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카톡”, 1초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당연한 요즘! 메신저는 우리에게 신속함과 편리함을 줍니다. 하지만 스마트 폰으로 새해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면 따뜻한 '정(情)'이 아닌 의무감에 주고받는 인스턴트 메시지로 느껴져 조금은 삭막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과거에 직접 예쁜 편지지를 골라 정성스러운 손글씨로 내 마음을 전하던 편지의 감성이 그리워지는데요. 이런 분들을 위해 ‘느린 우체통’을 소개해 드립니다. 편지를 1년 뒤에 배달해주는 느린 우체통은 감성을 되찾고 싶은 분들뿐만 아니라 1년 뒤의 나에게, 친구에게, 가족에게 편지를 써 특별하게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 서울 우표 박물관에 있는 느린 우체통
느린 우체통은 빠른 것을 중요시 여기는 21세기에 기다림의 의미를 일깨워 주기 위한 우체통입니다. 제공되는 엽서나, 직접 가져온 우편물에 사연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6개월이나 1년 뒤 적어둔 주소로 배달해 준다고 해요. 전국 곳곳에 설치된 느린 우체통에 담긴 편지는 신속한 정보 대신에 그리운 감성을 전달합니다. 행복한 순간을 기념하는 가족 혹은 연인, 한해 소망과 목표를 담아 받는 이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학생 등 잊힌 기억이 될뻔한 오늘을 붙잡고자 하는 이들이 우체통에 편지를 넣습니다. 1년 뒤 그들은 학교 뒤뜰에 묻은 타임캡슐을 꺼내는 마음으로 편지를 열어보겠죠?
과거에는 느린 우체통을 기다림에 대한 행복함을 주기 위해 세웠다면, 요즘은 여행 온 오늘을 기념하기 위한 편지를 쓸 수 있도록 각 지역의 관광지에 많이 생겼다고 해요. 덕분에 느린 우체통은 전국에 분포하게 되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곳을 소개드릴께요. 먼저 소개해드릴 느린 우체통은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 위치해 있습니다.
팔각정은 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적인 데이트 명소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내년에도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많은 연인들이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후죽순 깨져버리는 커플들이 편지를 되찾으러 온다고 하네요. 그래서 특이하게 이곳 팔각정 느린 우체통만 접수 후 200일 후까지 주소지를 바꿀 수 있다고 해요..
느린 우체통의 시초인 '인천 영종대교 기념관' 느린 우체통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인천공항 고속도로 중간에 위치한 휴게소에 세워진 느린 우체통은 비행기가 의미하는 빠름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행 가는 도중에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갖고 소중한 사람을 둘러 보자는 뜻 깊은 의미가 담겨있답니다.
전국의 느린 우체통 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곳은 '강릉 경포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박2일이란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고 요즘 뜨고 있는 휴가지로 경포대의 관광객들이 한 번씩 들르는 곳이기도 하죠. 우체통 엽서함에 엽서가 들어있어 자유롭게 엽서를 배부하지만 성수기에는 동날 확률이 많으니 편지를 써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 서울 우표 박물관의 입구
저도 신년을 맞이하여 올해의 목표를 이뤘을 내년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느린 우체통으로 향했습니다. 올해 졸업까지 2학기만이 남아 여느 때보다 목표가 많은 (토익, 자격증, 취업 준비… 등등) 저는 명동의 느린 우체통을 방문하였는데요. 특이하게 우표 박물관 안에 위치하여 박물관까지 구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 서울 우표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우체국의 발전 모습
엄청나게 추운 날씨였지만 우표박물관을 방문한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박물관에 온 이상 열심히 눈에 담아 가야겠죠? 내부에는 우리나라 우체국의 발전과 빨간 우체국 차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모형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세계 각국의 신기한 우표들을 모아 비교하고 구경할 수 있게 되어있었답니다. 박물관을 쭉 한 바퀴 돌아보면 박물관 제일 끝에 위치한 느린 우체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우표값만 지불하면 제공되는 무료 편지지와 편지봉투
안내 데스크에서 우표 값 300원만 내면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받을 수 있어요. 저는 미리 1년 뒤 저에게 편지를 써갔기 때문에 바로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지만 그 장소에서도 편지를 쓸 수 있게 펜과 책상, 의자가 배치되어 있답니다. 오늘 보낸 편지는 2016년 1월에 보내진다는 안내 팻말과 함께 느린 우체통의 의미를 전달하는 안내 문구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1년 뒤 목표를 이뤘을 저 스스로에게 쓴 편지를 가져갔지만 “1년 뒤 전하는 마음”이라는 문구를 읽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한 장 더 썼답니다. "1년 뒤에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자", "효도할게요" 등 직접 말하기에 쑥스러워 평소 하지 못한 말을 편지에 담아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1년 뒤 이 편지를 받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1월 추위가 사그라지는 것 같았어요.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1년 전 보내온 편지를 받는 기분은 어떨까요? 어떤 사람이든 1년 뒤의 자신의 모습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1년 전 자신이 보내온 편지 속 나의 모습, 목표, 관계가 원하는 대로 가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일상에 지치신 분들, 아니면 너무 행복하신 분들 모두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나에게 편지 한 통 남겨 보는 게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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