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불볕 더위, 밖에만 나갔다 하면 줄줄 흐르는 땀, 짜증 지수는 하늘을 찌를 뿐이고! 진짜 여름이 왔나 봅니다. It's summer time! 무더운 여름, 해야 할 공부도 많지만 이렇게 더운 날에는 잠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요. 이번 주와 다음 주말까지가 여름 휴가 피크라고 하는데요. 여러분 모두들 휴가 계획은 세우셨나요?
휴가 계획을 세우다 보면, 여긴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고 릴렉스한 휴가는커녕 인파에 쏠려 다닐 것 같고...이런 고민에 한숨만 나오는데요. 그렇다면 세계적인 관광도시에 살고 있는 '뉴요커'들의 여름 휴가지는 어디일까요? 여름만 되면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을 피해 뉴요커들은 바로 몰래몰래 떠나는 휴가지가 있는데요, 오늘은 그 숨어 있는 뉴요커들의 여름철 잇 스팟(it spot) 두 곳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고풍스러운 페리(Ferry) 정박장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여름철 뉴요커들의 잇 스팟은 바로 '거버너스 아일랜드(Governors Island)' 입니다.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뉴욕항의 심장이라 불리기도 했던 곳으로, 근 200년간은 군대와 해안 경비대가 사용하면 맨하탄 안보의 거점이었던 곳이랍니다. 이런 곳이 왜 뉴요커들의 여름철 잇 스팟이냐고요?
▲ 멋있는 허드슨강의 풍경은 돈내고도 살 수 없다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지난 2003년 미국 주정부가 뉴욕시에게 이 섬을 팔았는데요, 전 뉴욕 시장 마이클 불름버그는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던 이 섬을 뉴욕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관광 문화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과 함께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답니다. 상대적으로 근래에 공개된 곳인만큼, 여전히 뉴요커들만이 알고 사랑하는 장소로 마치 '비밀의 섬' 같은 곳이랍니다.
▲ 북적거리는 뉴요커들
그런데 '거버너스 아일랜드'에는 어떻게 찾아가냐구요? 바로 페리를 타면 됩니다. 페리 정박장은 몇군데가 있는데요, 일주일 내내 운영하는 곳은 로워맨하탄 정박장이고, 브룩클린 다리 공원 항구 6번에서는 주말과 메모리얼 데이, 노동절에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페리는 평일 날 타면 왕복 $2 달러의 운임료를 내야 하지만, 주말 오전 10시와 11시 배를 로워 맨하탄 정박장에서 탈 경우엔 무료로 방문 할 수 있습니다.
브룩클린 정박장에서도 주말 11시와 11:30분에는 무료로 탈 수 있다고 하네요. 나는 가버너스 아일랜드에 10번넘게 갈꺼야! 주말마다 갈꺼야! 하시는 분들은 여름철 내내 타실 수 있는 무제한 티켓을 $20에 구매하시면 됩니다. 12살 이하 아이들은 무료로 탈 수 있어요. 정확한 페리시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맨하탄 페리 정박장 시간표>
<브룩클린 페리 정박장 시간표>
▲ 페리를 타고 가며 보이는 다운타운 맨하탄의 멋진 모습
뉴요커들이 그렇다면 이렇게 사랑해 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멋있는 섬과 거기에 얽힌 역사도 재미나지만, 여름철 뉴요커들이 꼭 방문하는데는 바로 "여름철만"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섬에 공원 및 갤러리 조성과 함께 일년 내내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가 필요한 만큼 가버너스 아일랜드는 매년 5월 말에서 9월 말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운영기간은 조금씩 늘려가고 있는 추세인데요, 올해는 5월 24일 부터 9월 28일까지 방문할 수 있다고 하네요!
▲ 가버너스 아일랜드 지도
가버너스 아일랜드에 도착하면 단출한 지도가 보입니다. 가버너스 아일랜드는 약 800야드의 굉장히 작은 섬으로 아침에 가서 한 두 시간이면 섬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랍니다. 하지만 느긋하게 가서 산책하고, 즐기기 위해 아침 일찍 가면 좋겠죠? 그리고 매주 아동들을 위한 미술 행사나 80년대의 재즈 코스튬을 입고 춤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파티도 열리니, 뉴요커들 사이에서 멋진 분위기를 즐겨 보실 분들은 공식 홈페이지 이벤트 란을 꼼꼼하게 챙겨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군인들이 살던 건물들은 갤러리나 예술의 보고로 바뀌고 있다
가버너스 아일랜드는 옛 군인들이 살던 곳인 만큼, 각종 건물이나 군인의 가족들이 살았던 집들이 많이 남아있어요. 고풍스러운 조지아 스타일의 건물들은 새로 밀어버리고 다시 짓기엔 너무 아깝고, 역사를 중요시하는뉴요커들의 마인드를 알 수 있듯 새로운 갤러리, 음식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답니다. 예산도 줄이고 방문객들에게 있어선 역사 속으로 사라질 법한 건물들을 유지함으로써 뉴욕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 어떤가요? 뉴요커들이 사랑할만한 섬이죠?
▲ 고철로 만든 예술 작품 앞에서 포즈 한컷
친구와 돌아다니며 곳곳에 위치한 갤러리에 들어가 구경도 하고, 실제 작품을 만든 예술가들이 항시 상주하며 자신의 작품을 설명해주시기도 하고 판매도 하며 무명 예술가들에게 힘이 되는 프로젝트를 만나 볼 수 있어 좋았답니다.
▲ 수백 일 동안 다른 시간과 날씨에 방문해 뉴욕의 전경을 만들어 낸 작품
매일 제가 돌아다녔던 뉴욕 락커펠러 빌딩의 전망대에서 수백일 동안 다른 시간과 날씨에 방문해 뉴욕의 전경을 담아내고, 마치 모자이크처럼 만들어 낸 이 작품은 제가 구경하던 그 시점에 어느 노부인께서 바로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셨어요. 예술가 역시 뿌듯해 보였고, 실제로 저희에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고향인 뉴욕으로 돌아와 이 작품을 만들때 가장 가슴이 뜨거웠다는 설명도 잊지 않으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 난해하기도 한 예술 작품
이러한 예술 작가들과 예술품들이 팔리고, 나온 수익으로는 다시 이 거버너스 아일랜드의 발전 기금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멋진 예술품들로 가득 찬 전 군대 기지라니,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아 더욱 의미 있는 곳입니다.
▲ 캐슬윌리엄스. 섬 곳곳에 아직 옛 군대의 모습이 남아 있다
섬 곳곳에는 이렇게 '캐슬윌리엄스(Castle Williams)'나 대포 등 군대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는데요, 마치 요새 같은 이 캐슬 윌리엄스에서는 19 세기 뉴욕시를 나발 전쟁에서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뉴욕항의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입니다.
▲ 요새 같은 이곳은 일반인들에겐 아직 미공개
캐슬윌리엄스는 1807년에서 1811년 사이 만들어진 곳으로, 뉴욕 맨하탄을 지키거나 남부전쟁 후 포로들의 수용소가 되기도 한 곳이라고 합니다. 무려 7-8 피트의 두꺼운 외벽을 자랑하는데요, 약 2m에서 2.5m의 굵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내부는 언제 공개될지 기대가 되는데요, 제가 뉴욕에 살 동안엔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 저녁이 되면 문을 닫는 섬
오후 마지막 페리를 타야 할 때가 되면 섬 관리자들이 안내를 해줍니다.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페리에 오르지만, 하루 종일 느긋하게 걷고 피크닉도 즐기며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내니 각종 스트레스는 날아가고 여유로운 여름 휴가란 바로 이런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인 만큼,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 사람이 적어 더운 여름 자칫 인파에 몰려오는 짜증은 Good bye! 이렇게 한화케미칼 블로그에서만 살~짝 말씀드리니, 올 여름 뉴욕 여행을 가시는 분들은 북적거리는 타임스퀘어도 좋지만 조용한 가버너스 아일랜드 어떠세요?
▲ 바로 코니 아일랜드의 분위기
두 번째로 소개해 드릴 곳은 뉴요커들이 여름에 가장 많이 찾고 사랑하는 바다, '코니 아일랜드(Coney Island)' 입니다. 코니 아일랜드는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빅뱅이 뮤직 비디오 등을 찍은 곳으로 유명한데요, 비욘세나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곳에서 화보를 자주 촬영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답니다.
이렇게 유명인들이 많이 찾고,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코니 아일랜드의 빈티지한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코니 아일랜드에는 오래된 놀이공원과 함께 미국 내에서 유명한 핫도그 체인점의 본점인 'Nathan's'가 위치해 있습니다.
▲ 마치 옛날 미국인들의 감성이 묻어있는 듯한 가게들
햄버거, 핫도그, 오레오 튀김, 맥주 등... 맛있는 가게가 오래되고 낡은 가게들이 팔고 있으니 그 감성을 더욱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구멍가게나 오래된 전통시장이 더 사랑스럽고 외국인들에게 어필하듯, 화려하고 모던한 것만 찾는게 아닌 역사와 가치를 중요시 하는 뉴요커들의 마인드가 다시 한번 돋보이는 동네랍니다.
▲ 오래된 놀이공원인 루나파크
코니 아일랜드의 놀이공원인 '루나파크(Lunar Park)' 역시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는 이유인데요, 주로 늦은 봄에 열어 할로윈까지 영업을 합니다. 겨울 동안은 문을 꽁꽁 닫고 있기에, 여름철 마다 뉴요커들에게 꼭 가야하는 추억의 장소같은 곳이랍니다. 마치 인천엔 월미도가 있듯 이곳엔 루나파크가 있는 느낌~아니까~ :D
오래된 기구에서 나는 끼익 거리는 소리가 공포감을 더욱 크게 하는 놀이동산이랍니다. 등이 서늘하시죠? 그래도 안전검사를 매년 철저히 하고 있다 하니 걱정하시진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 화려한 브룩클린의 벽화 역시 멋지다
브룩클린은 원래 젊고 비주류 트렌드에 민감하고, 스스로를 다르다 생각하는 아티스트들이 많이 이주해 사는 만큼 힙스터(Hipster) 분위기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래피티를 더럽다고 했지만, 브룩클린에서는 합벅적으로 예술가들이 정해진 담벼락에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습니다. 이는 관광객들에게는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구요! 정부와 예술가 간의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매년 열리는 코니 아일랜드 머메이드 퍼레이드의 모습
그리고 코니 아일랜드가 크게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각종 행사들이 있다는 것! 뉴욕 코니 아일랜드에서만 만나 볼 수 있고, 화끈한 뉴요커 언니들의 인어 분장과 코스튬에 눈이 빙글 빙글 돌아가기도 하는데요, 이는 여름을 알리는 '코니 아일랜드 머메이드 퍼레이드(Coney Island Mermaid Parade)'의 모습이에요. 매년 6월 말에 열리고 있으며, 각종 코스튬 부분마다 1등을 뽑아 인어 왕과 여왕을 뽑는 유쾌한 행사랍니다.
▲ 인어 행사에 나타난 로보캅 아저씨
퍼레이드를 관람하시면, 미국인들이 얼마나 코스튬에 관심이 많은지 그 열기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화려한 인어 코스튬에서 하나하나 직접 제작했다는 로보캅 의상,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그리고 불볕더위에 저런 코스튬을 입고 멋지게 포즈를 잡는 그 열정이란! 다들 사진에 찍히는 걸 즐거워하고, 흥겨운 음악과 함께 흔들흔들하는 인파를 구경하는 것도 조용한 가버너스 아일랜드와는 다른 재미가 있답니다.
▲ 후끈 더운 여름에도 즐겁게 춤을 추던 갈매기
이렇게 뉴욕에는 여름이 되면 각종 볼거리와 재미로 가득차있습니다. 하지만 뉴요커들이 가는 여행지는 아마 뉴욕에 처음 오시는 여행객분들에겐 조금 생소한 곳일꺼에요. 그러나 이제 곳 5년 차가 되는, 나름 뉴욕을 안다는 제가 강력 추천하는 이 두 곳은 현지인들과 함께 어깨를 들썩거리며 잊을 수 없는 여름 휴가 추억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뉴욕에 못오신다구요? 그럼 실망하시지 말고, 여러분이 살고 계신 곳에서 주민이기에 갈 수 있는 숨겨진 계곡이나 산으로 놀러 가 보세요. 평소에 지나쳤던 그 장소가 바로 여름 "잇 스팟" 일지도 몰라요. Let's Enjoy!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