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화씨는 맡은 업무를 잘 처리하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독선적이고 융합을 못 한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회의 때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고 강하게 주장하는 성향이다. 업무상 협의할 때도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은 난감해한다. 반면 홍한화씨는 자신의 보고서에 대하여 한 기수 위 선배에게 검토를 받았다. 빨간 펜으로 몇 가지 수정된 보고서를 보고 홍한화씨는 모멸감을 느끼며 좌절감을 느낀다.
위 두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의 의견만 옳아서 이를 관철하려 하거나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심리학은 이런 특징의 극단적인 형태가 자기애적 성격장애라고 하는데요.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병리적이고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개인주의적인 현대 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자기애적 성향이 있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적절한 수준의 자기애는 자신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애가 과할수록 대인관계 등 여러 가지 불편을 경험하게 됩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자기애적인 사람은 외부의 확인을 통해 자존감을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을 중심으로 성격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McWilliams, 2008) 통상 심리학자들은 외현적 자기애와 내현적 자기애로 구분하는데요. 둘은 모두 특권의식과 같은 ‘병리적인 응대성’과 ‘취약한 자존감’을 핵심적 특징으로 하지만, 외현적 자기애자는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을 과시하며 타인의 경탄을 강요하지만, 내현적 자기애자는 타인으로부터 비난이나 비평을 받는 것에 예민하고 쉽게 상처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외현적 자기애자는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만, 내현적 자기애자는 쉽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애자는 과도하게 자기에게만 몰두하여 다른 사람에게 관심도 적고 공감도 부족하여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직장에서는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 갈등을 야기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로 직장 생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에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또한 부정적 정서 경험으로 인한 신체적, 심리적 질환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내현적 자기애자는 분노를 억압하는 경향이 있어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서 분노가 터져 다른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비치거나, 침묵, 비협조 등 소극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표현하여 비우호적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완벽한 평가를 받고 싶은 등 완벽주의 성향이 높아 대인관계에서 불안이 높기도 합니다. 자신이 또한 중요한 존재로 타인에게 인정되기를 원하는 욕구가 좌절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부적절하고 우스꽝스럽다는 수치심의 감정을 경험하기 쉽다고 합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비교적 스스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주의할 점은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떤 간단한 방법론은 사실 없다고 합니다. 상담소 등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 상대적으로 마음을 변화시키기 용이하지만, 아래의 방법론은 이런 방법도 있고 혹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ABC모델을 알아야 하는데요, 이 모델에 따르면 모든 사건, 상황(Accident)은 그 자체로 결과(Consequence)를 야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에 개인의 믿음(Belief)이 매개한다고 합니다. 가령 홍한화씨의 사례에서 자신의 보고서에 몇 가지 수정된 상황이 홍한화씨의 모멸감과 좌절감(Consequence)을 직접적으로 야기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의 원인은, 가령 “나는 절대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믿음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 믿음 깊이에는 가령 “내가 특별하지 않으면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다.” 등의 신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나를 비판할 자격이 없어”, “타인과 비교하여 우월하지 않으면 나는 무가치한 사람이다.”, “나는 항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은 것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다.” 등의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살면서 위의 사례와 같이 좌절감이나 모멸감을 느낄 때 혹시 나에게 있는 믿음이 과연 맞는지 한번 의심해 보는 것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너무도 빨리 스쳐 가서 자동적 사고라고 칭하는데요, 그래도 그런 사건이 지난 간 후 마음의 여유를 찾을 때 사건을 다시 음미하며 어떤 생각이 스쳤는지 알아내려고 하면 가끔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몇 가지 사례가 모이면, 내 생각에 어떤 패턴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 생각의 패턴이 과연 자신에게 유용한 것인지, 합리적인 것인지,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인지 생각할 때 자신이 한결 더 성숙해지고 삶이 편해질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알기 어렵고 이를 변화시키기는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변화는 끊임없는 투쟁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그렇지만 그 변화의 열매는 달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상에서 제시한 내용이 너무 간단하여 불충분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 안에 있는 자기애가 강할 때 한 번 정도 시도할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사람의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합니다. 언제나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안 된다고 생각해서 포기하지 말고 작은 변화부터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는 것부터가 바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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