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아무런 여유 없이, 그냥 남들 사는 만큼만 살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학 2년을 재학 중이던 나는 생각하기 위해 과감하게 휴학생이 되었다.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도전적으로 좀 살아라, 이 청춘들아.’ 사회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청춘은 참 불안하다. 오늘은 그런 답 없는 불안함 속에서 과감히 휴학생이 되었고, 나름 후회하지 않는 1년을 보낸 필자의 휴학생활을 들려드리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휴학하면 도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휴학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대학생들이 휴학을 도피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게 휴학은 도피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모든 일과 생각을 정지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이라는 시간을 쉴 틈 없이 공부만 했다. ‘~을 하고 싶습니다.’하고 어른들께 얘기하면 돌아오는 답은 늘 ‘그런 건 대학에 가면 넘치게 할 수 있으니, 지금은 공부를 하거라’이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대학교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듣기 위해서는 피 터지게 수강신청을 해야 했고,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고등학생의 나는 열정도 의지도 없는 그저 그런 대학생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짜여져 있는 시간표 같은 삶이 아닌, 오늘의 나를, 그리고 내일의 나를 직접 계획하고 움직여보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가 아닌 인생을 배워보자.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자. 그리고 그것들을 나누자.
1. 취미생활
▲ 직접 작성한 캘리그라피
가장 먼저 한 것은 학교 다닐 때는 차마 하지 못했던 멋진 취미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종종 글씨를 잘 쓴다는 말을 들었던 나는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인 캘리그라피를 배우기로 했다. 책을 사서 따라 쓰기도 해보고, 하루에 3시간, 4시간씩 연습도 했다. 3~4개월 꾸준히 연습하고, 같은 취미를 갖는 사람들과 만나서 정보도 공유했더니 나름 ‘예쁜’ 캘리그라피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캘리그라피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글씨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 얻은 이 재능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많은 출판사들의 제의를 받아 책을 선물 받고, 그 책의 글귀를 직접 적어 공유하기도 했고, 무료 벽화 전시에 팀으로 참가하여 홍대 거리 한편의 벽에 글씨를 써보기도 했다. 또한, 행사에 참여하여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글귀를 직접 적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시작했던 첫날부터 지금까지 SNS 페이지를 운영하여,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책의 글귀를 적어서 업로드하고 있다. 10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이 받아보던 페이지는 어느덧 8,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팔로우하고 있다.
2. 재능기부
내게 거의 유일무이했던 재능인 ‘공부’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수많은 멘토링에 지원하여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기도 했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강의를 나가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기도 했다. 내가 나누고 싶어서 하게 된 많은 강의들은, 아이들보다 내게 꿈에 대한 더 큰 깨달음을 주었다.
3. 아르바이트
돈을 벌어보고 싶었다. 대학에 들어와 통장에 있던 돈이 순식간에 사라짐을 경험했던 나는 ‘내가 벌고, 계획적으로 써보자.’라는 생각에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학원 알바부터, 스터디 카페,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힘들었던 ‘텔레마케터’ 아르바이트까지. 돈도 써 본 사람이 쓸 줄 안다고, 직접 일하고 받은 돈이라 쉽게 쓰기 어려웠고, 통장에는 점점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돈이 점점 모이니, 복학 직전에 생애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자.’라고. 그리고 나는 힘들게 벌었던 돈을 나의 첫 비행기 탑승에 올인했다.
4. 여행
마지막으로, 방금 말했던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여행을 무척 좋아했던 나는 시간 날 때마다 혼자 어디론가, 아니 어디든 떠났다. 혼자 4박 5일 동안 내일로를 다녀오기도 했고,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기 위해 무작정 정동진으로 떠나기도 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힘들지만 행복하다. 오로지 ‘나’만 생각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벌었던 돈으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비행기를 타본 적은 물론 여권조차 없었던 나는 큰 계획 없이 떠났다. 계획이 없어서 더 즐거웠고, 내가 벌고 내가 쓰는 돈이라 더 편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예전부터 해외여행은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이나 부리는 사치라고 생각했었고, 그저 사치 부리고 싶어서 떠났던 여행이었는데 참 많은 걸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짧은 여행이었기 때문에 6개월, 1년 배낭 여행 가는 청춘들처럼 엄청난 것을 깨닫진 못했지만, 먹고, 보고, 경험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시간이었다.
▲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난 여행
내 휴학은 스펙쌓기였나? 아니다. 결과적으로 내가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절대 순전히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휴학을 선택했고, 바쁜 삶에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롭고 싶다는 생각에 휴학을 결정했다. 내가 계획했던 하루하루는 결과적으로 ‘무언가를 성취’했지만, 그것이 처음부터 흔히 말하는 ‘스펙’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스펙을 쌓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과 무언가를 하다 보니 그것이 스펙인 것은 다른 일이지 않을까? 마음의 부담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했더니, 그게 성취로 이어졌으니 내 휴학이 더 값졌고, 후회가 없는 것이다.
1. 악기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다면, 악기를 배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사람이 살면서 악기 하나는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외국어 하나쯤은 할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말이다. 진짜 쉬고 싶은 당신이라면, 악기를 배우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좀 더 멋진 여유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2. 대외활동
많은 대학생들이 스펙이라고 칭하는 대외활동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휴학 기간 동안 많은 대외활동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내가 해보고 싶었던 활동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했었다. 예를 들어, 마케팅이나 기획분야를 배워보고 싶어 앱 기획 대외활동, 전공 관련 활동, 책을 좋아해서, 맘껏 읽으며 활동했던 출판사 대외활동 등이다. 직장을 갖기 전에 인턴처럼 무겁지 않고 가볍게 그 기업을 알아보기 좋은 것이 바로 대외활동이다. 한우물만 파기보다는, 내가 진정해보고 싶었던 일을 중심으로 두루두루 활동해 보는 것도 좋은 팁!
3. 공부
공부하는 것이다. 배움을 쉬기 위해 휴학했지만, 막상 휴학을 하고 나면 가끔 공부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12년 동안 연필을 잡고 공부를 했지만, 그런 의무감과 강요에 의한 공부가 아닌 나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휴학 기간이다. 배워보고 싶었던 외국어 공부를 하든지,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관심이 있던 디자인 공부를 하든지.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의무감에 드는 연필이 아닌,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을 위해 연필을 드는 것, 상상만으로도 괜히 흥분될 것이다.
4. 혼자만의 여행
마지막으로, 혼자 떠나라. 국내가 되든, 해외가 되든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나를 한층 성장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혼자 보고, 혼자 먹고, 혼자 생각하는 그 모든 시간이 내 인생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길거리를 걸으며, 남 눈치 볼 것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도 걸어보고, 걸어가다 지치면 아무 데나 앉아 잠깐 숨도 고르고, 먹고 싶었던 음식을 시켜 맛도 보고, 맘껏 소리 지르고, 맘껏 즐기고 나면 혼자라는 것이 결코 외롭고 두려운 것만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저 놀기 위해, 그저 힘들어서 하는 휴학이라면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만,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학교생활이 그것을 못하게 할 정도로 영향을 준다면 주저 없이 휴학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더 이상 휴학은 도피처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아직도 ‘휴학’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내 인생이 결코 ‘취업’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 고민하지 않았었고, 실행했다. 그러나 그런 기업들의 시선이 매우 걱정되고 고민된다면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그 이상으로 간절하지 않은 것이니 휴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고민들을 이겨낼 정도로 간절했고, 복학한 지금도 전혀 후회하지 않고 있다. 나에게 그 1년은 무엇보다 값졌고, 어떤 것으로도 다시 할 수 없는 멋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대외활동을 경험하기 위해 휴학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저 아무 구체적인 목적 없이 ‘대외활동’을 하기 위해 휴학하는 것이라면 말리고 싶다. 내가 어떤 구체적인 일을 배워보고 싶고, ~한 대외활동을 통해 경험해보고 싶다면 추천하지만, 아무 목적 없이, 영혼 없이 ‘다른 사람들이 저런 대외활동을 하니까 나도 해야지.’라고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그저 버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늘 생각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것이 내게 얼마나 간절한지’ 수많은 기회비용을 생각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후회 없이 생각하고 후회 없이 경험했고, 게으르지 않았던 필자의 휴학은 후에 필자의 생활에 정말 멋진 원동력이 될 것이다. 크게 봤으면 좋겠다. 겨우 6개월, 겨우 1년이 앞으로 내 60년에 좋은 영향이 될 수 있다는 점. 남들 사는 만큼이 아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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