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핫한 키워드로 ‘비건(VEGAN)’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건 하면 단지 고기를 먹지 않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지금은 먹는 것뿐만 아니라, 가방과 신발, 옷, 자동차 시트,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마트에 가면 고기 만두 옆에 채식만두가 판매되고 있으며, 식당에 가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메뉴가 잘 마련돼 있습니다. 또한 가방이나 신발을 고를 때 동물가죽이나 털이 아닌 인조가죽을 이용한 비건가죽과 페이크퍼를 선택할 수 있으며, 화장품도 동물성분이 들어있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비건 화장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당장 고기는 못 끊지만 화장품이나 가방, 신발 등은 비건 제품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비건이 아니더라도 쉽게 비건의 삶을 누릴 수 있어 비건 문화는 점점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산업에서 비건 제품이 나올 수 있는 데에는 바로 ‘화학기술’이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동물성 재료를 비건으로 바꾸는 기술, 비건화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왜 비건에 열광하는 걸까?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약 250만명으로, 2008년 15만명과 비교했을 때 16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한국 대표 음식 중 하나로 삼겹살을 꼽을 정도로 육식을 사랑하는 우리인데, 왜 ‘비건’이 뜨고 있을까요?
이는 단지 육식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동물학대라는 윤리적 관점, 그리고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대량의 온실가스가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환경 문제가 같이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전문가들은 세계 모든 사람이 고기 섭취를 포기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의 60~70%가 줄어들고, 축산업에 쓰이는 땅의 최대 80%를 초원과 숲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고 언급합니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 비건 식단을 선택할 경우 최대 73%의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비건은 소수가 아닌 하나의 대중문화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천연화장품에 동물성분이?
천연화장품 하면 왠지 식물성분으로 만들어진 자연주의 이미지가 강한데요. 하지만 동물성분도 자연성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천연화장품입니다. 피부재생에 좋다는 콜라겐은 척추동물의 피부와 뼈에서, 항염증 효과가 있는 프로폴리스는 꿀에서, 스쿠알란은 상어 간에서 추출합니다.
립밤, 크림 등의 보습성분으로 사용되는 ‘라놀린’은 양털에서, 립밤에 사용되는 비즈왁스(밀랍)은 꿀벌의 벌집으로 만들며, 헤어 제품의 실크단백질은 누에고치로 만듭니다.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비건(VEGAN)’ 인증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화장품의 비건원료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재료 및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입니다. 포장 또한 과도한 포장을 지양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패키징을 활용합니다. 성분은 주로 화학적인 가공으로 완성된 식물유래성분과 기능성 화학원료가 들어갑니다.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추출한 ‘부틸렌글라이콜’, 미백효과가 있는 비타민 B3 일종의 ‘나이아신아마이드’, 피부보습에 도움을 주는 ‘히알루론’, 피부재생에 도움을 주는 아미노산 중합체인 ‘펩타이드’, 레티놀 유사효능성분 ‘바쿠치올’ 등이 대표적인 기능성 화학원료입니다.
자동차도 비건!
스틸과 유리, 플라스틱 등 화학적인 재료로 이뤄져 있을 것 같은 자동차에는 어떤 동물성 재료가 사용돼 왔을까요? 자동차의 의자 시트, 핸들, 대시보드 등의 실내 마감재는 주로 동물가죽으로 제작됩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인데요. 최근에는 동물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인조가죽과 식물성분으로 만든 소재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인조가죽의 종류 또한 버섯 균사체로 만든 버섯가죽, 선인장으로 만든 선인장 가죽, 그리고 재활용 페트병과 인조섬유를 섞어 만든 재활용 섬유소재 가죽 등 매우 다양합니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시트는 사탕수수와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원단이 사용됐으며, 기아 전기차 EV6에는 차량 한 대당 500ml 폐페트병 약 75개로 만든 친환경 소재가 들어갔습니다.
아우디 A3 모델 시트 하나에 1.5리터 페트병 25개, 바닥 매트에는 62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외도 BMW,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점차적으로 동물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비건 레더 소재, PVC & PU
비건패션은 동물 가죽이나 털 등 동물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환경오염과 노동착취가 없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의미합니다. 지난 2019년 150여개 전 세계 패션 브랜드는 지구 온난화 해결, 해양 보호, 생명 다양성 회복을 목표로 하는 ‘패션협약’에 서명했는데요. 동물과 지구를 살리기 위해 패션브랜드도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선인장, 파인애플, 버섯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가방과 지갑, 100% 재활용 가능한 PVC 소재로 만든 신발과 가방, 폴리에스터 및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인조가죽 재킷 등 비건레더 또는 에코레더로 만든 패션 제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육식을 사랑하는 분들도 화장품이나 신발, 가방, 옷을 고를 때 비건제품을 고른다면 비건문화에 동참하고 계신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을 한다던가, 고기 대신 대체육을 먹는 등 조금씩 육식을 줄여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비건, 고기를 먹느냐 야채를 먹느냐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을 살리는 문제로 접근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은 채식,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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