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년에 걸쳐 연재한 여행 초보 유사원의 터키 여행기가 드디어 마지막 장에 이르렀습니다. 하나 하나의 여행기가 지나감에 따라 점점 폰카로 촬영한 조악한 화질의 사진들, 여행기를 위해 남긴 메모들에 의존이 높아져가는 것이 마냥 아쉽게만 느껴지네요. ‘터키를 다녀왔었나’ 싶을 정도로, 일상에 묻혀가는 흐려지는 기억들과 당시의 향취가 그리워지는 지금이 말해주는 것은, 한편으론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의미할지 모릅니다. 그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유사원의 터키 여행 7번째 이야기 들어가겠습니다!
▲ 카파토키아의 노을. 언덕 너머로 UFO가 날아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배경이다.
터키하면 떠올릴 수 있는 특산품 2가지를 꼽으면 양가죽 그리고 카펫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 패키지의 쇼핑 코스에서 역시 양가죽 판매점 방문이 있었습니다만, 여행기에서 별도로 소개 드릴 만큼의 볼거리는 없었습니다. 품질은 좋을지 모르지만 디자인이 아무래도 유행의 첨단(?)에 서있는 한국인의 눈높이에는 영 미치지 못하더군요. 그러나 카파도키아의 카펫 공장은 완전히 신세경을 보여주었습니다.
▲ 누에고치를 물에 담가 불려 실을 뽑아내기 직전의 모습. 말할 수 없이 부드러운 촉감이 묘하다.
▲ 한 올 한 올 카펫을 짜는 여인들과 각양각색의 염색을 거친 원사의 모습.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카파도키아의 카펫 공장은, 방문객들에게 카펫을 제작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마치 일종의 카펫 전시장과도 같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죠. 고급 실크 카펫의 경우 인치 당 500~1000올이 들어갈 정도의 오랜 수작업을 요한다고 하는데, 소녀 시절부터 시집갈 비용을 마련하기 위에 3년째 카펫을 짜고 있다는 한 터키 아가씨의 이야기가 인상 깊더군요.
▲ 얼핏 보면 다 비슷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같은 문양이 없을 정도다.
액자에 걸어 전시해둔 카펫의 모습은 위대한 예술품 이상의 포스를 자랑한다.
제조 과정 견학을 마친 후 사과차를 홀짝이는 투어 일행을 앉혀두고 역시나 약장수 같은 인상의 터키 아저씨들이 입장하여 카펫을 촥촥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가격(질 좋은 카펫의 경우 인치 당 10만원 정도)임에도 터무니 없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던 것이, 앞에서 보았던 그 정성스런 제조 과정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차 한대와 맞먹는 가격에 아쉽지만 돌아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 터키 전통 댄스 관람. 속이 울렁일 정도로 계속 저렇게 빙글빙글 돈다.
터키에서의 마지막 밤은 터키 전통 밸리 댄스 관람 스케줄과 함께 이어졌습니다. 개미굴과 같은 묘한 분위기의 홀에서 펼쳐지는 터키 밸리 댄스는 생각 이상으로 실력 있는 댄서들이 다양한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댄스보다 재미났던 건, 한국 투어 일행 외에 유럽에서 온 할머니 할아버지 일행이 무더기로 함께 관람을 하면서 드러났던 문화 차이입니다.
한국인들이 음주가무에 능하다가도, 유독 판을 깔아주면 급격히 수줍어하는 경향이 이 곳에서 유독 도드라졌기 때문입니다. 관객들과 함께하는 댄스 시간, 서있기도 힘겨워 보이던 유럽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트위스트 스텝을 밝으며 덩실덩실 하는 반면에, 한국 어르신들은 손을 잡아 이끄는 댄서들에게 ‘떼끼 이놈!”, “아니 이런 버릇 없는 눔이!” 하며 손사래 치기에 바쁘셨거든요.
▲ 모두가 함께하는 강강술래 타임!!
물론 학창시절 춤에 있어선 ‘피노키오, 깁스’ 등의 안타까운 별명을 가지고 있던 유사원 역시, 클럽에가면 늘 하던 바와 같이 구석에 숨어 술을 들이키며, 구경만 하게 되었습니다. 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좀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흑..
'세계 7대 자연경관', '터키 여행의 하이라이트', '스타워즈의 촬영지', '스머프의 모티브 등등, 여러 가지 수사어만 들어도 가슴 뛰는 그 곳, '카파토키아'는 실로 경이로운 풍경으로 다가왔습니다. 비슷하게 분류해볼 수 있는 미국 그랜드캐년의 장엄하지만 황량한 느낌과는 다르게, 엄숙하고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이 곳의 풍경은 사진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묘한 기운이 흐릅니다.
▲ 카파도키아의 여러 모습. 제일 위의 사진은 일종의 아파트고, 지금도 사람이 살고있다.
로마제국의 종교 박해로 인해 흩어진 초기 그리스도 교인이 피난처로 삼았다는 이 곳. 관광지로 바라볼 때 와는 달리, 삶의 터전으로서는 그저 막막함이 느껴지는 이 곳이기에, 그 기묘한 아름다움이 인간의 의지를 담은 역사와 어우러져 이러한 엄숙함을 간직하게 될 수 있지 않았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준 이 사막이 그들에게는 신이 선물한 우주였을 테니까요.
터키 일정의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해, 유사원은 새벽같이 일어나 짐을 싸고, 아침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챙겨온 옷가지 여러 벌을 겹쳐 입습니다. 이 날은 카파도키아의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벌룬 투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 아침 해가 고개를 내밀 시점에 도착한 벌룬 투어 장소에서 바라본 풍경.
이미 벌룬 한 두개는 출발하고 있었고, 유사원 역시 벌룬에 탑승하여 자리를 잡았다.
벌룬에 부풀리는 소리가 제법 크다.
별 생각 없이 기대에 부풀어 있던 유사원가는 달리, 어르신 몇 분은 벌룬 투어의 안전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셨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터키와서 이건 꼭 타고 가셔야 한다’ 고 하던 가이드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투어를 포기하신 분도 있구요. 유사원도 근래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올해 5월 이 곳에서 벌룬이 추락하여 사망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실제로 발생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사고가 두려워 이 경험을 마다하지는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전을 위해 대형 업체의 적은 인원수가 들어가는 벌룬을 이용하는 것이 하나의 팁이 될 수 있겠네요.
▲ 열기구의 내부 모습. 사실 지금와서 다시 보면 조금 부실해 보이는 느낌이 없지 않다.
안전에 돈을 아끼진 말아야 할 것이다.
벌룬 탑승 시 또 한가지의 팁은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서운 마음에 바구니 안쪽에 자리를 잡으면, 막상 올라가서 고개를 들이 내미느라 민폐를 끼치는 동시에, 촬영하는 모든 사진에 사람들의 귀가 솟아 있을지 모릅니다. 실제로 바구니 안에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꿈찔꿈질 이동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거든요. 벌룬 투어는 예상외로 무척 편안했습니다. 흔들리거나 놀이 기구와 같은 스릴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가 높이 떠올라 날아다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냥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난 가만이 있고 내 주변의 풍경이 서서히 변해가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 떠오르는 아침해가 깃드는 카파도키아의 로즈밸리. 눈을 감고 싶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꿈 속으로 온 몸이 두둥실 잠겨가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아늑함 마저 느껴지는 바람결과, 눈 아래로 펼쳐진 카파도키아의 풍경. 건너편에 떠가는 다른 열기구들의 모습. 비록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이었지만, 그 간의 일정 속에서도 미처 떨치지 못했던 마음 한 구석의 현실에 대한 생각과 걱정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 무사히 투어를 마친 것을 기념하며 터뜨리는 샴페인. 심지어 수료증도 증정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아,,여행 가고 싶다’ 라는 푸념을 하는 것은, 그저 여행의 볼거리,재미, 휴식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겠지요. 일상의 내 모습에 대한 잠시간의 이별.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을 위해 떠나는 여행. ‘여행 초보 유사원’ 의 터키 여행은 8일간의 일정을 통해 이 순간을 남기며 마무리 됩니다. 그리고 이 여행기를 읽어주시는 분들이 유사원의 이야기를 통해, ‘나도 떠나자’ 라고 외치시며 발을 옮기신다면, 유사원에게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여행으로 간직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 언젠가 다시 찾아올 그 날을 위해, Yine görüşürü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