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하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역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실 거라 생각되는데요.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까, 항상 고민이시죠? 코레일의 내일로를 떠나는 청년들, 짧은 휴가 기간 휴양도 하고 관광도 하고 싶은 바쁜 분들에게도 정해진 시간 동안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곳을 정한다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일 거예요. 그래서 제가 10만 원의 적은 예산으로 120년의 역사를 즐길 수 있는 여행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군산인데요. 지금부터 저와 함께 군산으로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왜? #군산
▲ 출처: 전라북도청, http://www.jeonbuk.go.kr/
왜 군산일까요? 우선 1박 2일간의 여행예산을 편성하기가 매우 수월해요. 고속버스 기준으로 왕복 교통비가 \26,000이고, 게스트하우스 기준 숙박비가 평균 \25,000이며, 이성당 방문을 포함한 식비는 네 끼 정도를 챙겨 먹어도 4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여기에 간단한 이동에 필요한 택시비 등 비상금 만원을 더하면 10만 원으로 풍족한 휴양여행을 떠날 수 있어요. 또한 군산은 1889년에 조선이 자주 개항한 첫 번째 항구입니다. 일반적인 관광지라도 골목골목 둘러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가지요. 인적 드문 선창에서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증기선의 환영을 볼 수도 있고요!
1박 2일 일정으로 군산에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실제로 군산 시내는 하루면 다 둘러볼 정도로 동선을 짜기가 편리하고, 시외의 명소를 둘러보기 위해 하루 정도를 더 투자하면 바쁜 분들에게는 충분한 여행을 허락합니다. 게다가 해외의 도시학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르는 근대와 현대의 혼재가 여행자들에게 많은 감명을 주는데요. 비록 바다에 빠져 볼 수는 없지만 멋진 스냅샷과 역사를 간직한 도시의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그야말로 철길과 사람의 거리, 단 십 센티미터인 곳입니다. 양옆 주택에는 아직도 주민분들이 살고 계시고, 철길 위에는 햇빛에 기분 좋게 마르는 마늘과 고추 등이 정갈하게 널려 있어요. 군산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오래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철길이라는 특수한 풍경에서 커플은 물론 가족, 친구들도 셀카봉을 들기에 여념이 없지요. 이곳에 기차가 다니지 않은 것은 10년 가까이 되었지만 붉은 녹이 슬어 있는 레일은 아직 10km/h로 달리던 기관차를 기억하는 듯합니다. 철길 옆으로는 한옥, 파스텔톤이 칠해진 벽들이 가득해요.
철길마을의 70년대 느낌을 다시금 보고 싶으시다면 약 400m를 걸어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 곳으로 갑니다. 이곳에서부터 군산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길의 절반 정도가 인적 드문 철길골목으로 통합니다. 양 옆에는 폐자재가 버려져 있고 주택 앞에는 담배를 태우시는 할아버지가 햇볕을 쬐십니다. 철길마을의 붐비는 인파 없이 기찻길의 낭만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더 걸어 보세요! 단, 낭만에 빠지는 순간에도 이곳은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라는 것은 잊지 말아 주세요.
철길마을에서 군산항 쪽으로 10분만 걸어가면 자그마한 선착장이 나옵니다. 군산은 1889년 우리나라가 최초로 자주 개항한 항구이자 상업의 요충지였는데요.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이곳에서 일제가 수탈했던 곡식들이 일본으로 보내졌습니다. 곡창지대였던 호남 지방에서 나던 곡식을 일본의 전쟁 물자로 모두 징발했던 거죠. 광복이 올 때까지 군산항은 일본인들의 상업 거점이 되고 실제로 거주했던 일본인들이 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팽창했습니다. 소설가 채만식은 대표작 <탁류>에서 이때의 군산을 ‘도박꾼의 공동조계요, 모나코의 도박도시’라고 비유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때 아픈 역사로 남았던 근대의 자취들이 군산의 근대문화유산으로 탈바꿈하고, 새만금 사업과 더불어 군산은 다시금 서해안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그런 군산항의 변두리에서 자그마한 구멍가게와 술잔을 기울이는 어르신들이 보이는 선창입니다. 째보선창에서 여러분들은 갈매기와 오래된 노랫소리, 이끼가 낀 축대와 몇십 년 전부터 이곳을 밝혔던 등대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가끔은 곡식을 가득 실은 세곡선의 환영이 지나가기도 하지요. 쇠락한 어시장에서 어떤 그림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째보선창에서 다시 10분 정도 서쪽으로 걸으면 군산 근대역사박물관과 구 군산세관이 나옵니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은 가족 단위나 친구/커플 분들도 간단히 둘러볼 수 있는 곳인데요, 입장료 및 개관시간은 조건과 관람장소에 따라 상이하니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군산세관으로 가는데요, 지금 자리한 신 세관 바로 옆에 구 세관이 있습니다. 구 군산세관은 무료로 입장 가능하고, 예전 세관의 자취를 그대로 남기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예전 군산항이 간직한 수출/입의 흔적을 전시해놓고 있습니다. 압류당한 여러 가지 밀수품들과 인기를 끌었던 물품들에서 옛날의 향수를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오래된 골동품과 이제는 볼 수 없는 물건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전시장에서 하염없이 바라보고 계시더라구요. 또한 옛날 세관장이 입었던 제복 상의 두 벌을 누구나 입을 수 있게 비치했어요. 이곳에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제복을 입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 추억을 남기고 가십니다. 세관 내부를 둘러보는 데에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으니, 간단한 스냅샷으로 여행의 기억을 간직하세요!
저 위풍당당한 함교와 마스트를 보세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과 묶어서 통합권으로 관람할 수 있는 위봉함 676호의 모습입니다. 군산 진포해양공원에는 퇴역한 함선과 전차, 낡은 어선들이 파도에 출렁이며 여러분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어요. 위봉함 내부에는 최무선의 진포대첩 등 해양 전투, 군산 역사 관람 및 병영생활 체험이 가능한 시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통합권 가격은 성인 기준 \3,000이니 가족 단위 방문객이라면 한번 들러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부교 위에서 갯벌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게나 끼룩대는 갈매기를 보는 것도 좋아요.
<이런 추억은 어때요?>
진포해양공원에서 조금만 시내 쪽으로 들어가면 군산의 명물인 물짜장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국제반점, 영화원 등등! 가격대는 \7~8,000.
<꼭 기억하세요!>
째보선창은 가급적이면 해가 밝을 때 방문하도록 하고, 혼자보다는 둘 이상이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군산의 많은 상점들이 첫/셋째 주 일요일에 문을 닫아요. 주말 여행이라면 가고자 하는 식당/상점의 휴무일을 확인하세요!
여기 확인 안하고 간 불쌍한 영혼은 단팥빵도 못 먹어 봤습니다.
일본의 흔적을 매단 자물쇠 #히로스가옥과 동국사
히로스 가옥은 전형적인 일본식 양옥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집터입니다. 초원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신흥동 길을 쭉 따라 올라오면 이 일본 무가(武家)와 마주치게 되는데요. 당시 부유층이었던 집주인의 선택을 반영하듯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풍수적으로 길하다고 여겨지는 터미널 뷰(Terminal View)를 가지고 있는 주택입니다. 골목에서 시선을 전방으로 들었을 때 야트막한 언덕을 통해 산이 보이고 앞에는 하천이 흐르는 위치인데요, 인왕산을 낀 서울의 서촌에서도 찾아볼 수 있죠. 예로부터 터미널 뷰가 보이는 곳은 귀족이나 부자들이 살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히로스가옥 내부는 담으로 둘러싸인 데다가 주택 내부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요. 정원이 좁지는 않지만 주택의 높이에 비해 뒤로 물러서기가 힘들어서 표준 화각 렌즈나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주택 전경을 전부 담을 수 없습니다. 저도 표준렌즈를 가져갔다가 가옥 전체를 찍을 수가 없었어요. 이러한 제한적 특성상 정원부터 시작하여 집을 한 바퀴 돌고 금방 빠져나오게 되는데요, 일본식 가옥의 내부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포항 구룡포의 하시모토 가옥을 방문하시면 내부까지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히로스가옥에서는 정원과 일상의 공간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히로스가옥을 나서 산이 바라보이는 언덕으로 가면 역시 일본식 절인 동국사가 나옵니다. 대웅전을 보자마자 한국식 절에 비해 생소한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현존하는 국내 유일한 일본식 절이자 아직도 사찰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랍니다. 경내가 크지 않고 입장료도 없을뿐더러, 일본식 팔작지붕과 뒤편의 대나무숲이 잘 어울리는 풍광을 자랑해요. 관람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지만 경내의 종루와 부처님 석상, 평화의 소녀상을 천천히 둘러보며 우리의 근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소녀상은 일본의 한 불교종단이 건립한 참사문비 앞에 세워져 있어 의미가 남다르죠. 아직 사찰로 사용되는 곳이니 경내에서는 꼭 정숙해주세요.
히로스 가옥 정원에서 수풀을 흐릿하게 하여 인물사진 찍어보기,
여기에서 이성당이 아주 가까워요! 들르기 전에 빵을 사들고 브런치를 즐겨보는 건 어때요?
이성당은 첫째/셋째 주 일요일에 쉽니다. 최근에는 월요일에도 쉬었다고… 전화 후 방문 필수!
시내에서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71번/13번 등 여러 버스로 군산항에서 20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은파유원지라고 불리는데요, 명칭 상 시내와 떨어진 교외의 한적한 호수일 것 같지만 생각보다 주변이 도심지에요! 아파트 단지도 바로 인접해 있어서 늦은 밤까지도 운동이나 산책을 나온 군산시민들이 많답니다. 은파호수의 묘미는 물빛다리와 음악분수! 제가 갔을 때는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분수가 꺼져서, 정말 아쉬웠어요. 여유 있게 분수를 보려면 1시간당 20~30분 가량 가동하니 저녁 8시 정도에 가면 좋아요! 예쁜 야경을 담으시려면 다리를 건너기 전 공연장 뒤쪽에서 음악분수와 다리를 한 번에 찍을 수 있고, 다리를 다 건너고 나서 반대편 기슭에서 다리와 분수를 한 번에 찍을 수 있습니다. 단 호수의 너비가 꽤 크니 50mm 이상의 화각을 가진 렌즈가 있어야 해요. 풀프레임 DSLR기준 100mm, 크롭바디 DSLR기준 70mm 정도가 필요합니다.
공연장 쪽에는 간단히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곳과 카페, 전통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 있어서 저녁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어요. 군산시청에서 택시를 타면 약 \6,000-8,000 정도가 나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군산의 근대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많은 분들이 여행 계획을 짜고 계실 텐데요. 바다가 그리워지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여름, 골목골목 정겨운 풍경과 역사가 얽힌 군산은 어떨까요? 혹시 아직까지 어디로 여행을 떠나야 할지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셨다면 군산을 선택해보시기 바랍니다. 낯선 곳을 두려워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떠나보세요! 여행이란 때로는 가보지 않은 곳을 동경하며 그리워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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