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강을 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자유로웠던 생활패턴을 벗어나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 잘하고 계신가요? 새로운 학년과 새로운 후배들 봄학기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특히 신입생들은 고등학교에서 벗어나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을 하게 돼서 들떠있을 거예요. 아직은 대학생활의 모든 것들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조금씩 적응하면 꿈에 그리던 대학의 낭만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새 학기가 시작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작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다 알차게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특히 강의실에 들어서면 좋은 학점을 기대하며, 교수님의 강의에 집중을 합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모든 말들을 기록하기 위해 형형색색의 필기도구를 펼쳐놓고 중요도에 따라 다른 색상의 펜을 사용해서 밑줄도 그어가며 학구열을 불태웁니다. 강의의 내용을 다시 보기 위해 적어놓는 필기도구에도 화학이 숨어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간단하게 보이는 필기도구에도 화학이 숨어있다고 하는데요, 필기도구 속 화학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깨끗하게 지워줘! #화이트
▲ 수정액을 발명한 베티그레이엄(출처: https://kr.pinterest.com/)
필기를 하다가 틀려버린 맞춤법! 볼펜으로 찍찍 그어버리고 다시 쓰면 되지만, 꼼꼼한 성격에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그 장을 아예 다시 써버릴까 생각도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내용을 적어놨기에 다시 쓸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이럴 때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필기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수정액인데요, 우리에게 화이트로 더 잘 알려진 수정액은 어떻게 발명된 것일까요? 수정액은 1951년 베티 그레이엄(Bette Nesmith Graham)에 의해서 최초로 발명하였다고 합니다. 은행에서 비서로 근무하던 그녀는 문서에 오타를 많이 내고 했는데, 은행 창문에 색을 칠하던 페인트공이 잘못 칠한 부분을 다른 페인트로 덧발라 놓은 것을 발견하고 수성 템퓨라페인트를 사용해서 오타를 수정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물감을 병에 담아 미스테이크 아웃이라는 이름을 붙여 동료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수정액의 사용이 시작되었습니다.
▲ 휘발성이 강한 수정액(출처: http://tonilou74.50webs.com/)
이런 수정액에는 어떤 화학적 원리가 숨어있는 걸까요? 수정액은 흰색 색소와 휘발성 용매라는 중요한 두 가지 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화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틀린 부분을 가리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그것만큼 중요한 점이 있는데요, 그것은 빠르게 말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틀린 부분을 지우고 바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휘발성 용매가 첨가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정액의 휘발성 성분은 전체 부피의 5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수정액 시너(thinner)는 100% 1,1,1-트리크로로에탄 용매이며, 고형화된 이산화티탄을 녹이기 위해서 첨가됩니다.
붙였다 뗐다! #포스트잇
도서관에서 마음에 드는 학생을 발견했을 때, 캔커피에 간단한 메모로 마음을 전할 때, 빼곡하게 적혀있는 원서에 중요한 필기를 적을 때, 중요한 약속을 기억하기 위해 책상 위에 적어놓을 때 꼭 찾게 되는 필기도구는 포스트잇입니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필수품이 되어버린 포스트잇이 실제로는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1970년 3M 회사의 연구원인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는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가 실수로 접착력이 약하면서도 끈적거리지 않는 접착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실패한 접착제를 사장시키지 않고 연구 개발하여 포스트 스틱 노트라는 제품으로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제품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어려움도 겪었으나, 다양한 홍보활동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포스트잇이 되었다고 합니다.
포스트잇이 쉽게 붙고 떨어지는 원리는 메모지 뒤에 일반적으로 칠을 하는 필름 형태가 아니라 작은 미세 캡슐 형태로 풀칠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압력에 민감한 부착층을 구성하는 끈적거리는 고분자 미세 캡슐이 특허 발명품입니다. 그런 물질은 아크릴산이소옥틸의 자유 라디칼 중합반응에 의해서 만들어지며, 이때 사슬 전이제(도데칸티올), 개시제(비스-(tert-부틸시클로헥실)과산화이탄산), 세탁제(황산암모늄라우릴)가 필요합니다. 중합체 대부분은 수성으로 약간 친수성 구조를 포함한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포스트잇을 노트나, 책상 등 다양한 곳에 붙일 때, 눌려진 접착 부분에 고분자 미세 캡슐이 수없이 터지면서 접착제가 노출되어 붙게 됩니다. 포스트잇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고분자 미세 캡슐이 수없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 터질 수 있는 고분자 미세 캡슐이 존재할 때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라지는 #잉크
이번에는 조금 마술 같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추리소설이나 영화 속 평범해 보이는 잉크로 쓴 글씨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누군가에게 비밀을 알리기 위해 종이에 적어놓은 단서,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주인공에게 전달되어 마침내 사건이 해결됩니다. 중요한 단서를 잘 숨겨주는 사라지는 잉크가 영화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켜줍니다. 궁금해서 다시 돌려봐도 비밀을 알 수 없는 마술처럼만 보입니다. 그런데 이 속에 숨겨진 화학이 있습니다. 간단한 화학 원리만 알면 이 마술 같은 일의 비밀을 쉽게 풀 수 있다고 하는데요.
사라지는 잉크은 산-염기성 지시약을 이용한 것인데요, 산성에서는 거의 무색이고 염기성에서는 파란색으로 변하는 티몰프탈레인이 바로 사라지는 마술 같은 잉크의 비밀이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해서 잉크가 사라지는 원리는 글씨를 종이에 적어놓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잉크의 수산화나트륨이 결합하여 염기성이 더 약산 탄산나트륨을 생성합니다. 또한 이산화탄소가 잉크의 물과 결합하여 탄산을 형성하는데요, 지시약은 산이 생성됨에 따라 이것과 반응하여 무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반대로 수산화나트륨이 들어있는 염기성에서 사용되면 잉크가 파란색으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필기도구에도 다양한 화학의 원리가 숨어있었습니다. 깔끔하게 노트 필기를 할 수 있게 해준 화이트, 간단한 메모부터 중요한 정보까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포스트잇, 마술 같은 보이지 않는 잉크까지, 그 외에도 다양한 필기도구 속에서 화학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화학은 우리 가까이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화학은 수업시간에나 배우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알면 알수록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학문입니다.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고 멀리하지 말고 우리 주변에 간단한 원리들부터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가방에 들어있는 필기도구를 꺼내서 화학의 원리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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