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뜨거운 반응을 얻어 화제였었죠.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작품이 호평을 받았다니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인데요. 우리나라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2007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의 히로인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어요. 그 후에 영화 ‘박쥐’, ‘시’가 각각 심사위원상, 각본상을 받기도 했답니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들이 작품성을 인정받는다니, 괜스레 한국인인 것에 자부심도 느껴지는데요. 이렇게 많은 작품이 출품된 칸 영화제만큼 6월에 인기를 끈 영화제가 있어요. 바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랍니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포스터(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홈페이지, http://www.siwff.or.kr/)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맞이해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김아중이 뉴스에 출연해 여성의 삶을 중점으로 한 영화의 중요성에 대한 발언으로 화제가 되었어요. 김아중은 여성영화제와 관련하여 “모두가 여성을, 보다 약자로 여기고 그 입장에서 조금 더 이야기하는 영화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영화제에 기존 영화인들이 와서 이야기를 계발하고 제작하는 데 좋은 자극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는데요. 또한 최근 많은 사람들을 충격으로 빠뜨린 강남역 사건과 같은 여성을 상대로 강력범죄에 대한 언급으로 다시 한 번 여성의 문제와 이슈에 집중하고 해결을 위해 모두가 동참해야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답니다.
이번에 18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슬로건에 맞춰, 보다 선명한 여성영화를 제시하는 데에 목표를 두었어요. 작품들은 여성의 눈으로 인생, 사랑, 사건 등을 보는 것이 무엇이며 기존의 관점과는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차이에 집중하고 있어요. 영화제 동안 여성 영화와 여성 이슈를 한 번에 보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관객들에게 제공하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할 기회 또한 주고 있는데요. 최근 매스컴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 페미니즘. 많이 듣지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전개해왔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 페미니즘 운동(출처: https://www.theodysseyonline.com/)
184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페미니즘은 1, 2, 3차 페미니즘 물결로 나뉘는데요. 1차와 2차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의 참정권과 사유재산권 획득과 사회 제도 속에서 권리를 주장하는 방향으로 이뤄졌어요. 1990년대에 들어서 등장한 3차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들 간에 존재하는 인종, 계급, 외모,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각종 경계를 초월하며 성 정체성의 다채로움에 관심을 가졌답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가 되어서야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운동이 시작되었는데요. 70년대 이전에는 일제강점기, 독재라는 상황에서 저항운동의 일부로 여성운동이 전개되어왔고 그 후로 여성노동자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여성에 초점이 맞추어진 논의가 시작되었어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현재, 우리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에요. 페미니즘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여성이란 이유로 “24살의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같이 여성을 능력 외적으로 평가하는 말이 넘쳐나는 사회 속에서 느끼는 수많은 부당한 차별을 바로잡는 것이 수월해질 수 있어요. 페미니즘을 통해 성적 불평등 문제를 자각하고 해결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단지 여성의 권리가 아닌 모두가 평등하고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을 목표로 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답니다.
▲서프러제트 포스터(출처: 네이버영화, http://movie.naver.com/)
서프러제트는 제목 그대로 여성 참정권 운동가(Suffragette)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요. 줄거리는, 길거리에서 여성참정권 운동가들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를 느낀 모드 와츠가 우연한 기회에 자신도 서프러제트 모임에 참가하게 되고, 참정권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게 돼요. 그리고 가정과 자신의 주변 환경과 공권력의 탄압에 맞서서 여성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싸움을 그린 영화인데요. 한나 미첼이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영화 속 모드 와츠는 어렸을 때부터 남자 형제들의 양말까지 본인이 꿰매야 하는 현실에서 불평등을 느꼈다고 해요.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상영한 서프러제트는 ‘여성에게 참정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제1차 페미니즘 물결을 그리고 있어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투표의 권리, 그러나 이를 얻기 위해 많은 여성 운동가들이 억압받았고 투쟁을 위해 전투도 불사하지 않았는데요.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이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한 여자들. 페미니즘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영화, 서퍼러제트를 추천해요.
1. 나쁜 페미니즘 – 록산 게이
▲ 나쁜 페미니스트
사회과학 분야 베스트셀러인 나쁜 페미니즘의 부제는 ‘불편하고 두려워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지 못하는 당신에게’에요.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지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여성에게 당당해지자고 하는 이 책의 나쁨(bad)은 도덕적인 의미가 아닌 부족한, 완벽하게 훌륭하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나는 부족한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태도를 가진 페미니스트에게 가부장적 사회가 강요하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저항하고 자신의 신념을 숨기지 말자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랍니다. 미국 최대 쇼핑몰, 아마존 페미니즘 분야 1위를 기록하고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의 저자, 록산 게이는 테드 강연을 통해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기보다는, 나쁜 페미니스트를 택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답니다. 책을 읽고 관련 테드 강연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해요.
2.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조회 수 250만을 기록한 테드 강연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남성과 여성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명료하게 보여줍니다. 여자답게 행동해야해,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우는 거야 등 전통적인 성 역할에 고착된 사고방식이 아닌 페미니즘을 통해 우리 모두가 더욱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스웨덴에서는 이 책을 전국 모든 고등학생에게 배부하여 성 평등 교육의 교재로 삼기도 했으며, 팝스타 비욘세는 자신의 노래에 내용을 샘플링 할 정도로 유익한 내용이 가득한 책이랍니다.
3. 악어 프로젝트 – 토마 마티외
▲ 악어 프로젝트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풀어낸 ‘악어 프로젝트’는 성폭력이 발생하는 현실을 적날하고 과감하게 그려내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공공장소 성추행, 직장 성희롱, 데이트 폭력 등 실제 상황에서 오가는 노골적인 언행과 욕설까지 그대로 담아내 생생함을 느끼게 한답니다. 이 책에서는 남성을 모두 악어로 표현했는데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닌, 포식자인 악어가 있다고 말하고 있답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남성과 여성 모두 진정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고 모두가 성폭력, 성차별 문제를 인지하고 토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하네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해시태그 달기 운동이 벌어져 화제였었죠. SNS에서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밝히는 현상이 인터넷 공간을 벗어나 여성단체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번개 모임을 갖는 등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하며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여성들도 증가했다고 해요. 남성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억압을 해방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페미니즘이 최근에는 여성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인종, 성별, 계급을 초월하는 평등을 주장하면서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답니다. 요즘 가장 핫한 이슈인 페미니즘에 대한 영화, 책을 보면서 평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래요.
* 이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케미칼 공식 블로그 케미칼드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