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 있어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함께 일 하지만,
절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네 직장인들의 감춰진 속내.
회식으로는 결코 풀리지 않을 소통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상사를 위한 변명 – (2) 소통
관련 포스트 보러가기 ☞ 상사를 위한 변명 – (1) 회식 |
아래는 저자가 김팀장, 지매니저, 윤사원과의 인터뷰 내용을, 갈무리 해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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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팀장 曰: 회사가 어렵다 보니 아무래도 그냥 있어서 될 일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회의하자고 했고, 끝나고는 간단히 삼겹살이라도 먹으면서 격려라도 해 줄 요량이었지요. 근데 처음부터 지매니저하고 윤사원의 표정이 안 좋았어요. 난 그저 둘 사이의 일로만 알았습니다.
지매니저 曰: 맨날 회의 하면 뭐합니까, 회의할 시간이면 그 시간도 아껴서 영업하러 나가야 옳지요.
뭐 그렇다고 팀장님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에요. 오죽 답답하셨으면 툭하면 회의하자 하시고, 미안해서 저녁 먹자 해놓고는, 회사 걱정되셔서 메뉴는 항상 삼겹살… 저는 그렇다 치고 애들한텐 제가 미안할 때가 많아요. 소도 먹여가며 부려야 하는 법인데…
윤사원 曰: 제가 회를 못 먹어 팀장님껜 좀 죄송하기도 해요. 팀장님은 건강진단 했더니 육류가 몸에 해롭다고 먹지 말라 하셨다지 않아요. 뭐 그래도 나는 회를 못 먹으니-_-;
지매니저 曰: 팀장님이야 그렇다 치고 문제는 어린 친구들이에요. 맨날 끼리끼리 다니고, 통 대화를
안 하려고 해요. 여자 후배들이 들고 다니는 비싼 커피를 ‘허영심’이라고 불렀다가 제가 되려 무안 당했어요. 선배 말이 무슨 뜻인지는 듣기 싫고, 안 통한다는 생각만해요. 남자 후배들도 한심해요. 여직원들한테 잘 보이는 것만 신경 쓰고, 그게 신사도라 여기는데 제 눈에는 굽신도에요. 나중에 부장되고 임원 될 친구들이 그래서 뭘 할 수 있겠어요? 자존심은 있어서 이렇게 말하면 삐치기도 잘해요. 그러면서 윗분들께는 한마디 말도 못하고 자기들끼리 수군대지요. 세대 차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두려운 거예요.
김팀장 曰: 나는 오히려 지매니저가 내 말에 공감할 줄 알았어요. 그래도 예전으로 말하면 과장인데… 자기 자리를 확고히 잡아 후배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간관리자의 일 아닌가요? 소신 있게 자기 주장하는 걸 보면 대견하지만, 과하면 기분 나쁘죠, 나도 사람인데 말이죠! 상사가 ‘어흥’해도 부하들 귀엔 ‘야옹’ 으로 들리는 시대라지만, 같이 근무하는 바로 아래 직원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그냥 있기가 힘들죠!
윤사원 曰: 팀장님은 말씀이 너무 어려워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하시지, 저희더러 군기가 빠진 거니, 예의가 없다느니 그런 말씀은 왜 하시는지,,, 차라리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시고, 틀린 점 과감하게 지적해 주시면 훨씬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우유부단 하시니 지매니저가 얕잡아 보는 것 아닐까요? 누굴 탓하겠어요.
사흘 전에도 매니저님이 팀장님께 실수를 했지요. 과음 탓이긴 해도 그건 너무 심한 말이었어요. 팀장님께서 못 들은 척 넘어가셨지만, 저희끼린 그래도 이건 아니다, 이런 의견이 팽배했어요. 매니저님은 왜 맨날 사고를 치는 걸까요? 고민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일을 수습하기는커녕 확대 재생산만 하시니…
김팀장 曰: 그 말을 들었을 때엔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르더라고요. 내가 그간 너무 무르게 대했나 싶어 후회도 되고, 더욱이 어린 후배들로부터 전해 듣고 나니 더 창피하더라고요. 쥐구멍 찾는 심경이었어요. 함부로 말하는 친구나, 그걸 찾아 고자질하는 친구나 다 문제가 심각하다 봤어요. 정말 이번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윤사원 曰: 매니저님이 팀장님 들으시라고 한 말을, (팀장님) 기분 안 나쁘시게 잘 전해 드린 것 밖에 없는데 왜 그리 화를 내시는지! 소통 하자면서, 있었던 사실도 감추면 그게 어떻게 소통이에요? 전 아무래도 괜찮아요, 사무실 분위기야 좀 나빠질 수도 있죠 뭐. 그렇지만, 팀장님하고 매니저님하고 두 분 사이가 안 좋을 때면 확실히 불편해요. 그 피해를 저희가 그대로 받는 건 더 이해가 안 가고요!
지매니저 曰: 뭐 제가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솔직히 팀장님 자극 좀 받으시라 그랬어요. 맨날 그런 쫌생이로 사시니 만년 부장이지요. 아 좋은 것 좀 먹자는 게 잘못인가요? 그래요, 내가 한마디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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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가 넘어서야 비상대책회의는 끝이 났다. 김팀장이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는 저녁도 못한 직원들이 긴장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김팀장은 갑자기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죄도 없이 외면당한 허기나 위로해주자며 모두를 대동하고 포장마차로 향했다.
지매니저 曰: 팀장님, 죄송합니다. 잘 하겠습니다.
김팀장 曰: 별소릴..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다음엔 소고기 먹자고. 내 한번 크게 낼 테니!
(졸던 윤사원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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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려던 참이었다. 바람이 잦아들면서 눈은 제법 송이모양을 만들어 보인다. 어깨에 쌓이는 매무새가 위태롭다. 그래도, 내일은 하얀 색으로 소통하는 세상을 볼 수 있을 테지. 그렇게 깊은(?) 혹은 기쁜(?) 대화를 나누고 그들은 일어섰다.
‘빠바에서 썸남 만났는데 걔가 너무 에바 심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는가?
모른다면 우린 소통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지금의 우리 사이보다 더 불통인 어린 친구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까, 하하하!
정말 우린 소통하고 있긴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