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제주도 서귀포에서는 조금은 특별한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바로 신 스틸러 페스티벌이었습니다. ‘신 스틸러(scene stealer)’란 직역하면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 이상의 주목을 끄는 조연들을 뜻합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지난 2년 동안 활약한 조연 배우들 중 각종 데이터를 통해 선정된 신 스틸러 배우 총 22명이 참가했습니다.
참가한 배우들을 보면 그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을 보면 다들 한번씩 봤을 정도로 유명한 배우들인데요. 최근 영화에서는 주연만큼 관객의 눈을 잡아 끄는 신 스틸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몇 몇 신 스틸러 배우들은 영화의 흥행을 좌우할 정도로 주연만큼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스크린에서 자신의 숨은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그들을 한 명씩 만나보도록 할까요?
▲ 영화 올드보이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배우 오달수는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하면서 연기를 시작합니다. 이후 그는 <오구>라는 연극에서 처음 단역을 맡으며 연기를 실질적인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남자충동>, <흉가에 볕들어라> 등 다양한 연극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극 무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2002년 <해적, 디스코 왕 되다>라는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합니다. 그 이후 그의 능력을 알아본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에서 그를 발탁하게 됩니다.
“인간은 상상을 하므로 비겁해지는 거래, 그러니깐 상상을 하지마. 그럼 용감해질 수 있어.” <올드보이>에서 ‘철웅’역을 맡은 오달수의 대사입니다. 당시 영화 속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캐릭터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을텐데요. 배우 오달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악역캐릭터를 뛰어넘어 다양한 코믹 캐릭터로 우리 앞에 등장했습니다.
▲ 영화 해적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2005년, 오달수는 영화 <마파도>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게 됩니다. 조연상을 받은 이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노력하여 이듬해 10편에 가까운 영화에 모습을 비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연배우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후 오달수는 <7번방의 선물>,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등 여러 영화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천만배우라는 타이틀을 넘어서 1억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 영화 미운오리새끼 포스터(출처: 네이버영화)
이런 1억 배우 오달수의 추천하는 영화, <미운 오리 새끼>입니다. <미운 오리 새끼>는 코믹한 연기로 빛을 발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인데요. 방위로 복무 중인 아들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그는 애타는 부성애를 연기하여 보는 이들의 눈물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배우 오달수하면 코믹연기만 떠오르시는 분들이 한번쯤 보면 좋을 영화 <미운 오리 새끼>입니다.
▲ 영화 그놈이다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배우 오달수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 바로 유해진입니다. 다양한 영화에서 매번 신들린듯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그. ‘믿고 보는 유해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수준인데요. 유해진은 1997년 영화 <블랙잭>에서 단역으로 스크린에 데뷔를 했습니다. 이후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등 다양한 영화에서 조연을 맡으며, 조금씩 스크린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하는데요. 드디어 데뷔 후 10여년이 지난 2006년, <왕의 남자>의 ‘육갑’역으로 그는 ‘대종상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게 됩니다. 이후 2010년 <이끼>로 ‘청룡영화상’과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연기파 조연’이라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됩니다.
또한 유해진은 <1박 2일>, <삼시 세끼> 등 다양한 예능에서도 얼굴을 내비치며 스크린뿐만 아니라 브라운관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바쁜 예능 촬영 중에도 그는 영화 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2001년 이후, 매년 그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했을 정도로 많은 영화를 촬영한 ‘다작왕’인 유해진, 감독 류승완은 그를 “‘전전긍긍의 베테랑’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노력왕’이기도 합니다. 그의 인상깊은 연기는 아마 자신의 배역에 대한 깊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 영화 트럭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인상파배우 유해진의 추천영화는 <트럭>입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작품인 <트럭>은 최근 여러 범죄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인데요. 피치못할 사정으로 시체를 옮겨야만 하는 위기의 순간에 놓인 트럭기사의 연기를 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손에 땀이 절로 날 정도로 몰입을 하게 됩니다. 배우 유해진의 긴장감있는 연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이 영화 놓치지 마세요!
▲ 영화 암살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암살에서 “내가 자네 앞에서 왜 눈을 감나”라는 대사를 통해 초반 몰입도를 확~하고 끌어올린 그녀를 기억하시나요? 베테랑에서는 황정민이 연기한 형사의 아내 역으로 돈다발과 명품 가방을 거절하는 능청스럽고 똑 부러진 연기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끈 그녀, 배우 진경입니다.
그녀를 스크린보다 브라운관에서 더 많이 보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꺼에요. 영화에서 만큼이나 드라마에서의 활동 또한 활발했기 때문인데요. 이전에도 다양한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을 했지만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그녀는 2011년, SBS의 아침드라마 <장미의 전쟁>에서 고정 배역을 맡고 이듬해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코믹한 이미지의 교사 역인 ‘민지영’ 역을 맡으며 마침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게 됩니다. 이후 2014년, 그녀는 영화 <감시자들>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자조연상을 받으며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현재 그녀는 다양한 영화에서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배역을 소화해내며 활발히 활동 중인데요. 그런 그녀도 무명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 믿어지시나요? 1998년 <어사 박문수>라는 연극을 통해 데뷔해 배고픈 연극쟁이로 10여년을 보내다 현재와 같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배우로 성장하기까지 꼬박 18년이 걸린 배우 진경.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지만, 그 때의 노력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랜 무명생활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그녀, 그런 빛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빛나는 배우 진경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영화 감시자들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노력파배우 진경의 추천 영화는 <감시자들>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진경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감시자들>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영화에서 그녀는 까칠하고 도도한 실장역을 맡아 영화를 보는 여성들의 워너비가 되기도 하였는데요. 조연상을 타기도 한 작품인만큼 배우 진경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보아야 할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과거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주연에 촛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흥행은 전적으로 주연의 몫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연기파 조연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제는 주연보다 조연에 의해서 영화의 흥행이 결정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영화 한 편 속에는 우리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방울이 담겨있습니다. 마릴린 먼로는 “We are all of us stars and we all deserve to twinkle. (우리는 모두 스타이고 빛날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들만의 빛을 밝히고 있는 신 스틸러들, 앞으로 그들의 더욱 빛나는 활약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