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제법 날이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운 날이 많았어서 긴 팔을 입을 수 있는 가을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는데, 막상 쌀쌀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출근하게 되니 또 무더운 여름날 계곡에서 수영했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쌀쌀하고 일교차가 큰데 모두들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세요.
그동안 한화케미칼 여수공장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소식들을 전해드렸는데요. 8월에는 “공장은 사람의 몸과 같다.”라는 주제를 다뤘었고, 9월에는 “긴 연휴 후유증 극복하기”라는 주제를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공장 엔지니어로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업무 중 하나인 “자산화 공사”에 대해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알려주세요! #자산화 공사
자산화 공사란 무엇일까요? 막연히 단어를 본다면 뭔가를 사거나 만들어서 우리 공장 소유의 자산으로 추가하는 공사로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자산화 공사는 설비의 신규 취득, 증설, 교체, 시설보완, 개조 등 자본적 지출을 초래하는 모든 공사를 말합니다. 공장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게 되면 여러 가지 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손꼽을 수 있는 업무가 바로 자산화 공사 추진입니다. 최초에 설치된 후 아무런 변경이나 개선 없이 돌아가고 있는 공장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장에 근무하는 엔지니어 및 현장 운전원들은 여러 아이디어와 공정개선 검토를 통해 어떻게 하면 원가를 절감하고 설비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과 아이디어들은 검토 및 심의를 거쳐 실제 공장에 적용됩니다. 이런 일을 통해 원가가 절감되고 설비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그만큼 보람된 순간도 없을 것입니다.
자산화 공사의 #순서
1. 아이템 선정 및 계획 수립
매년 10월경에는 내년도의 생산, 가동정지, 판매, 자금 및 예산, 회사 및 부서 운영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 이때 자산화 공사 계획도 수립을 하게 되죠. 그동안 검토해왔던 공정 개선 아이템 중에 설비의 신규 도입이 필요하다거나, 환경/안전 관련된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설비를 도입/교체해야 한다거나, 노후화된 설비를 새로운 설비로 교체해야 한다거나, 변형이나 손상 등으로 더 이상 사용이 불가하여 교체해야 한다거나 하는 아이템들을 체크하고 그중에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을 선정하게 됩니다. 그런 다음 각 부서에서 하고자 하는 공사 건들에 대해 중요성, 우선 선위, 예산 등의 타당성 검토를 하면서 조정과정을 거친 후 내년도 자산화 공사 아이템 및 예산이 확정되게 됩니다.
2. 자산화 공사 승인
계획수립에 포함되었다고 해서 바로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템마다 각각의 승인품의서를 작성하고 승인을 득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해당 공사에 대한 설명, 환경/안전 관련 검토내용, 공사에 대한 예산 사용 계획 및 견적서, 공사 기간, 도면, 인허가 사항 등 공사와 관련된 제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또한 승인품의를 위해서는 면밀한 사전 검토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를 회수해서 공정에 투입되는 스팀을 절감하는 열교환기를 추가하는 공사라면 열교환기의 재질, 사이즈, 튜브갯수, 효율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노후된 설비를 교체하는 공사라면 동일한 재질과 동일한 사이즈로 제작해도 문제가 없을지, 아니면 재질을 업그레이드하여 조금 더 비싸지더라도 수명이 길어질 수 있는지, 형태의 변경을 통해 수명을 연장시킬 방안은 없는지 등 여러 가지 제반 사항과 개선할 사항에 대해 검토를 해야 합니다. 이때는 공무부서의 정비, 계전, 검사 부서의 담당자들과의 협의, 검토, 공유가 필요하죠.
3. 공사 시작
이렇게 자산화 공사에 대한 모든 검토가 끝나고 승인을 받게 되면 본격적으로 해당 공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해당공사에 대한 전산코드가 생성되고 그 코드를 활용해서 비용을 집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설비를 교체하는 건을 예로 든다면 먼저 해당부서에서 설비에 대한 제작 요청을 공무부서에 제출합니다. 그럼 공무부서에서는 기술검토 후에 구매부서에 구매 요청을 제출하게 됩니다. 그럼 구매부서에서는 공사 아이템 및 구매하고자 하는 설비의 제원을 제공하고 희망업체들의 담당자들을 한데 모아 현장 설명회를 실시하게 됩니다. 공사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고 실제 현장을 확인하고 기타 협의되어야할 사항들을 함께 협의하는 자리입니다.
이렇게 현장설명회를 마치게 되면 업체에서 실제 비용에 대한 견적서를 제출하게 되고, 업체에 대한 검증, 금액에 대한 검증을 실시한 후 기술력과 비용, 납기 측면을 고려해서 최적의 업체에게 발주가 나가게 됩니다. 이때 구매부서에서는 협상을 통해 비용의 적절성을 다시 한 번 협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업체가 결정되면 자산화 공사 관련 담당자들과 해당 업체 담당자들이 모여 킥오프미팅(Kick-Off Meeting)을 실시하여 공사의 시작을 알리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 바로 납기입니다. 시급성이 있는 공사의 경우 최단기간 내 납기를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해당 설비가 문제가 되어 공장이 가동정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명확한 납기 일자를 제공해야 하고 업체와 협의를 해야 합니다. 업체에서도 설비 제작을 위한 자재구매부터 시작을 해야하기 때문에 납기의 협의는 비용과 더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므로 잘 챙겨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인허가입니다. 해당 설비 또는 공사 내용이 법규를 준수하는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하고 법규에 맞는 인허가 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반드시 챙기고 인허가 업무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 때에는 환경안전팀, 기술관리팀 등 유관부서의 인허가 담당자들과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4. 설비제작
설비 제작이 시작되면 이제 자산화 공사는 반 이상 진행되었다고 보면 되고, 설비 제작 기간은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년이 넘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좀 여유가 생기고 다른 업무들에 매진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이때 중간중간 업체에 방문해서 제작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납기는 잘 준수될 수 있는지, 원했던 디자인으로 잘 제작이 되고 있는지, 제작이 완료되면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서 제작이 잘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검수를 실시하게 됩니다. 해외에서 제작하는 고가의 설비일 경우에는 해외 업체에 가서 검수를 하게 되므로 외국어 실력도 갖추어야겠죠?
5. 교체공사
자, 이제 설비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럼 교체공사를 실시하게 됩니다. 교체공사 전 설비 입고 직후 바로 공사를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일정 기간 보관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놔야 합니다. 교체공사의 기간도 잘 선정을 해야 하는데, 만약 공장을 가동 정지해야만 교체할 수 있는 설비일 경우 납기를 가동정지 기간과 맞춰서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사에 필요한 인원, 장비, 기타 부품이나 배관류들도 사전에 준비되어있어야 합니다.
특히 대규모 공사일 경우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때 인원 선정에 있어서도 숙련 여부, 전문성 등을 체크하고 작업내용 교육, 위험요소 교육, 안전규정 준수 등에 대한 사전 교육도 실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 설치된 설비와 주변 배관과의 연결 부분들이 용접은 잘 되었는지, 계기나 부속품들도 빠짐없이 설치되고 연결되었는지 확인도 해야 합니다.
6. 시운전
실제 설비를 가동하면서 최초 검토했던 사항들이 잘 운영되고 효율도 잘 나오는지, 운전 간 설비의 상태는 어떤지, 공정조건들의 변화는 어떤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기존에 있었던 설비를 교체한 경우에는 공정 운전조건이 크게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신규로 설비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신규 설비 전, 후의 공정조건이 바뀌게 됩니다. 변경된 운전조건에서 공정 운전에 문제는 없는지, 에너지 밸런스는 문제없는지 등을 확인하게 되죠. 만약 해당 설비가 에너지를 회수하는 열교환기일 경우 검토되었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잘 나오는지도 직접 확인하게 됩니다.
7. 자산화 공사 종결 보고
종결보고에는 공사 개요에서부터 공사 기간, 세부 정산 내역서(세금계산서 포함), 기술 관련 자료(도면, 설비의 Datasheet 등), 공사 단계별 사진, 구 설비에 대한 처리 방안(불용처분 등), 인허가 추진 사항 등에 관련된 자료들이 모두 첨부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자산화 공사 종결보고서는 최초 승인품의서와 마찬가지로 승인권자에게 결재를 상신해야 합니다.
자산화 공사 추진 시 예산관리 부분은 아주 중요하고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할 항목입니다. 최초 승인품의 당시 승인을 받은 예산 내에서 비용이 집행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합니다. 예산 대비 10% 이상 초과하게 되면 재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자, 이제 자산화 공사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오시나요? 공사 내용이 크거나 작거나에 상관없이 자산화 공사는 너무 중요한 업무입니다. 사업의 검토부터 예산 관리, 인허가 관리, 공사 관리, 인력 관리 등 많은 부분을 챙겨야 하고 또 관리해야 합니다. 공장에서 자신이 바꾸고 설치한 설비들이 하나둘씩 들어가는 것을 보면 정말 보람되고 진짜 자신의 공장처럼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공정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이 가고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관리하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자산화 공사를 해나가면서 점점 화학 공장 엔지니어로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구요. 한화케미칼 블로그에는 오시는 많은 대학생분들에게 화학 공장 엔지니어 업무 중 자산화 공사는 어떤 것인지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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