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쌀쌀했던 봄이 지나가면서 날씨가 푸근해지고 있습니다. 벌써 여름이 오려는지 이제는 조금 먼 거리를 걸으면 땀이 나기 시작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뜨거운 음료를 찾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름이면 언제나 그렇듯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녹차, 딸기 스무드, 프라프치노 등 차가운 음료가 인기를 끄는데요. 이런 음료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얼음입니다. 음료수에 얼음이 들어가면 시원함은 배가 되어 우리의 몸속까지 차가움을 느끼게 해주는데요.
여러분은 얼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음료수를 시원하게 만드는 것, 스케이트장의 얼음, 물이 얼어서 된 고체와 같이 단순한 얼음의 정보를 제외하고는 특별하게 떠오르는 정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즐겨 찾는 얼음, 하지만 얼음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얼음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시원한 얼음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얼음은 우리가 쉽게 알고 있듯이, 물이 얼어서 고체가 된 상태가 된 것을 말합니다. 상온에서는 액체인 물로 존재하다가 물의 어는 점인 0℃ 이하에서는 고체 상태의 얼음이 되는 건데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얼음이라고 하면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지구 상에는 17가지 종류의 얼음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음 Ih(얼음의 종류)가 월등하게 많이 존재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음이라고 하면 얼음 Ih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1기압에서 언 얼음은 물보다 8% 정도 밀도가 낮은데요, 순수한 물을 인공적으로 얼려 얼음을 만들어도 기포가 생기기 때문에 물보다 밀도가 낮게 됩니다. 물론 자연적으로 생성된 천연얼음은 여러 가지 불순물도 혼합되어 있으니 밀도가 더 낮아집니다.
▲ 부피가 팽창한 얼음으로 인해 변형된 PET(출처: http://50campfires.com/)
얼음은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물이 얼음으로 어는 과정에서 부피가 늘어난다는 것인데요, 그런 특징은 비금속 중 유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물의 분자식은 H2O라는 것은 대부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산소 주변에는 수소와 결합하지 못한 전자들이 많은데, 이 전자들이 같은 전하를 띄면서 서로 밀어내다 보면 물에 부분적으로 전하가 생겨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게 되는데, 수소결합으로 인해 강한 힘을 갖게 됩니다. 이런 힘이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오각형의 물 분자를 육각형의 결정으로 만들어주면서 부피가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얼음은 투명하거나 옅은 푸른 빛을 띠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푸른 빛을 띠는 이유는 얼음이 얼 때 공기 중의 불순물이 섞여 우리 눈에 푸른색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1. 빙하
최근 티비를 보면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의 증가와 같은 원인으로 대기 중에 온실 기체의 양이 증가하면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지구 온난화가 나타나 빙하가 녹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 엄청난 크기의 빙하가 온도 몇 도 올라간다고 해서 녹을까라는 의심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얼음은 어는점 0℃에서 0.1℃만 올라가도 녹기 시작하기 때문에, 빙하에 있어서 온도변화는 큰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빙하를 보고 있으면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어떻게 저렇게 큰 빙하가 물에 떠 있을 수 있을까요? 그 이유는 얼음은 물보다 밀도가 작기 때문에 물에 뜰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빙하가 생길 정도로 추운 북극 지역에서도 수중 생물이 얼지 않고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냉동고기
주변에서 한 번쯤 냉동고기보다는 생고기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거에요. 그래서 고깃집에 가면 생고기 앞에 생이라는 글자를 빨간색으로 강조한 모습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왜 얼린 고기가 생고기보다 맛이 없을까요? 이곳에도 얼음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고기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70%의 물이 채워져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물은 얼면 부피가 증가하게 되는데, 고기의 수분도 마찬가지로 얼리면 부피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렇게 부피가 증가하면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세포막이 파괴되는데요, 파괴된 세로를 통해 세포 안에 들어있던 영양분과 사람의 혀에 있는 미각신경을 자극하여 고기의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일인산염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조리한 고기가 맛없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기를 많이 사서 냉동실에 얼려 먹기 보다는 그날 필요한 만큼의 양을 구입해서 조리하는 것이 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이와 같은 원리로 동상을 심하게 입으면 피부 괴사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 페트병에 입을 대자 물이 얼어버리는 모습(출처: https://youtu.be/hBgeGhQWiAY/캡쳐)
평범해 보이는 페트병 안에 들어있는 물을 컵에 따르는 순간 얼음으로 변해버리는 마술 같은 장면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평범한 컵에 들어있는 물에 얼음을 대는 순간 컵 안의 물이 얼어버리는 것 보신 적 있으세요? 이런 영상이 한동안 진위 논란을 일으키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조작된 영상이다, 컵과 페트병에 특별한 장치를 했다, 오랜 시간 촬영을 하면서 어는 과정을 녹화한 영상을 빠르게 재생한 것이다 등 다양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마술 같은 일은 사실 과냉각이라는 현상을 이용해 만든 것입니다. 즉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그럴듯하게 속이는 트릭도 아니고, 영상을 조작한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과냉각이라는 것은 대기 중의 기온이 어는 점인 0℃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액체인 물인 얼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구름 속에서는 종종 -40℃ 정도까지 물방울이 얼지 않고 과냉각 상태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물질에는 각각 온도에 따른 안정상태가 존재하는데, 온도가 물질이 안정상태를 유지하면서 따라올 수 있도록 천천히 변화할 경우 온도 변화에 따른 상태 변화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온도가 갑자기 큰 변화를 일으키면 물질이 온도 변화에 따른 안정상태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온도 변화 전의 안정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액체에 충격을 주면 우리가 봤던 영상 속 모습처럼 순간적으로 얼음으로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 명왕성에 존재하는 얼음 사진(출처: http://www.nytimes.com/)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얼음은 모든 것을 얼려버리기 때문에 얼음 상에서는 모든 화학반응이 멈춰서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게 됩니다. 실제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얼음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에 과학자들 사이에서 얼음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만 발견이 될 뿐, 전 우주로 봤을 때 대부분의 행성에서는 얼음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얼음을 우주의 씨앗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얼음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얼음 내부에도 완전히 얼지 않은 준-액체층이 존재하여 어는 점 아래에서도 화학반응이 진행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얼음 화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냉동시설이 발달하면서 얼음은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물질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제는 얼음을 냉동실에서 얼리는 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컵만 가지고 있으면 정수기나 냉장고에서 쉽게 얼음을 뽑아 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얼음이 우리와 친숙해진 만큼 얼음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화학반응이 멈춘다고 여겨졌던 얼음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얼음은 이제 세상의 탄생을 밝혀줄 단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얼음 화학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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