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지구를 둘러싼 인공위성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전자장비를 마음대로 조정하여 세계를 정복하려는 악당의 이야기를 담은 공상과학 영화가 생각나네요. 여느 영화처럼 악당의 음모를 막아내려는 착한 주인공이 있었구요. 주인공은 악당의 손에 들려있는 조정장치를 역으로 이용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전자장비를 영구히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그 조정장치를 손에 넣은 주인공은 버튼을 누르려 합니다.
이 때 !! 악당은 매우 반성하는 모습으로 자기가 잘못했으니 제발 그 버튼만은 누르지 말아달라고 애원합니다. 지구의 문명을 이천 년 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하면서 말이죠.. 주인공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버튼을 누르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지구는 다시 석기시대로 돌아갔다’ 라는 자막과 함께…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너무 큰 과장일까요? 만약에 내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석유화학 산업이 일시에 사라진다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될지 한 번 살펴볼까요?
헉! ....아침에 일어나서 전기밥솥이 케이스가 없는 채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런!! 아침밥을 포기해야만 하겠네요.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는데 화학섬유로 만들어진 옷은 모두다 사라지고 달랑 면 내의만 남아있네요. 이거 참 난감한데요;;;;;
오늘 출근이 어렵겠다고 연락을 하려고 전화기를 찾는데 스마트 폰은 부속품들이 나뒹굴고 모든 전선들은 피복이 벗겨진 채로 집안은 전기 줄이 위험하게 노출이 되어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간신히 면으로 된 옷을 찾아서 입고 출근하려고 매일 들고 다니던 가방을 찾는데 가방은 온데간데 없이 지퍼만 남아있네요. 아마도 천연가죽이라고 했던 매장에서 속아서 산 모양입니다. 가방은 인조가죽이었던 것이죠. 어차피 가방이 있어도 담을 것도 별로 없네요.
노트북도 예비 배터리도 그리고 파일케이스와 필기구들도 다 사라지고 없으니까요. 출근을 포기하고 집안에 무엇이 없어졌는지 찬찬히 살펴봅니다. 아름다운 패턴의 벽지도 원목 느낌의 바닥재도 없고 아침 햇살을 막아주던 커튼도 흔적 없이 사라졌네요. 일부 나무와 쇠로 된 물건 빼놓고는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생활하는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석유화학이 주었던 선물이었던 것이죠. 석유화학 산업이 없었다면 일어날 이 일들… 정말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석유화학 중 대표되는 제품인 플라스틱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가 살고 있지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세상.만약에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살지 못했을 겁니다. 인류는 문명을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구분을 하는데요, 그렇다면 지금은 분명 플라스틱 시대가 맞는 것 같습니다. 온 세상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석유화학만큼 우리의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산업이 있을까요? 우리가 평소에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석유화학이 세상 사람 모두를 이롭게 하는 소중한 기술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