은 ‘혈족’과 ‘인척’을 포함한 개념인데, 거기에 ‘배우자’를 포함하면 ‘친족’이 됩니다. 쉽게 말해 ‘혈족’은 나와 피를 나눈 사람을 말하고, ‘인척’은 ① 혈족과 혼인한 배우자, ② 배우자의 혈족 ③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포함합니다(민법 제769조). 그리고 ‘혈족’ 중에서 나의 부모나 조부모 등 윗계열을 ‘직계존속’, 나의 자녀나 손자들은 ‘직계비속’이라고 하고, 나의 형제자매나 직계의 형제자매 및 그 직계혈족을 ‘방계혈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혈족과 인척을 나의 친척이라고 하면 친척의 범위가 너무 넓어지므로 민법 제777조에서는 ‘8촌 이내의 혈족’ 및 ‘4촌 이내의 인척’만을 친척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법률 용어들이 한자용어라서 너무 헷갈리시죠? 그래서 간단하게 생각하시면, 나랑 촌수 계산해서 피를 나눈 사람은 8촌까지(물론 피를 나누지 않았어도 ‘입양’을 통해 혈족이 되기도 합니다),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혼인을 통해 맺어진 인연은 4촌까지가 ‘친척’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근데 왜 이렇게 장황하게 친척 개념을 설명했느냐? 그건 바로 이번에 다룰 법률상 혼인이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위에서 언급했던 금지된 사랑이 혼인까지 가능한지를 한 번 볼까요?
민법 제809조에서는 ‘근친혼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동성동본’이라고 하여 같은 본을 쓰는 사람들끼리의 혼인을 혼인의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7년 헌법재판소에서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등에 위배된다’고 하여 헌법불합치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 후 민법이 개정되면서 그 범위를 축소한 근친간의 혼인만을 금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근친’이라고 하면, ‘① 8촌 이내의 혈족, ②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를 의미하고, ‘8촌 이내의 혈족’과의 혼인은 무효사유, 그 외 근친혼은 취소사유가 됩니다 (민법 제809조, 제815조, 제816조). 취소 사유의 경우는 혼인 중 포태(胞胎, 임신)하면 혼인을 취소할 수 없어 향후 배우자는 상속인이 될 수 있지만, 무효 사유는 포태 여부에 상관없이 혼인 자체가 무효가 되어서 그 배우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제809조 (근친혼 등의 금지)
①8촌 이내의 혈족(친양자의 입양 전의 혈족을 포함한다)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②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의 4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거나 이러한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③6촌 이내의 양부모계(養父母系)의 혈족이었던 자와 4촌 이내의 양부모계의 인척이었던 자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
제815조 (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개정 2005.3.31]
1.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2. 혼인이 제809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3.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直系姻戚關係)가 있거나 있었던 때
4.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그러면 몇 가지 케이스를 나눠서 구체적인 결혼 가능성을 한 번 생각해 볼까요?
1번 정답은 ‘O’.
형수의 여동생과의 결혼(소위 ‘겹사돈)은 현행법상 가능합니다.
겹사돈의 문제로 화제가 된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방송중 화면 캡처)
우선 형수의 여동생은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에 해당하여 ‘인척’이 아닙니다. 과거 1990년 이전 민법에서는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도 인척에 포함하여, 8촌 이내의 인척은 혼인이 금지되었습니다.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은 소위 사돈에 해당하는데, 과거 겹사돈이라고 해서 관습상 인정되었던 것을 금지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1990년 민법이 개정되면서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을 인척에서 제외함으로써 겹사돈이 가능해지게 되었습니다. 과거 겹사돈을 금지했던 이유는 대한민국 건립 후 최초 민법 제정시, 중국 민법을 모방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최근 중국 혼인법을 보면 인척의 경우는 혼인을 함에 어떠한 제한도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중국도 지난 반세기 동안 혼인 관계에 대한 인식이 매우 급진적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우리는 6촌 이내의 인척과의 결혼도 금하고 있으나, 현행 일본법은 3촌 이내의 인척과의 결혼 만을 금하고 있어 동아시아 3국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근친혼 금지 범위가 가장 넓다고 볼 수 있겠네요.
2번 정답도 ‘O’
의붓 남매 사이에도 현행법상 혼인이 가능합니다.
의붓남매의 결혼건으로 화제가 된 드라마, ‘천 번의 입맞춤’(방송중 화면 캡처)
예를 들어, 자녀가 있는 아버지, 자녀가 있는 어머니가 재혼한 경우, 그 자녀들 사이에서 결혼이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보겠습니다. 즉, 의붓 남매가 인척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는데, 현행 법률상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은 앞서 보았듯이 인척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의붓 남매 사이에서는 혼인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계부나 계모가 상대방의 자녀를 입양하면, 법적으로 의붓 남매는 혈족이 되기 때문에 혼인이 불가능하게 되는데, 현실에서 입양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아마도 입양을 하면 혈족관계가 되어 상속인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3번 정답은 ‘O’
친남매간이 아니면 혼인이 가능합니다.
남매간의 사랑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가을동화’(방송중 화면 캡처)
의붓 남매가 아니라, 서로 피를 나눈 남매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동생이 어렸을 때 병원에서 뒤바뀌게 된 것을 알게 된 경우(‘가을 동화’에서 준서와 은서의 관계)는 친자관계 확인 등 법적 절차를 통하여 친족관계가 소멸하게 되면 현행법상 혼인이 가능합니다.
예전에 방영되었던 ‘가을동화’라는 드라마에서 준서와 은서는 남매로 함께 컸지만 병원측 실수로 은서와 준서의 친동생이 바뀌어져 자랐다는 사실을 부모님이 알게 되면서 은서는 자신의 생부에게로 가게 됩니다. 당시 드라마에서 언급은 없었지만, 당시 생부가 은서에 대한 친자관계 확인에 관한 법적 판단을 받았거나 준서의 부모가 은서를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민법 제847조)’ 등을 통해 친생자 관계를 해소시켰다면, 더 이상 준서와 은서는 소급적으로 친남매도 아니고 친척도 아니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거 친생자 추정에 의하여 혈족 관계였다고 하더라도 법원을 통해 친자관계가 부인(否認)이 된 이상 준서와 은서는 현행법상 결혼이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아마도 드라마에서는 극적 효과를 위해서 둘 간의 애틋한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얼마 전 해외 토픽 중에 나이지리아에서 장모가 딸이 죽자 그 사위와 결혼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이러한 일들이 해외에서 일어났다고 하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민법상 ‘당사자 간에 직계인척 이었던 자’와의 혼인을 무효로 규정하기 때문에 실현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또한 현행 중국 혼인법도 인척이었던 자와의 혼인이 무효사유가 아니므로 위와 같은 유형의 혼인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 정서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어렵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