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지요.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사촌들. 한가족이라서 닮았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얼굴과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석유도 마찬가지예요. 지하에서 끌어올린 원유는 석유 정제 과정을 통해서 닮았으면서도 자신만의 특징을 가진 석유제품으로 거듭나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휘발유부터 나프타, 액화석유가스, 액화천연가스, 등유, 경유 중 나프타 같은 석유제품들은 다시 새로운 석유제품을 만드는 원료가 되기도 하죠. 원유가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자손에 자손을 보듯 대가족을 이루어 나가는 셈입니다. 그럼 각각의 석유제품의 특징을 살펴볼까요?
# 가장 친근하게 쓰이는 휘발유
이렇게 휘발유가 불완전연소 되며 폭발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납 성분의 물질을 첨가해요. 그러면 완전연소가 되면서 폭발 위험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납은 유독물질이자 대기오염 성분이므로 최근 납 대신 다른 물질을 첨가해 노킹 현상을 막고 옥탄가를 높이고 있어요. 옥탄가는 안티노크성을 나타내는 정도로, 값이 높을수록 노킹현상이 적기 때문에 고급 휘발유를 나타내요. 주유소를 유심히 살펴보면 ‘무연휘발유’라고 쓰여 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 대형 식당 주방을 책임지는 LPG
액화석유가스의 약자는 LPG(Liquefied Petroleum Gas)입니다. LPG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에틸렌을 만들 때 함께 생성되는 저분자 탄화수소 가스에서 분리해 냅니다. 석유정제 시 얻은 프로판 (C3H8) 또는 부탄 (C4H10)은 탄소의 숫자가 1~4개 사이로, 가벼운 탄화수소라서 상온과 상압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합니다. 기체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운반, 저장이 불편해서, 사용이 편리하도록 압력을 가하여 액체 상태로 만들어 단단한 용기에 담아 씁니다. 기체가 액체로 변하면서 부피는 무려 1/240~1/280 정도로 엄청나게 줄어들어요. 그래서 우리가 “액화” 석유가스라고 부르지요.
LPG는 가정, 업무, 공업용으로 두루두루 쓰이고 있습니다. 음식점이나 공장 등의 벽에 회색 로켓포처럼 생긴 용기가 바로 LPG를 담고 있는 압력용기입니다. 액체인 석유가스니까 압력용기를 열면 액체가 나올 것 같다고요? 실제로 LPG는 용기 속에서는 액체상태지만 용기의 압력 조정기를 통과해서 공기 중으로 나오면서 다시 기체가 됩니다.
LPG는 같은 용량으로 낼 수 있는 에너지양을 비교할 때 휘발유보다는 낮지만, 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LNG보다는 열량이 높아서 적은 시간에 더 빨리 가열시킬 수 있어요. 그래서 가정보다는 음식점 주방에서 애용되고 있는 연료랍니다.
LPG로 달리는 택시를 타 본 적 있나요? 트렁크를 열면 가로로 누워 있는 회색의 용기가 LPG를 담는 용기입니다. 부탄가스는 가스충전소에서 자동차의 연료 용기에 액체 상태로 충전되지요. 그리고 압력을 줄여주는 가스조정기를 거치면서 기체가 되어 자동차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냅니다. 이 부탄가스는 식당이나 야외에서 고기를 굽거나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작은 연료통에 들어있는 가스와 같습니다.
LPG는 종종 폭발사고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에 색깔도 냄새도 없는 LPG가 누출되는 걸 쉽게 알 수 있도록 불쾌한 냄새가 나는 화학물질을 섞어서 만들어요. 공기보다 무거운 기체이기 때문에 누출사고가 나면 바닥에 깔리듯 기체가 퍼지게 됩니다. 그래서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며 빗자루로 바닥을 쓸 듯 LPG를 쓸어내라고 하지요.
# 가장 유망한 차세대 청정에너지 LNG
가스 생산지에서 멀지 않은 곳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 상태로 운반하며 먼 거리를 운반할 때는 온도를 -160℃ 넘게 낮추어 부피를 1/600로 줄인 액체상태로 운송합니다. 이렇게 액화시킨 천연가스를 부르는 이름이 LNG랍니다. 액체상태의 LNG는 사용지에서 기체 상태로 바뀌어 공급됩니다. LNG는 LPG와 달리 비중이 작아서 공기로 유출되면 가벼워서 공기 상단부로 퍼져 나갑니다.
천연가스를 운반, 저장하기 쉽게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 온도와 압력을 낮추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합성석유 형태로 천연가스를 변화시켜 부피를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천연가스는 단순한 구조의 탄화수소이지만 더욱 긴 탄화수소 체인을 가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액체를 GTL(Gas to Liquid)이라고 합니다.
# 가장 오래 애용된 등유
# 가장 힘 좋은 석유제품 중 하나, 경유
경유를 말할 땐 디젤엔진을 빼놓을 수 없어요. 디젤엔진은 크기가 크고 힘이 좋아서 선박과 큰 기계용 엔진으로 사용되다가 소형화가 이루어져서 자동차용으로도 쓰이고 있어요. 이렇게 주로 자동차용으로 쓰이는 엔진을 고속디젤엔진이라고 해요. 이 고속디젤엔진을 움직이는 주요 연료가 경유랍니다. 그래서 경유를 디젤 오일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참고로 디젤엔진용 연료로는 경유뿐만 아니라 등유도 쓰이므로, 디젤 오일이라고 해서 다 경유는 아니랍니다.
디젤엔진은 효율이 높고 힘이 좋으며 고장이 적은 장점이 있지만, 소음이 크고 비싼 단점이 있었어요. 게다가 주 연료로 이용되는 경유에 포함된 황 성분이 유해물질을 만들어내는 안 좋은 점이 있었지요. 하지만 기술 발전 덕분에 환경오염물질 배출이 줄어들었고, 경유의 높은 에너지 효율성 덕분에 다시 주목받으면서 디젤 자동차가 늘어나는 추세랍니다. 연비가 좋으면서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적어 하이브리드차만큼이나 친환경적인 ‘청정 디젤차’가 앞으로 도로에 많아질 거예요.
# 가장 끈적하고 무거운 벙커C유
중유는 원유를 정제하면서 휘발유, 경유 등을 증류하고 남은 석유에 중질경유를 섞어서 만들어요. 끈적하고 무거운 중유는 선박 등의 연료용 저장용기인 벙커에 저장되어 벙커유라고 불리기 시작했어요. 벙커유는 그 성분에 따라 A, B, C로 나눌 수 있는데 A, B, C로 갈수록 더 끈적거리고 유황의 성분도 높아져요. 벙커 A, B는 경유와 비슷한 성분이라서 현재 벙커유라고 하면 보통 벙커C유를 말합니다.
벙커C유는 품질이 낮은 편에 속하는 석유제품이에요.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아스팔트, 석유코크스 등을 만들 수 있어요. 특히 발열량이 많고 불을 붙이고 끄기 편하면서 운반 등이 편해서 대형 보일러나 거대한 저속디젤엔진을 움직이는 연료로 애용되고 있어요. 이 밖에도 각종 석유제품을 증류하고 나면 얻어지는 타르상태의 역청은 아스팔트의 원료가 되지요.
원유에서 태어난 다양한 석유제품이 이루는 대가족, 한화케미칼은 석유화학공업의 핵심이 되는 다양한 석유제품을 만들어 우리 세상을 움직이는 중요한 원료를 공급하고 있답니다.
# 가장 요긴한 석유화학의 원료, 나프타
납사라고도 불리는 나프타. 이 생경한 이름의 어원은 페르시아어라고 해요. 땅에서 스며 나왔다는 뜻인 Naft에서 생겨난 이름의 나프타는, 정제되지 않은 휘발유를 뜻하기도 해요. 석유정제 과정을 조금 더 거치면 휘발유를 얻을 수 있거든요.
나프타는 4~12개의 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탄소화합물로, 탄소의 개수에 따라 경질나프타(Light Naphtha)와 중질나프타(Heavy Naphtha)로 구분해요. 경질나프타는 에틸렌을 만드는 용도의 석유화학 원료로 쓰이며 합성비료나 화학공업의 원료로 이용되며 중질나프타는 차량용 휘발유의 기본 원료 등으로 쓰여요.
산업의 쌀이 석유화학이라는 말이 있듯 석유화학산업의 꽃은 나프타라고 할 수 있어요. 석유화학산업은 탄소화합물의 탄소고리를 분해하는 공장을 모체로 하는데 이때 원료로 사용되는 것이 나프타거든요. 결국 나프타분해설비(NCC, Naphtha Cracking Center)가 석유화학 산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화케미칼의 투자회사인 여천NCC㈜도 이름에서 보듯 나프타를 분해하여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나프타분해설비에서는 탄소 개수가 2개인 에틸렌부터, 탄소가 3개인 프로필렌, 탄소가 4개인 C4 유분 등의 올레핀류와 방향족 제품(벤젠, 톨루엔, 자일렌)의 원료가 되는 열분해가솔린(Raw Pyrolysis Gasoline)을 생산하여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공급이 되요. 우리가 생각하는 대부분의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나프타를 분해하여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되지요. 나프타를 분해하면 보통 에틸렌 31% 프로필렌 16%, C4 유분 10%, 열분해가솔린 14%, 메탄 수소 액화석유가스 등의 기타 제품이 29%가 생산된답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들고 다니는 가방, 매일 신는 신발을 비롯하여 의자, 책상, 필기구, 휴대전화, 정수기, 창틀 등 석유화학으로 만든 제품은 셀 수 없이 많아요. 천연자원으로 만든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제품이 석유화학으로 만든 물건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죠. 그래서 석유화학을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것이고 나프타는 석유화학산업의 가장 중요한 원료가 되는 거지요.
이처럼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나프타는 석유화학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이끄는 맏형이지요.
고부가가치 산업 나프타 - 출처 :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나프타는 석유화학 업계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로 석유화학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긴한 제품이랍니다. 한화케미칼의 투자회사로 아시아 최대 에틸렌 생산 업체인 여천 NCC㈜도 나프타를 열분해하여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톨루엔, 자일렌, Mixed-C4 등 각종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다양한 소재와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제품들을 만들고 있답니다.
* 참고문헌: 석유화학공업(박정환 저), 석유화학으로 만드는 세상(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