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잃어버렸거나, 신체 기능의 일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적절한 장기이식수술은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이럴 때 자신의 신체 일부를 이식하면 부작용이나 거부 반응이 거의 없이 치유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자신의 신체 조직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조직과 장기를 받는 건 어떨까요? 장기를 이식 받기 위해서는 장기 기증자를 찾아야 하는데 자신이 원하는 장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의 신체조건에 잘 맞는 기증자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또한 구할 수 있는 장기의 부분도 한정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몸은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에 대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 면역반응체계가 이식한 장기를 몸에 해롭다고 판단하여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힘들게 장기기증을 받아 이식수술을 했는데 몸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지요.
그럴 경우 어떻게 하죠?
석유화학 공업이 바로 이런 문제들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소재를 이용하여 사람의 몸 일부를 대체할 수 있는 조직과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 인공장기의 조건은?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을 다 만족 시켜야 비로소 인공장기로 인정을 받아 장기이식수술에 쓰일 수 있게 됩니다. 석유화학공업의 발달로 탄생한 고분자 물질들은 위의 까다로운 인공장기의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신체의 일부로 그 역할을 다 하고 있어요. PMMA, 나일론, 테플론, 데크론 등은 비교적 장기를 만들기 쉬우면서 가볍고 유연한데다가 생체와의 친화성도 좋답니다. 이런 합성 고분자 재료는 인공심장, 인공혈관, 혈장 분리막 등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인조손가락 / 폴리프로필렌 인공관절 / 고밀도 폴리에틸렌 인공관절, 인공장기나 인공조직의 역사는 깜짝 놀랄 만큼 길답니다. 고대의 이집트 미라에서 이를 대신하기 위한 상아나 노예의 치아가 발견되었거든요. 본격적으로 현대적 의미의 인공장기와 조직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20세기 들어서라고 볼 수 있어요. 1940년대에 각막대치에 아크릴이 처음 이용됐고, 1946년에는 의공학적으로 처음 만들어진 플라스틱(PMMA)이 이용되었습니다. 1950년대 들어서 인공관절의 연구 및 개발이 시작되었답니다.
인공장기는 우리 신체의 일부를 대체하는 만큼 그 특성이 진짜 장기와 유사해야 합니다. 강도나 탄성 등이 원래의 장기와 같을수록 좋지요. 또한 진짜 생체장기처럼 주변 조직과 조화롭게 그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공 피부가 외부의 열에 쉽게 녹아버리거나 찢어지면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인공조직이나 인공장기는 오랫동안 사용해도 될 만큼 견고하고 쉽게 손상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다른 장기의 기능과 문제를 일으키면 안되죠.
# 인공장기의 역사
뼈와 치아처럼 단단한 인체의 일부를 대신하기 위한 금속에 이어, 20세기 중반에 들어서 새로운 소재의 물질의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고분자 물질이 인공장기와 조직을 만드는데 쓰이기 시작했어요. 특히 석유화학공업이 발달하면서 의료용 합성고분자재료가 다양하게 개발되었어요. 고분자는 엄청난 수의 분자가 결합한 상태로 분자가 많아질수록 고체의 성격을 지닙니다. 이런 고분자물질들은 인공 관절, 인공혈관뿐 아니라 일회용 주사기나 뼈 접착제 등으로도 이용되고 있지요.
# 피가 흐르는 테플론관
테플론 하면 후라이팬이 먼저 떠오릅니다. 테플론으로 잘 코팅된 후라이팬은 열에 안정적이고 반응성이 낮기 때문에 음식물과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눌어붙지 않게 하여 쉽게 요리를 할 수 있게 돕지요. 테플론은 인공 혈관을 만드는데도 쓰입니다. 테플론의 고분자를 압축시켜 관처럼 만들면 진짜 혈관처럼 유연한 인공혈관을 만들 수 있어요
# 관절을 대신하는 폴리에틸렌
정형외과에서 널리 쓰는 대표적 고분자재료로 인공고관절 및 슬관절에 사용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이 있어요. 이 물질은 단단한데다가 잘 닳지 않기에 수없이 부딪치고 움직이는 인공관절을 만드는데 꼭 필요하답니다. 티타늄 같은 금속과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인공 관절은 뼈가 어긋나거나 부러졌을 때, 혹은 관절 사이가 심하게 마모되었을 때 우리의 몸의 일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어요.
# 뼈를 붙이는 PMMA
폴리메틸메타아크릴레이트(PMMA)는 뼈를 붙이는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뼈시멘트의 원료로 쓰이며 치아 접착제로도 쓰이지요. 투명성이 좋고 굴절율이 높은데다가 각종 화학반응에도 안전하기 때문에 하드 콘택트렌즈로도 이용되고 있어요. 그 밖에도 혈액 펌프나 혈액투석 멤브레인 등으로도 쓰인답니다.
# 성형수술계의 필수소재, 실리콘
# 의료장비로 거듭난 고분자 물질들
고분자 화합물로 만든 물질들은 인체에 직접 이식되는 장기 외에도 병원에서 쓰이는 각종 재료로도 만들어지며 의료 시스템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PVC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잘 휘는 필름에서부터 딱딱한 의료장비까지 다양하게 가공되며 수혈용 주머니로 많이 쓰이고 있지요. 폴리에틸렌, 폴리아미드 등도 수혈장비세트를 만드는데 이용되는 의료용 고분자 물질이랍니다.
우리의 생명까지 구하는 석유화학. 이렇게 정말 다양한 합성 고분자 물질들이 의료계에서 삶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데 쓰이고 있답니다.
* 참고문헌 : 의공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의용생체재료의 연구 동향 및 전망
(정구인 외, 공업화학 전망, 제13권 제6호,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