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지칠 때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 내려놓음의 미학으로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경지에 오르른 단단한 심적수련이 된 현대인도 분명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강심장은 일부 몇몇일 뿐 마음의 여유 없이 아침 댓 바람부터 신경질을 쏟아내는 상사,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 아이디어, 끝이 없는 마라톤 회의, 개인주의를 표방한 이기주의의 동료와 함께 하는 매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도 맘도 힘들 때 흔히 이렇게 주문을 외칩니다.
온 몸에 퍼져버리는 스트레스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달달한 뭔가를 급하게 입속으로 던져 넣다 시피하지만 쳇기 걸린 듯 점점 답답해 오는 속을 해소하기엔 급부족이죠.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뭐?? 한국인은 뱃심뚝심밥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바로 속을 든든하게 해주는 맛있는 한끼 식사 아니겠어요!!
상처받은 영혼은 모두 모여라~
엄청 큰 접시에 새모이 만큼 올려놓고 갖은 데코에 입이 쩍벌어지는 금액을 줘야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행복을 재료로 눈물로 간을 맞추고 추억으로 데코한 음식을 소재로 한 “심야식당”이라는 작품을 소개해드릴까합니다.
2008년 만화로 먼저 만났던 심야식당은, 2013년 현재 총 10권까지 출간 된 스테디셀러에요
다소 유니크한 캐릭터도 있기는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볼 수 있을만한 캐릭터들이 모여 소소한 일상을 얘기합니다. 세계가 넓다는 말은 심야식당에선 틀린 말인가 봅니다.
신주쿠 동네 한 구석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20여년 전 오해로 인해 싸우고 난 어릴 적 동네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짝사랑 했던 여자도 만나고, 심야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가정식에서 가족을 그리워하고, 어렵사리 만나기도 하고, 심야식당 안에서 모인 사람과 사랑이 싹트기도 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5평여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람 냄새나는 살가운 심야식당.
만나는 남자에 따라 즐겨먹은 음식이 바뀌는 스트리퍼 출신의 마릴린.
매번 나쁜 남자에게 반하는 계란말이를 좋아하는 게이바 주인 여장남자 코스즈.
고양이 맘마를 좋아하는 엔카가수.
차에 밥을 말아서 매실, 연어, 명란젓등을 얹어먹는 오차즈케를 즐겨먹는 오차즈케 자매들.
귀여운 문어소세지의 추억이 아린 신주쿠를 주름잡는 야쿠자.
아들과 연인처럼 토닥토닥 싸우는 모자(母子)와 죽음의 문턱에서 건저준 조개술찜.
조용한 달빛처럼 게스트들을 은은하게 받쳐주는 마스터의 고저가 없이 조용하게 읊조리듯 하는 대사는 엄마가 만들어준 음식처럼 스토리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에겐 일본영화 “비밀”로 유명한 코바야시 카오루가 심야식당 마스터로 분하여 극 전체의 중추 역할을 합니다. 벌써 시즌 3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많은데요. 만화원작이 10편이 나온 만큼 시즌 3로 소개될 에피소드들이 매우 기대되는 드라마입니다. 2월 5일에는 심야식당의 저자 아베 야로가 10권 출간기념 및 뮤지컬 홍보를 위해 내한하기도 했는데요. 한국 팬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시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 상기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음식관련 드라마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야심한 시각에 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야식을 향한 시청자들의 천편일률적인 생각에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이 아닐까요!! 야밤에 라면광고는 정말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죠. ^^
한국에도 한국의 맛을 소개하는 허영만 작가의 식객이 있는데요.
"가장 맛있는 음식은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식객에서 나온 최고의 명대사라고 생각하는 정말 멋진 대사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부는 매운 맛을 즐기면서, 속이 쓰릴듯이 단맛을 즐기면서, 입술이 미끄러질정도로 느끼함을 즐기기도 하죠!! 여러분만의 심야식당은 어떤 곳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