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죽일 놈의 숙취!
저녁 퇴근 시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술집에 가보면 항상 들리는 소리가 있죠? "건배!" 이렇게 한잔, 두잔 하면서 기분 좋게 평소에 바빠서 하지 못했던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술에 취해 헤롱헤롱하면서 집에 들어가게 돼요. 그리고 다음날 찾아오는 두통! 속 쓰림! 갈증! 이러한 증상들을 다 합쳐서 숙취라고 하는데요, 그 원인은 바로 술의 주성분이자 알코올의 한 종류인 에탄올에 있어요.
우리생활에서 즐거움과 유용함, 그리고 몸의 피로도 가끔^^ 주는 알코올은 에탄올 외에도 메탄올, 부탄올, 옥탄올등 여러 종류가 있답니다. 오늘은 이 알코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에탄올로 이루어져 있다,'술'
알코올을 다른 물질과 어떻게 구분할까요? 알코올에 속하는 화학물질들의 이름은 다들 ~올로 끝이 나요. 그리고 한 가지 특징이 더 있는데요, 이들의 분자를 살펴보면 알 수 있어요. 산소원자와 수소원자가 뭉치면 이들을 '하이드록시기'라고 하는데요, 탄소에 이 하이드록시기가 붙어 있는 화학물질들을 알코올이라고 합니다. 에탄올도 이러한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요, 탄소 두 개에 하이드록시기가 붙어 있는 모양이랍니다.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효모라는 아주 작은 단세포 생물에 의해 만들어 진답니다. 이 녀석들은 공기중에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설탕과 같은 달콤한 당과 만나면 이산화탄소와 에탄올을 만들어 내는데요, 이러한 과정을 발효라고 한답니다. 맥주나 와인, 그리고 우리나라 전통술인 막걸리 등은 이러한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 집니다.
그렇다면 소주는 만드는 방법이 다른 것 일까요? 소주도 발효를 거쳐 만들지만 여기에 증류와 희석이라는 두 가지 과정이 있어요. 발효된 물질에는 에탄올 외에도 물과 다른 불순물이 많이 있는데요, 이것을 끓이게 되면 에탄올의 경우 끓는 온도가 물보다 낮아서 빨리 증발하게 돼요. 이를 이용해서 에탄올만 따로 모으는 것을 증류라고 하는데요, 이 증류과정을 거친 후 물에 섞어서 희석해 주면 소주가 완성된답니다.
#숙취, 너는 왜 생기니?
피로는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라고 하는데, 숙취는 왜 나타날까요? 우리 몸에 에탄올이 들어오면 위와 장에서 마구마구 흡수하게 됩니다. 이렇게 들어온 에탄올은 혈액을 따라 이동해서 일부는 소변과 땀으로 나가기도 하고 숨쉴 때 밖으로 내보내기도 한답니다. 이 때문에 술 드신 분들과 대화를 할 때 술 냄새가 팍 나는 것이랍니다.
간은 우리 몸에 해로운 독성물질을 덜 해로운 물질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에탄올도 독성물질이기 때문에 간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뀌고 이것은 다시 아세트산으로 바뀌게 된답니다. 간도 적은 양에 대해서는 이러한 과정이 잘 작동되지만, 지나치게 많은 양이 들어올 경우 감당할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몸에는 시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은 에탄올과 아직 아세트 산이 되지 못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돌아다니게 되죠.
이 두 물질은 간에도 문제를 일으키지만 뇌에도 문제를 일으켜서 두통을 발생시킨답니다. 또한 구토나 속 쓰림 등의 원인이 되고 심하면 오한까지 느끼게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것이 뭉쳐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숙취가 되는 것이랍니다. 또한 에탄올은 몸에서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방해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술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것도 간에 지방이 쌓이게 되는 것도 다 에탄올 때문이랍니다. 그러니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게 몸에 도움이 되겠지요?
#에탄올, 여기에도 있네
에탄올이 술에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거랍니다. 에탄올은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데요, 쉽게 접할 수 있는곳이 병원입니다. 병원에서는 에탄올을 이용해서 소독을 하는데요, 세균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은 물이 있는 환경에서 형태를 유지하게 해줘서 혈액이 있는 상처부위에서는 잘 살아갈 수 있답니다. 반면에 에탄올이 있으면 그러한 막이 녹아버려서 세균은 죽게 되죠. 이런 이치를 이용해서 상처를 소독하는 곳에 에탄올이 사용되고 있답니다.
또한 연료로도 사용되고 있어요. 알코올은 석유처럼 태우면 빛을 내면서 타는 성질이 있어서 이전부터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차세대 연료로 주목 받고 있답니다. 특히 브라질에서는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을 발효시켜서 얻은 에탄올을 이용해서 휘발유와 경유를 대체하는 연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식물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연료를 바이오 에탄올이라고 부르는데요, 식물이 자라면서 이산화탄소를 없애고 산소를 방출하기 때문에 화석연료보다 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먹지 마세요. 산업에 양보하세요, 메탄올
알코올의 또 다른 종류인 메탄올도 몸에 들어 오면 간에서 다른 물질로 바뀌게 됩니다. 이때 만들어 지는 것이 포름알데히드 인데요, 이것은 아세트 알데히드와 달리 우리 몸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특히 뇌와 눈에 작용하게 되어 뇌세포의 파괴 및 시력을 잃게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절대 네버~ 먹으면 안 된답니다.
그렇지만 몸에 해롭다고 해서 우리에게 필요 없는 물질은 아니랍니다. 메탄올은 영하 97도에서 얼기 때문에 물하고 섞을 경우 잘 얼지 않는 부동액을 만들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차량에서는 저온에도 얼지 않는 유리 세정제를 만들 때 메탄올을 섞어서 만들고 있답니다.
그리고 차세대 전지로 주목 받고 있는 연료전지에도 메탄올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는 다른 전지처럼 전기로 충전하고 다시 전기를 내는 방식이 아니라 수소나 메탄올과 같은 연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랍니다. 기존 전지보다 내구성도 강하고 연료만 주입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차세대 전지로 주목 받고 있답니다.
메탄올을 이용하는 연료전지는 직접 메탄올 연료전지(direct methanol fuel cell, DMFC)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작게 만들 수 있어서 최근에는 휴대폰과 노트북에 사용되는 시제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비주류가 아니야, 부탄올과 옥탄올
자주는 못 들어 본 부탄올과 옥탄올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알코올입니다. 이 둘은 유명하지는 않지만 산업에서 주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옥탄올은 탄소가 총 8개인 알코올 입니다.
옥탄올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특히 플라스틱과 같이 딱딱한 물질을 부드럽게 하여 탄성이나 유연성을 주는 가소제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화학산업에서 다른 물질을 녹일 때 사용되는 용제나, 성질이 변하는 것을 막아주는 안정제 역할을 하기도 한답니다.
부탄올은 화학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랍니다. 다른 물질을 만들어 낼 때 기본원료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물질을 잘 녹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용제로도 사용되고 있답니다. 특히 페인트에서 색깔을 내는데 필요한 염료를 녹이는데 사용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차량의 연료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식물에서 얻어내는 바이오부탄올을 이용할 경우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고 석유를 대신할 대체에너지로 계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현재 한화케미칼에서도 산업에 중요한 옥탄올과 부탄올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연 생산량은 옥탄올은 연간 약 90,000톤, 부탄올은 연간 약 15,000톤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알코올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우리가 자주 접하는 에탄올 말고도 메탄올, 부탄올, 옥탄올처럼 우리 산업에서는 숨어 있는 아주 고마운 알코올들이 있다는 것! 잊지 마세요~!
참고문헌
한국기술거래소, MDB03046-숙취해소제
직접메탄올 연료전지 기술동향, 화학공학연구정보센터, 한종희
자동차 연료용 에탄올 생산현황과 전망, 화학공학연구정보센터, 박정진
Biochemistry 6th, E*PUBLIC, J.M.berg, J.L.Tymoczko, L.Stry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