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내고 감금당한다니? 방 탈출 카페라는 말을 생전 처음 들었을 때 가진 의문이었답니다. 그런데 방 탈출 카페가 이곳저곳에 생겨나고 큰 인기를 끌면서 저는 스스로 방에 갇히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폐쇄된 방 속에서 펼쳐지는 한 시간 동안의 두뇌 싸움이 스릴 만점이었기 때문인데요.
처음엔 주어진 시간 내에 퍼즐을 반도 풀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었답니다. 그러나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 한 달에 세 번 이상 방 탈출 카페를 들락거리자 점차 저의 승률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방 탈출 카페에서 시간 내에 탈출하는 노하우,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알고 가자! #방 탈출 카페
▲ 방 탈출 카페(출처: https://en.wikipedia.org/)
방 탈출 카페란 최소 2명 이상의 참가자가 밀실에 갇혀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풀고 제한시간 내에 방을 탈출하는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뜻합니다. 최초의 방 탈출 카페는 2006년에 미국에서 생겨났는데요. 이벤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시설이었다고 합니다. 이 방 탈출 카페의 아이디어는 북미와 아시아 국가에서 인기를 얻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한국의 경우 2015년에 홍대 입구에 첫 방 탈출 카페가 생겨났으며, 2016년 현재 전국적으로 100여 개의 방 탈출 카페들이 성업 중입니다. 아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죠?
방탈출 카페를 100% 즐기기 위해 #주의할 점
▲ 방 탈출 카페 입장 전 모두에게 받는 서명
1. 스포일러 엄금!
핸드폰, 태블릿 등 휴대용 전자기기는 게임 시작 전에 모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사물함에 맡겨두고 가야 합니다. 인터넷으로 힌트를 받아오면 안 되니까요. 또 방을 나온 후에도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들은 절대로 외부에 발설하면 안 됩니다.
2. 기물파손 금지
대부분의 방 탈출 카페들은 퍼즐과 무관한 내부 시설에는 특정한 표시를 해놓습니다. 이런 표시가 되어있는 기물은 만지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소화기 같은 방재용품은 절대 손대지 맙시다! 손댄다고 퍼즐이 풀리는 것도 아닐 뿐더러, 가게 영업에 크게 방해되며 안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입니다. 참고로 전 퍼즐의 일부인 줄 착각하고 방재용 사다리에 올라갔다가 직원에게 야단맞은 적이 있습니다. 이러지 맙시다!
3. 무서움을 잘 타는 일행은 금지
일행 중 폐소 공포증을 지닌 사람에게 방 탈출 카페를 권하지는 맙시다. 좁은 방에 갇히는 행위 자체가 그분들에게는 심각한 심적 부담을 줍니다. 또 겁이 매우 많은 일행들을 배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서운 효과음, 소름 끼치는 소품들 때문에 퍼즐은 풀 생각도 못 하고 울음부터 터뜨렸다는 사람들의 후기가 생각보다 많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공포스러운 테마보다는 아기자기한 테마의 밀실을 추천합시다. 즐거우려고 하는 게임인데 스트레스만 받고 나올 순 없으니까요.
내 안에는 프리즌 프레이크의 혼이 있다! #필승법
▲ 봉투를 여는 순간 문이 열립니다.
대부분의 방 탈출 카페의 제한 시간은 1시간! 방 안에 있는 퍼즐이 보통 10~20개쯤 된다는 걸 감안하면, 단 1분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되겠죠. 그러나 처음 방 탈출 카페에 들어가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엔 멍하니 서 있는 데만 시간을 10분, 20분씩 쓰곤 했답니다. 저처럼 시간을 낭비하기 싫은 분들을 위해 특별히 방 탈출 노하우를 준비했습니다.
1. 역할을 분담하자.
참가자가 딱 두 명인 경우는 역할 분담은 패스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세 명이 넘어가는 순간부터 역할 분담은 필수입니다. 퍼즐을 탐색하는 사람과 푸는 사람을 나눕시다. 분업이 안 되면 다들 이거 했다 저거 하다가 정작 퍼즐의 답은 찾아내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사람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때 능률이 올라갑니다. 참가 인원이 여섯 명이 넘어가는 대형 방에서는 아예 누가 어떤 순서로 탐색을 할지 미리 적어놓고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2. 보이는 것부터 순서대로 풀자.
방 탈출 카페의 퍼즐들은 서로 연계되어 있습니다. 퍼즐 A를 풀면 퍼즐 B를 발견할 방법이 나오고, 퍼즐 B를 풀면 퍼즐 C로 향하는 길이 나오는 식이죠. 이 순서를 차근차근 따라주어야 퍼즐을 빨리 풀 수가 있습니다. 성질 급한 저는 밀실에 들어가자마자 대여섯 개의 퍼즐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아무거나 집어서 풀기 시작했던 적이 있답니다. 당연히 그 날은 탈출에 실패했죠. 그렇게 한데 모아놓으니 오히려 어떤 퍼즐이 어디로 연결되는지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거든요.
3. 힌트를 얻을 땐 최대한 구체적으로 묻는다.
방 탈출 카페에서는 3~4가지 힌트를 직원에게 물어볼 수가 있습니다. 이때 내용이 막연한 질문을 던지면 안 됩니다. 무작정 '어떻게 해요?'라고 물으면 직원도 대답하기 힘들고, 참가자 쪽에서는 유용한 정보를 얻기 힘들어요. '지금 어떤 퍼즐까지 풀었고,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여기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식으로 질문을 통해 얻고자 하는 부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이렇게 퍼즐을 푼다면, 어떤 문이 열릴까요?' 하는 식으로 은근슬쩍 한 번에 두 가지를 묻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정도 꼼수는 직원들도 너그럽게 이해해준답니다.
4. 꼬아서 생각하지 말자.
제일 중요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퍼즐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맙시다. 방 탈출 카페 사장님들은 김전일도 코난도 아닙니다. 김전일과 코난이 등판해야 풀 수 있을 법한 퍼즐은 사업자가 생각해내기도 어렵고, 손님들에게도 별로 좋은 평가를 못 받습니다. 방 탈출 카페 내부의 퍼즐들 95%는 직관적으로 답을 유추해야 풀리죠. '이게 답일까?' 싶을 정도로 단순명쾌한 답들이 정답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보인다면,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세요. 이유도 없이 '화살표는 훼이크일거야!'라고 단정 짓고 다른 곳을 찾아 헤매지 말기를 바랍니다.
5. 만질 수 있는 곳은 잘 만져보자.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비밀 공간이 튀어나오는 방들이 있습니다. 이런 방은 빛, 터치,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와 연계되어 움직이는 경우가 많지요. 퍼즐도 키패드도 없이 잠겨있는 문이 있다면, 특정한 장소에 무언가를 올려놓거나, 특정한 부분을 만져야 그 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답니다. 퍼즐로부터 얻은 단서를 들고 선반이나 벽, 바닥을 잘 봅시다. 그런 곳에 뚜렷한 표식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소화기나 완강기처럼 절대로 만지면 안 되는 것들은 제외!
6. 답은 영어다.
방 탈출에 뜬금없이 웬 영어? 암호화하기 용이한 알파벳의 특성 때문인지, 퍼즐의 답은 영어인 경우가 많습니다. 경험상, 방 탈출 카페 밀실에는 알파벳 4~6자리로 이루어진 자물쇠가 꼭 있었습니다. 자연히 답은 4~6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영어 단어인 경우가 많죠. 이걸 이용해서 몇 안 되는 단서만 가지고도 대충 답을 찍을 수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자물쇠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단어 조합은 몇 개 없거든요. 또, 전자시계의 숫자처럼 보이는 문자들을 알파벳으로 인식해야 풀리는 수수께끼들이 굉장히 흔합니다. 혹은 영어단어처럼 쓰여있는데 실제로는 숫자로 읽어야 하는 경우도 있죠.
▲ 방 탈출 성공자들의 모습
지금까지 방 탈출 노하우 몇 가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저는 상술한 노하우를 실험하기 위해 친구와 대학로에 위치한 방 탈출 카페로 들어갔답니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확히 제한시간 3분 남기고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막판에 2번 수칙을 못 지켜 퍼즐 푸는 순서가 살짝 꼬이는 바람에 시간을 10분 정도 낭비하기는 했지만요. 그래도 그 전까지는 파죽지세로 퍼즐을 쭉쭉 풀어나갈 수 있었답니다.
두뇌는 낯선 일에 몰두할 때 스트레스를 잊게 된다고 합니다. 끊임없는 과제와 공부에 두뇌가 지쳐버린 여러분! 가끔은 현실과 무관한 수수께끼의 세계에 몰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세계에서 제일 유능한 탐정이 되어, 혹은 억울하게 갇힌 죄수가 되어, 또는 멸망한 세계의 생존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방 탈출 카페의 밀실을 탈출해 봅시다. 끝끝내 최후의 퍼즐이 풀리고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게 되는 순간,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짜릿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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