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이 싹트는 계절인 봄입니다. 날씨도 좋고 바깥에서 활동하기 좋은 날씨이군요. 그래서 인지 주말이면 나들이 가는 분들이 점차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또 이렇게 봄이 되면 사랑의 결실인 결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결혼식이라고 하면 하얀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두 사람의 결혼은 축복해주러 온 많은 사람들, 아름다운 꽃다발인 부케 등이 생각나시죠? 그리고 하나 더! 결혼 반지도 결혼식에는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결혼 반지는 변하지 않는 사랑을 의미하기 위해서 보석이나 귀금속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석으로는 대표적으로 모든 여성이 갖고 싶어 하는 다이아몬드가 있지요. 그리고 금속으로는 모두가 다 아는, 노란색의 반짝반짝 빛나는 금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노란색의 금 외에도 하얀색의 화이트 골드, 핑크색의 핑크골드, 초록색의 그린골드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고 하는군요. 예전에는 금하면 노란색의 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금의 종류도 다양해 졌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색의 금은 알고 보면 순수한 금은 아니랍니다. 화이트, 핑크, 그린 색의 골드는 순수한 금에서는 나올 수 없는 색이라서 노란색의 금에 각각의 색을 나게 해주는 금속을 섞어서 만드는 일종의 합금입니다. 그래서 노란색인 금의 경우 99.9% 순도를 나타내는 24k 금이 있지만 나머지의 경우 이렇게 순도가 높은 경우는 없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 귀금속 중 백금이라고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거예요. 그렇다면 화이트 골드와 백금은 같은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것일까요?
정답은 다른 것입니다. 화이트 골드를 우리 말로 번역하면 백금이지만 화학적으로는 서로 다른 물질입니다. 화이트 골드의 경우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순수한 금에 다른 금속을 섞어서 만든 합금이지만 백금의 경우는 순수한 백금 금속이 따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둘을 구별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데요, 백금을 Platinum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백금은 겉으로 보기에는 화이트 골드처럼 은백색의 빛나는 금속이고 이름에 금이 들어가서 금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금속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화학적으로나 물리적인 성질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금과 백금은 서로 쓰이는 곳이 정말 다른데요, 그래서 오늘 케미칼 스토리에서는 금은 금이지만 금과는 다른 백금에 대해서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화학시간에 머리를 아프게 하는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주기율표!
이 주기율표에는 지구상의 알려진 모든 원소들이 나열되어 있는데요, 여기서 백금과 금을 찾아보면 백금은 원자번호 78번에 Pt라는 원소기호를 사용하고 금은 원자번호 79번으로 Au라는 원소기호를 사용하면서 사이좋게 나란히 위치하고 있습니다. 금에 Au라는 원소기호를 부여한 것은 빛나는 새벽이라는 뜻의 라틴어인 aurum에서 기원하였다고 합니다. 과거부터 금은 태양을 상징하고 금의 노란색이 새벽녘 태양빛과 유사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진 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반면에 백금의 경우 영어명인 Platinum에서 Pt라는 원소기호가 나왔는데, 이 용어는 작은 은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인 Platina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금은 상당히 무른 금속으로 알려져 있는데, 구부리거나 넓게 펼칠 수 있는 성질인 연성과 전성이 금속 중에서 제일 좋아서 1g의 금만 있으면 1m2의 아주 얇은 금박을 만들 수 있거나 혹은 3000m의 금선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백금도 금보다 아니지만 연성과 전성이 좋은 편에 속해서 아주 얇게 펼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두 금속은 다른 금속과는 달리 화학적으로 아주 안정된 편이어서 공기중의 산소와 잘 반응하지 않는 편입니다. 철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공기중의 산소와 반응해서 산화철이 되는 경우(녹이 슨다고 하죠?)가 있지만 백금과 금은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백금과 금은 이렇게 유사한 점이 있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백금은 금보다 더 단단하고 녹는 점이 높아서 금보다는 다루기가 어려운 금속입니다. 백금은 녹는 점이 1768도로 녹는 점이 1064도인 금보다는 더 높은 온도가 되어야지 녹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백금이 처음 유럽인들에게 발견되었을 당시, 공예가도 녹일 수 없는 미지의 금속이라고 설명하였다고 합니다. 또 이 두 금속은 전기를 잘 전달해주는 성질인 전기 전도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금의 경우 구리나 은처럼 아주 전기를 잘 통하게 해주는 금속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금은 전자기기 회로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요. 이렇게 사용된 금은 폐 기기의 회로에서 다시 회수 되기도 합니다. 반면에 백금의 전기 전도도는 금이나 은의 전기 전도도의 1/4정도로 금보다는 전기를 잘 흘려주지 못합니다.
금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백금은 여러 곳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귀금속에 많이 사용되는 금처럼 백금도 귀금속에 많이 이용되고 있을까요?
백금은 생각보다 귀금속에 많은 양이 이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백금 중 약 30%만 귀금속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약 90%가 장신구나 투자용으로 사용되는 금과는 아주 다르게 사용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금과는 다른 백금의 화학적인 특성 때문이지요. 백금은 화학반응을 빠르게 일으키는 촉매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이 이러한 촉매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에는 촉매변환기라고 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이 장치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에서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을 이산화탄소와 질소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백금의 경우,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화학반응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어서 촉매변환기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암모니아를 이용해서 질산을 만드는 과정에도 백금은 촉매로 사용되고 있으며, 새로운 유기물을 만드는 유기합성화학에도 촉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탄소 원자와 탄소 원자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예전부터 상당히 어려운 것이었는데, 화학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촉매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이 중에서 백금을 이용해서 만든 몇몇 촉매 물질의 경우, 상당히 연결하기 까다로운 탄소와 탄소를 연결시키는 반응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백금의 촉매 역할을 발견한 과학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서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환경 문제와 관련하여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지요? 이런 환경문제에 대한 원인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첫 번째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요. 한화케미칼에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태양전지도 이러한 대안 중의 하나이지요. 태양 빛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전지는 화석연료와 달리 사용시 공해가 발생하지 않고 에너지원인 태양빛이 고갈될 염려가 없어서 한화케미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에너지입니다.
그런데 태양전지 말고도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소에너지 입니다. 수소에너지는 수소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얻는 새로운 방식인데요.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가벼운 기체에 속하지요. 수소는 공기 중에는 많은 양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화학적으로 물을 분해할 경우 수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수소를 이용해서 에너지를 얻고 난 뒤 생기는 물질이 이론적으로는 물 밖에 없어서 친환경적이고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받고 있지요.
그런데 이러한 수소를 이용해서 전기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답니다. 그리고 이 특수한 장치가 바로 연료전지이지요. 연료전지는 수소분자를 수소 이온으로 바꾸고 여기서 나오는 전자를 이용해서 전기에너지를 만듭니다. 그리고 다시 수소이온은 산소와 반응해서 물이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렇게 약간은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 안에는 백금이 촉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백금은 수소와 잘 결합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수소분자를 수소이온으로 만들어 주는 촉매로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연료전지에는 백금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실제로 연료전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 백금의 사용을 줄여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백금은 귀금속 중의 하나로 가격이 비싸고 많은 양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연료전지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는 다른 금속을 찾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니켈이나 일부 금속 산화물의 경우, 이러한 백금의 촉매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어서 이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금은 금이지만 은색의 금 백금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어떠셨나요? 백금하면 화이트골드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화학 반응을 빠르게 해주는 촉매로 많이 이용되고 있었네요. 알면 알수록 놀라운 백금의 세계, 신기하지 않으세요?
- 참고문헌 –
한화케미칼 http://hcc.hanwha.co.kr
한화케미칼 블로그 http://www.chemidream.com/
General Chemistry, Thomson, Whitten, Davis, Peck, Stan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