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을 종이처럼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일을 상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친구들과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손목에 두르고 다니면서 웨어러블 기계인 것처럼 장난을 치던 생각이 나는데요. 이렇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제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액정의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시켜 원하는 형태로 제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그래핀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딱딱한 유리처럼 평면으로만 생각했던 액정을 셀로판지처럼 휘어지고, 종이처럼 접을 수 있게 해주는 꿈의 물질에 대해서 소개해 드릴게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디스플레이를 더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줄 그래핀(Graphene)의 이야기 한 번 들어볼까요?
그래핀은 흑연, 다이아몬드와 같이 탄소(C) 한 가지 원소로만 구성되어있는 물질입니다. 이렇게 한가지 원소로 구성되어있지만, 완전히 다른 성질을 보이는 물체를 동소체라고 하는데요. 그래핀은 흑연, 다이아몬드와 같이 탄소 동소체입니다. 구성 원소는 같지만, 서로 다른 결정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성질을 보이는 것이지요.
▲ 그래핀(출처: https://en.wikipedia.org/)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그래핀에 대해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분리되어 처음 발견되었고, 흑연과 구성원소가 같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흑연을 뜻하는 ‘Graphite’와 탄소화합물을 뜻하는 접미사 ‘ene’이 합쳐져, ‘Graphene’이 되었습니다. 이전부터 그래핀을 분리해내려고 온갖 노력을 했으나, 쉽게 분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층만을 분리하게 된 계기는 다소 황당하기조차 합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Andre Geim 연구팀과 러시아 Chernogolovka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연구팀이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을 만들어보자며, 스카치테이프를 가지고 장난을 하다가 그래핀을 분리해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그래핀은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있는 흑연에서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뗌으로써 단 한 층의 그래핀을 분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그래핀 강도(출처: http://wccftech.com/)
겨우 흑연에서 발견된 이 그래핀이 얼마나 대단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의 벌집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2차원 평면구조를 이루는 이 그래핀은 단 한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물 구조 덕분에 강도는 강철보다 100배 강하고, 면적의 20%를 늘려도 끄떡이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 이동성이 빠르며,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합니다. 또한 같은 분자구조를 가진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열 전도성이 뛰어나기도 하지요. 이런 특징들 덕분에 그래핀이 ‘꿈의 물질’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위 사진과 같이 허공에 존재하는 디스플레이를 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유연하고, 투명하며, 손가락의 터치만으로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입니다. 이런 미래형 디스플레이도 그래핀을 활용하면 빠른 시일 내에 구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이렇게 그래핀으로 가능해지게 되다니 신기하기만 한데요. 그럼 그래핀은 또 어떤 곳에 활용이 가능할까요?
1. 반도체
▲ 반도체(출처: http://www.aaaco.com/)
그래핀은 반도체의 집적도를 증대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기존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반도체의 경우에는 높은 정도의 집적화가 이루어지면 반도체 내에서 전자가 전극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지 않은 옆에 있는 전극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안정성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핀은 그런 현상이 없기 때문에 반도체의 집적도를 증대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 그래핀 전지
▲ 그래핀 전지(출처: http://graphenewholesale.com/)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활용분야는 바로 전지(battery)입니다. 휴대용 전자제품들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배터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꾸거나, 충전하지 않아도 오래가는 배터리를 바라겠죠? 바로 그래핀이 자동차, 스마트폰에 쓰이는 ‘2차 전지’의 수명을 두 배 이상 오래 갈 수 있도록 해준답니다. 배터리가 오래가려면, 전기를 만들어내는 전지 안의 두 극의 전자 전달이 잘 되어야 하는데요. 그래핀이 그 전자 전달을 좀 더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니거나, 충전기를 들고 다니며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일이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휘어지는 액정(출처: http://www.electronicproducts.com/)
우리는 SF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에나 있을 것 같은 제품, 기술 등을 보면서 신기해하며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영화 속에서 보던 제품을 보면 새삼 놀라곤 하며, 제품을 사용하며 영화 속에서 보던 생활을 누리게 됩니다. 이렇듯 새로운 물질, 새로운 기술이 하나 개발되면 우리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지금은 상상으로만 가능한 접어가지고 다니는 휴대폰, 충전이 필요 없는 배터리 등이 가까운 미래에는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그래서 그래핀의 미래가 더 궁금해집니다. 여러분도 그래핀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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