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나니 출근 길 아침공기가 시원하다 못해 조금은 쌀쌀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가을이 오면 여름 내 활발하게 움직였던 세포들이 기온에 맞게 조금은 차분해지는 듯한 느낌인데요. 가을하면 기분이 좋았다가 한 없이 우울해졌다가 오락가락하는 자신을 "가을형 인간"이라 지칭하는 지인들이 유독 많아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가을에 어울리는 스크린셀러(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베스트셀러)를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일본에서 매번 출간되는 저서마다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하나의 공식이 되어버린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 볼까요?
01. 한국판 용의자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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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일본판 용의자 X의 헌신
두 남자의 뜨거운 대결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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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은
여주인공이 전남편의 폭행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웃에 사는 천재수학자 남주인공이 평소 좋은 마음으로 대했던 여주인공의 범죄현장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여주인공을 위한 완벽범죄를 계획합니다. 사건의 담당형사는 강력한 용의선상에 있는 여주인공의 완벽한 알리바이에 오히려 더욱 의심을 가지게 되고....
한국판 용의자 X는
배우출신 방은진 감독의 지휘아래 원작을 보다 디테일하게 표현하여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로 부터 진지하게 격조있는 영화라고 찬송 받은 바 있고, 일본판 용의자 X의 헌신은 오리지널리즘을 극대화하여 일본 특유의 스산함이 스크린을 통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03. 한국판 백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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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일본판 백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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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은
부모에게 보호를 받아야 할 나이, 12살.
여주인공은 밤마다 엄마손에 이끌려 돈 몇푼에 다른 남자의 손에 건네지고, 아버지의 밤마실이 궁금했던 호기심 많은 남자주인공은 아버지 몰래 뒤를 따라 나섭니다. 남주인공의 도서관에서 시작된 풋풋한 첫사랑의 대상이 자신의 아버지의 더러운 손에 건네지는 장면을 목격한 남주인공. 아버지를 향한 실망과 배신에 몸서리 치며 첫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딜레마에서 옳지못한 선택을 하고 맙니다. 담당형사는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몇년 후 다시 만난 두 주인공과 담당형사. 어릴 적에 범한 과오를 덮기 위해 범죄를 범죄로 덮으며 주변인물과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시작하고...
과연 이 두 주인공은 담당형사의 예리한 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을 위해 어디까지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지 그 보이지 않는 한계를 절제있게 표현하는 수작입니다.
한국판 백야행은
한국의 실정에 맞게 조금은 각색되어 원작의 시릴 듯 차가운 느낌을 100% 받을 수 없지만 천의 얼굴 손예진과 마성의 고수가 펼친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연기는 손예진의 아리도록 아름다운 영화의 엔딩에 영화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높여주는 완벽하게 여주인공으로 녹아든 최고의 결정체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 과연 이들을 유죄라고 말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하는 타 블로그의 저자가 말한 '백야행이라 쓰고 후회라 읽는다.'는 한마디로 표현되는 멋진 영화입니다.
가을엔 이 영화!! '용의자 X'와 '백야행'
떨어지는 낙엽한장에도 마음의 큰 동요가 이는 선선한 가을에 정통멜로와 미스테리 스릴러가 탑재된 위의 두 영화를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한국판과 일본판의 이란성 쌍둥이 같이 같은 듯 다른 느낌의 영화를 보며 어떤 작품이 마음을 센티하게 하고 오래오래 잔상이 남는지 비교하면서 음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