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나 교량, 건축물에 이상이 생겼을 때 스스로 치유해서 재난을 미리 방지하고, 스마트폰이나 전자제품이 파손됐을 때 알아서 다시 원상복구 된다면? SF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이제 머지않아 현실로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자율적으로 수명을 제어하는 화학소재’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적으로 수명을 제어하는 화학소재’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발표한 ‘2019년 10대 미래유망기술’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자가치유 화학 신소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가치유(self-healing) 소재란?
▲2018년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자가치유 신소재(출처: 한국화학연구원)
자가치유 소재란 말 그대로, 스스로 치유하는 소재를 의미하는데요. 인체에 상처가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되듯,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물질에 자가치유 기술을 삽입해 손상되거나 망가져도 스스로 복구할 수 있도록 하는 고분자 신소재입니다.
자가치유 소재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돼 왔었는데요, 치유과정이나 치유 후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점점 더 기술은 고도화되고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가치유 고강도 신소재에 대한 #연구
▲ 자가치유 플라스틱(출처: whitegroup.beckman.illinois.edu)
2000년대 초반, 일리노이대학 베크만 연구소는 개환형 가교반응이 가능한 ‘다이사이클로펜타다이엔(dicyclopentadiene)’이 함유된 마이크로 캡슐을 개발했는데요, 마이크로캡슐이 함유된 고분자 매트릭스가 손상될 경우 내장된 마이크로캡슐이 깨지면서 다이사이클로펜타다이엔이 파단면으로 흘러나오게 되고 가교반응으로 고체화되어 파단면을 수복하는 캡슐형 자가치유 방식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 마이크로캡슐 기반 자가치유 시스템(출처: whitegroup.beckman.illinois.edu)
하지만 긴 치유시간과 제한적인 치유 매체의 양, 촉매의 불안정성, 계면 이질성, 그리고 한번 치유된 부분은 다시 치유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자가치유 고분자와 #지능형 소재기술의 결합
앞서 소개 드린 것처럼 2000년대 초반의 자가치유 기술은 반복적인 치유가 어렵고, 절단 및 손실된 부분에 대한 치유에 대한 과제, 그리고 손상 및 치유에 대한 감지 필요성 등과 같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능형 소재기술, 즉 ‘형상기억’, ‘자가집합 상분리’, ‘손상감지’ 기술이 병합된 지능형 자가치유 고분자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자가치유 문제점 극복을 위한 #지능형 고분자
▲ 초분자형 블록 공중합체의 상분리형 자가치유 개념도(출처: Angew. Chem. Int. Ed., 51, 10561-10565 (2012).
l 형상기억 고분자
형상기억 고분자란, 변형이나 손상이 발생할 경우 일정자극을 다시 주게 되면 원래의 형태를 되찾을 수 있는 지능형 고분자로, 이 원리를 이용해 스크래치나 찌그러진 자동차 부위가 스스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l 자가집합 상분리형 고분자
자가치유 고분자는 치유 특성상 고무 물성으로 기계적 강도가 약해 구조재료로서 사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는데요. 높은 기계적 물성으로 반복적 치유가 가능한 '열가소성 자가치유 탄성체(thermoplastic self-healing elastomer)'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l 손상감지형 고분자
손상감지형 고분자는 손상부위와 정도를 감지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처치를 스스로 할 수 있는 기술인데요. 재료의 수명을 확인하고 안정적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손상감지 방법으로는 초음파, 압전 재료, 광섬유, 외부자극에 의해 기계 화학적으로 활성화되는 화학반응 등을 이용한 감지 등이 있습니다.
자가치유 신소재의 #미래
지난 6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손상되거나 완전히 절단되더라도 손상 이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원상복구 하는, 스스로 회복되고 접합되는 자가치유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요. 자가치유 신기술은 앞으로 더욱 발전해 도로, 다리, 건축물, 선박, 자동차, 전자전기제품,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생활 속 안전을 지켜주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습니다. 또한 파손이나 손상에 의한 제품의 쓰레기 배출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새로운 화학 기술이 우리의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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