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한창 순위 경쟁에 돌입하며 여름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야구를 즐겨 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요즘은 여성 야구팬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죠? 복잡하고 멈춰 있는 듯 보이는 야구 규칙과 숨겨진 재미를 쉽게 해설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야구는 타 스포츠보다는 정적이고 크게 움직이지 않는 것 같지만 순간순간 스쳐 지나는 머리싸움과 판단력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야구를 들여다봐야 할까요? 지금부터 함께 야구를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비자가 공을 가지는 몇 되지 않는 운동, #야구
이 점부터 상당히 생소할 것 같은데요. 간단히 축구나 농구의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격하는 쪽이 볼을 가지고 상대 팀의 골대에 공을 넣기 위해 게임이 진행됩니다. 탁구, 배드민턴, 볼링, 배구 등 거의 모든 운동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야구는 공격자가 공을 가지고 있지 않고 수비자가 공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비자가 공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게임의 점수가 결정됩니다. 타자의 센스있는 주루플레이로도 득점을 올릴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야구는 수비놀음입니다. 수비자가 공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점수가 결정되는 거의 유일한 운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 점이 어떻게 야구를 특별하게 만들까요? 바로 순간과 시간의 알맞은 조화입니다! 투수는 포수에게 공을 뿌리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고, 그 시간 동안 벤치와 포수로부터 사인을 받아 지정된 곳으로 공을 던지게 됩니다. 이 시간은 투수로 하여금 어떻게 안타 또는 홈런을 맞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고, 지켜보는 관중 역시 다음 공을 투수가 어떻게 던질지 몰입하게 되죠. 또한 일단 공을 던지고 나면 많은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공이 포수 뒤로 빠질 수도 있고, 타자가 맞을 수도 있고, 헛스윙이 나올 수도, 약한 땅볼 타구 등 많은 상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 공을 갖게 되는 수비자가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시합의 판도가 갈리게 됩니다.
야구는 투수 놀음, 배터리의 #머리싸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투수가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공을 가장 안타가 나오지 않는 위치로 던져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어 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타자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타자의 바깥쪽 아래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공은 타자가 잘 치더라도 땅볼이나 병살 유도 타구가 되기 쉽습니다. 또는 심판의 눈을 속이며 존 바깥으로 빠져나가더라도 스트라이크를 선언 받을 수도 있죠. 메이저리그 해설가들은 바깥쪽 낮은 공을 제대로 제구하여 강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있다면 매 경기 완봉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포수는 1개의 아웃을 잡는 것보다 투수를 안정시키고 점수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적게 하려는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야구는 한 점을 내는 것보다 한 점을 지키기만 해도 승리의 기댓값이 높아지거든요. 그래서 포수는 여기에서 모든 점을 고려합니다. 누상에 나간 주자가 느린 스피드로 안타가 나와야만 뛰거나 먼저 뛰고 타자의 스윙을 노릴 수 있는 주자라면 정면승부를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빠른 주자가 호시탐탐 도루를 노리고 있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아무리 빠른 주자라도 도루성공률은 40~50% 남짓. 견제구 한두 개를 요구한 다음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가장 빠른 볼로 포수의 머리보다 높게 들어오는 높은 직구를 요구합니다. 만약 주자가 뛰었다면 포수는 홈플레이트에 빠르게 도달한 공을 잡는 즉시 2루로 송구하여 주자보다 빠른 타이밍에 도루를 저지해낼 수 있습니다. 이를 ‘피치아웃’이라 합니다. 주자가 뛰지 않으면 볼 1개만 늘어나는 손해를 감수하지만 주자를 뛰게 할 수 있다면 아웃카운트 1개를 공짜로 늘리는 셈이 됩니다.
이런 머리싸움을 포수는 순간적으로 해야 합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지만 팀의 10년 성적은 주전 포수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자의 심리, 주자의 작은 손버릇을 보고 주자가 뛸 것인지를 알아챌 수 있는 눈썰미, 관중들의 응원에 의한 분위기, 현재 점수와 수비 상황,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 기준 등을 해당 시합에서 모두 파악한 다음 시합을 조율하고 이끌어 나가는 것이 바로 포수입니다. 그리고 좋은 포수의 지능적인 작전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뛰어난 투수가 필요합니다.
바뀌는 스트라이크존, 변화하는 #한국프로야구
그간 한국프로야구의 스트라이크존은 매우 좁았습니다. 투수들은 좁아진 존에 공을 넣기 위해 무리한 공을 던졌고 타자들은 손쉽게 이를 쳐냈습니다. 머리싸움에서도 스트라이크 하나가 선언되는 비중은 경기의 심각성을 순식간에 높여버립니다. 이 볼이 스트라이크가 되었다면 2S1B의 유리한 카운트를 점할 수 있었던 순간 심판의 볼 선언 하나로 카운트가 1S2B의 불리한 상황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게다가 스트라이크존이 좁으니 투수들은 가운데로 몰리는 볼도 많이 던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결과로 3할 타자가 많아지고 안타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타고투저’시즌이 연속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스트라이크존을 넓히고 투수에게 더 관대한 판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17시즌 판도는 투고타저에 가깝습니다.
스트라이크존이 조정됨에 따라 투수들은 좀 더 많은 공을 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타자의 몸쪽으로 들어오는 빠른 속구, 바깥쪽 아래에서 휘어져 떨어지는 슬라이더 등 많은 구질을 효율적으로 던질 수 있게 되었죠. 많은 구질과 넓어진 존은 타자들의 방망이를 쉽게 이끌어 냅니다. 또한 많은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습니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 아니라 #작전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한 방에 시원하게 담장을 넘겨버리는 홈런도 좋은 볼거리지만, 순식간에 몇 가지 수 싸움이 오가는 작전도 야구 직관의 재미입니다. 대표적인 작전 몇 가지만 소개할까요?
1. 런 앤드 히트
먼저 런 앤드 히트가 있습니다. 평범한 안타로도 한 베이스 더 가는 진루가 가능하기도 하고, 땅볼을 많이 치는 타자라면 안정적으로 주자를 한 베이스 보내기 위한 작전이기도 합니다. 투수가 투구 동작에 들어가는 순간 주자는 뜁니다. 그리고 투수가 던진 공에 타자는 자신 있게 스윙을 내밉니다. 만약 타구가 잘 맞아 안타가 된다면 주자는 3루까지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평범한 땅볼이 되더라도 타구가 2루수나 유격수 앞으로 꽂히지 않았다면 2루에는 무사히 들어갈 수 있습니다.
2.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최근에는 번트를 중심으로 한 스몰볼 야구가 많이 사라지면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긴 하지만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라는 작전이 있습니다. 약어로 버스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번트는 기본적으로 1아웃의 타자 희생을 바탕으로 하여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기 위한 작전입니다. 주자를 2루에 보내기만 하면 작전에 따라 짧은 안타에도 점수를 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상황에서 번트모션을 취하고 있던 타자가 투수의 밋밋한 공에 배트를 뒤로 빼고 강하게 스윙을 합니다. 투수는 타자가 번트를 댈 것 같으면 제구를 정확히 하여 번트타구가 수비하기 편한 쪽으로 오도록 하는 것을 노리는 것인데요. 이때 번트수비에 대비해 내야진이 전진했을 때 강공을 택하면 타자가 친 공은 조금만 위로 뜨더라도 전진한 내야진의 키를 넘길 수 있습니다. 굉장히 컨택 능력이 좋은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돌발적으로 쓰는 작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페이크 홈스틸
재미있는 작전으로 페이크 홈스틸을 소개하겠습니다. 스퀴즈 번트란 3루에 있는 주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번트를 대는 것인데요, 홈에 들어오는 주자의 경우 공을 받은 글러브를 포수가 직접 갖다 대 아웃시키는 태그아웃이 아니면 아웃으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번트타구로도 득점이 가능합니다. 실제 끝내기 스퀴즈가 발생한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스퀴즈는 사인에 의해 돌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주자 1-3루 상황에서 스퀴즈를 준비하는 척하면서 내야진을 전진시킨 상황에 갑자기 1루 주자가 2루로 뛰려는 모션을 취합니다. 번트에 대비해 전진수비를 펼치던 유격수와 2루수는 순간적으로 2루 커버를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균열이 생깁니다. 그런데 다음 투구에 실제로 1루 주자가 도루를 시도했습니다! 포수는 황급히 2루로 공을 던지려고 하죠. 순간 1루 주자는 도루를 취소하고 1루에 돌아오고, 대신 3루 주자가 홈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포수는 이미 2루로 송구를 하는 동작에 들어갔기 때문에 공은 2루로 갑니다. 급하게 공을 받은 2루수가 다시 홈으로 공을 던져보지만 그사이에 이미 3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왔고, 발이 빠른 1루주자가 2루수의 송구 사이에 2루를 훔쳤습니다. 이런 작전을 페이크 홈스틸이라고 합니다. 물론 실제로 이루어지기는 매우 힘듭니다.
지금까지 야구에서 숨겨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야구만의 독특한 규칙과 작전 등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어떠세요? 이번 여름방학에는 중계에서 볼 수 없는 야구장만의 수비 이동과 투/포수 사인을 직접 관전하러 야구장에 가 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경기 시간 한순간 한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질 거에요! 중계카메라에는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야구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직관! 생각만으로도 손에서 땀이 나는데요. 여러분도 이런 기분을 직접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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