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만 해도 옷깃을 파고들던 추위에 움츠려 있던 것 같은데, 봄꽃이 피고 새 학기의 첫 시험인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니 어느새 5월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은 5월 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중간고사를 아쉽게 보고 난 지금 저에겐 기말고사 공부는 미리미리 해야지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물론 여러분들은 저와 다르게 준비를 열심히 해서 좋은 시험성적을 받아 여유로운 마음가짐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중간고사를 열심히 치르고 난 후, 다가올 기말고사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5월 하면 친구, 연인과 놀러 나가기 좋은 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날씨도 화창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가고 싶은 곳들 중 하나는 야구장인데요. 관중이 가득 차 있는 야구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많은 먹거리들, 관중의 함성소리, 그리고 전광판의 많은 숫자들. 그런데 여러분들은 야구 속에 숨어있는 많은 숫자들에 대해서 아시나요?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야구와 함께라면 항상 같이 있는 숫자들입니다.
▲ 다양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는 전광판(출처: 스토니브룩 홈페이지 http://www.stonybrook.edu/)
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유난히 기록과 관련이 많은 스포츠인데요, 야구 규칙의 특성상 야구에서 발생하는 상황은 다른 스포츠에서보다 그 수가 제한되어 있고, 또 경기 상황이 연속적인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게 그 상황들이 독립적입니다. 예를 들면 야구의 경우는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가 볼을 상대하게 되는 경우, 생기는 상황은 간단하게 생각하게 된다면 주자 없음, 주자 1루, 주자 2루, 주자 3루, 주자 1-2루, 주자 1-3루, 주자 2-3루, 주자 만루와 같이 8가지 경우의 주자 상황과 노아웃, 원아웃, 투아웃의 3가지의 아웃카운트 상황이 존재하므로 24가지 경우의 상황만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볼카운트까지 생각하게 된다면 노스트라이크 노볼 (0B-0S, 이후부터 볼은 B 스트라이크는 S로 표기), 0B-1S, 0B-2S, 1B-0S, 1B-1S, 1B-2S, 2B-0S, 2B-1S, 2B-2S, 3B-0S, 3B-1S, 3B-2S의 12가지 경우의 수가 추가되어 288가지 경우의 수가 됩니다.
많은 경우의 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농구나 축구의 경우 넓은 필드에서 여러 명의 선수가 그 위치를 끊임없이 바꾸기 때문에 야구보다 훨씬 많은 조합의 수가 가능하며 포메이션도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경우의 수는 더욱 늘어납니다. 물론 공을 들고 있는 선수가 항상 한 명이 아니라는 것도 고려해야겠죠. 결국 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플레이 상황 시, 경우의 수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야구에서도 야수가 수비위치를 타자에 맞추어 변경하는 수비 시프트의 경우도 있으니 경우의 수는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야수는 정해진 위치에서 수비를 하고 투구와 타격이 이루어지는 상황은 결국 투수와 타자가 그 역할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 머니볼 포스터(출처: 네이버영화)
기본적으로 과거부터 쓰여왔으며 우리가 야구장에 가면 전광판에서 볼 수 있는 타자의 타율, 그리고 투수의 방어율, 승수와 같은 지표를 클래식 스탯이라고 합니다. 야구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많은 시간 동안 클래식 스탯은 선수의 팀에 대한 기여도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사용되어 왔고 어느 정도 팀의 승리와의 연관성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신뢰도에 관한 아쉬움이 존재했습니다. ‘머니볼’이라는 책과 동명의 영화로 유명해진 빌리빈 단장의 오클랜드가 타율 대신에 출루율에 유독 집착했던 이유도 타율보다 출루율이 팀 승리와의 상관관계가 더 컸기 때문이죠. 하지만 출루율도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90% 이상의 상관관계가 있던 것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은 통계학적 방법들을 도입하여 기존 클래식 스탯을 보완하고 선수를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 여러 통계학적 수치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는데 이를 세이버 스탯이라고 합니다.
세이버 스탯의 #종류
야구 기사나 중계에 자주 등장하는 세이버 스탯으로는 OPS, GPA, WAR, FIP, UZR, DRS 등이 있습니다. 세이버 스텟 중 대다수는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지금도 기존의 세이버 스탯을 보완하기 위한 수치들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일부는 복잡한 계산 식을 이용하여 도출되고, 또 산출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전부를 설명하기에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많이 쓰이고 계산이 어렵지 않은 세이버 스탯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그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OPS
On-base percentage Plus Slugging의 약자로 이름 그대로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으로 나타내어집니다. 상대적으로 후술할 세이버 스탯들에 비해 초창기에 만들어진 스탯이기 때문에 현대 세이버 스탯인 WAR, WRC와 같은 지표보다는 타자의 생산성을 정확하게 나타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팀 득점과의 상관관계가 0.9를 넘어서는 지표이고, 계산이 쉽고 직관적이라 현재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탯입니다. 하지만 OPS의 경우 도루나 희생타와 같은 가치는 빠져있으며 단순히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지표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도 존재합니다. 출루율의 최대값은 모든 타석에서 타자가 출루하는 경우인 1.000이고 장타율의 최대치는 모든 타수에서 홈런을 친 경우인 4.000인데 이 경우 두 지표의 최대값이 달라 출루율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지표인 GPA (Gross Production Average)라는 스탯도 존재합니다. 이 경우 출루율에 1.8배를 곱하여 계산합니다.
2.WAR
Wins Above Replacement의 약자로 그대로 해석한다면 대체 선수에 비해서 해당 선수가 얼마나 더 승리에 기여했는지를 나타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즉 WAR이 4인 선수는 일반적인 대체선수 대신에 이 선수가 출전했을 시 4승이라는 추가 승수를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지표는 타격, 주루, 수비 등의 모든 지표를 고려하여 계산한 스탯이기에 계산방법을 따로 서술하지는 않겠습니다. 보통 1 WAR는 8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3.FIP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의 약자로 수비와 무관하게 투수의 순수 능력만 평가하기 위해서 고안된 세이버 스탯입니다. 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BABIP이라는 용어를 알아야 합니다. BABIP은 Batting Average on Ball In Play의 약자로 인플레이로 이어진 타구에 대한 타율이라는 뜻입니다. BABIP은 (총 안타수-홈런)/(타수-삼진-홈런+희생플라이)로 계산합니다. 쉽게 말해서 투수가 던진 공이 타자의 배트에 맞았을 때 타구가 홈런을 제외하고 필드로 향할 때 안타가 되는 확률을 말합니다.
FIP에서는 이 BABIP가 투수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고 투수 외의 운과 같은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투수의 능력을 평가할 때 이 피안타를 제외하게 됩니다. 투수가 제어 가능한 볼넷, 홈런, 삼진에 각각 가중치를 설정하여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자고 주장한 것이죠. 이 투수를 평가할 때 피안타를 제외하지는 황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세이버매트리션들도 반발했지만 많은 통계적 지표들이 이 FIP의 타당성을 증명했으며 현재는 세이버매트릭스의 핵심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FIP를 계산하는 방법은 (-2*삼진+3*(볼넷+사구)+13*홈런)/이닝이고 이를 기존의 방어율 스케일로 맞춰주기 위해서 FIP에 C라는 상수를 더해줍니다. UZR과 DRS는 선수의 수비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Ultimate Zone Rating과 Defensive Runs Saved의 약자입니다.
단순히 야구공을 던지고 받고 치는 스포츠이지만 그 행동들이 모여서 많은 기록을 만들고 이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 많은 지표들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물론 야구계의 일부에서는 세이버메트릭스가 야구경기보다는 통계와 숫자에만 집착한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세이버메트릭스가 단순한 야구 기록 통계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선수를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 시작된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야구를 즐기는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스포츠뉴스의 야구 기사를 한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던 WAR나 OPS 같은 단어를 보게 된다면 반갑게 느껴질 것입니다.
* 이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케미칼 공식 블로그 케미칼드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