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 기사를 읽은 지 며칠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따뜻한 봄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두꺼운 겨울옷을 정리해서 옷장 깊숙이 집어넣고 1년 동안 잘 보관했던 봄옷들을 꺼내 입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와 함께 뚜렷한 사계절의 변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봄은 매년 우리 곁으로 찾아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봄! 여러분께서는 봄을 좋아하세요? 겨울잠을 자고 있던 동물들이나, 추운 겨울 땅속에서 잔뜩 움츠리고 겨울을 피했던 식물들은 봄을 기다려왔을 것 같네요.
그런데 이렇게 잠들어 있던 모든 동, 식물들을 깨워주는 봄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춘곤증입니다. 춘곤증이라는 것은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 자꾸 피곤해져서 업무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 무기력을 호소하고 짜증이 나며 소화도 안 되고 자꾸 졸리기만 한 증상입니다. 이런 춘곤증은 겨울 동안 움츠려있던 우리 몸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생기게 되는 일종의 피로 증세라고 하며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을 포기하고 춘곤증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고, 여러분은 춘곤증을 어떻게 해결하세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춘곤증을 이겨내려고 하는데요. 이 커피에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커피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한국인의 1주일 커피 소비량(출처: http://www.deliberate.rest/)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양의 커피를 소비하고 있는지 알고 계신가요? 우리나라 1인의 1년간 커피 소비량은 2.3kg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수치로 말씀드리면 얼마나 소비하고 있는지 잘 모르시겠지요. 2014년 기준 한국 커피 소비량은 전 세계 6등이라고 합니다. 1위 미국, 2위 브라질, 3위 독일, 4위 프랑스 그리고 에스프레소에 열광하는 이탈리아의 뒤를 이어 6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작은 나라에서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커피를 소비하게 된 것일까요? 언젠가부터 한국인들의 일상적인 기호식품이 되어버린 커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12년 영화 가비에서 고종황제의 이야기를 다루며, 커피 이야기를 다뤘듯이 한국의 커피 역사는 최근에 들어서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커피 역사는 1890년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세기 말 고종황제가 즐겨 마셨던 가배차가 바로 커피인 것입니다. 영화 가비에 나왔던 것처럼 1895년 고종황제가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을 때, 처음으로 커피를 맛보았는데, 그 이후 1897년 경운궁으로 돌아가서도 그 맛을 잇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커피를 즐겼다고 합니다. 과거 궁중에서 상류층만이 즐기던 커피가 20세기 초 커피를 판매하는 다방이 대중화가 되면서 일반인들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군용 식량에 포함되어 있던 인스턴트커피를 접하게 되었고, 1980년대 본격적으로 커피믹스가 개발과 커피 자판기의 보급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스타벅스와 같은 다양한 해외 커피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의 커피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 카페인 분자식(출처: https://en.wikipedia.org/)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커피와 함께 카페인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다 보니 카페인에 대해서 물처럼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카페인도 향정신성 약물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카페인은 전 세계 거의 어디에서나 누구나 자유롭게 구할 수 있습니다. 카페인의 화학구조식은 위에서 보는 것처럼 구성되어있는데, 차에 함유되어 있는 테오필린과 코코아에 함유된 테오브로민과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점은 고리 구조에 결합되어 있는 CH3의 개수입니다. 카페인은 고리 구조에 3개의 CH3가 결합되어 있으나, 나머지에는 2개의 CH3가 결합되어 있으며, 그 위치도 조금씩 다릅니다. 이 작은 차이로 인해 세 분자의 생리학적 효능 차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카페인을 화학물질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카페인은 커피콩, 찻잎, 카카오 열매 등 식물에서 발견됩니다.
▲ 아데노신 분자식(출처: http://flipper.diff.org/)
카페인은 강력한 중추 신경 흥분제인데요. 연구에 따르면 카페인이 뇌를 비롯해서 우리 몸 곳곳에 있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이 아데노신은 신경 조절 물질로 신경 점화 속도를 감속시켜 다른 신경 전달 물질의 방출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아데노신이 많이 방출될수록 잠이 오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카페인이 직접적으로 우리의 잠을 깨워주는 것이 아니라, 아데노신의 역할을 방해해서 신경 점화 속도가 늦춰지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카페인을 흡수하면 심박 수가 올라가고 혈관이 수축하거나 확장되는 등 다양한 카페인 효과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카페인에 대한 찬반논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학자는 카페인의 장점에 대해서 열거하고, 또 다른 학자는 카페인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카페인에 대한 확실한 연구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카페인도 유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평균 신장 성인의 카페인 치사량은 입으로 섭취했을 때, 약 10g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그럼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함량이 궁금해지시죠? 커피의 제조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80~180mg의 카페인이 커피 한 잔에 들어있다고 합니다. 이 계산대로다면 약 55잔에서 125잔 정도의 커피를 한 번에 마셔야 치사량에 다다른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커피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수면 방해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커피는 잠을 직접적으로 깨워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커피의 수명 방해는 피로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빈속에 마실 경우 위장장애를 유발시키며, 이뇨작용으로 인해 탈수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커피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카페인은 아이를 감싸고 있는 태반을 이루는 벽을 그대로 통화하여 태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일 적정용량을 넘기는 경우 아이가 유산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커피메이커(출처: http://www.amazon.com/)
커피메이커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청소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버리고 새로 사기도 아깝고, 그렇다고 그냥 쓰기도 애매한 더러워 보이는 커피메이커! 여러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커피메이커 청소에도 화학적 원리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청소할 수 있습니다. 우선 힌트부터 드리자면 식초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럼 왜 식초를 이용해서 세척을 하면 커피메이커가 깨끗하게 변할까요?
커피메이커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칼슘 침전물이 쌓이게 됩니다. 지하수에는 석회석, 방해석, 조개, 산호초 같은 칼슘을 포함하는 광물들의 침식으로 인해 칼슘 이온이 녹아있습니다. 또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도 물에 녹으면 탄산 이온을 형성하고 이것은 칼슘 이온과 결합하여 흰색 고체 탄산칼슘을 생성하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커피메이커에서 발견하고 물 때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바로 식초가 탄산칼슘 침전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 식초(출처: http://www.onlymyhealth.com/)
식초는 탄산칼슘에 작용해서 자유 칼슘 이온과 물을 생성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합니다. 식초가 탄산칼슘을 녹이는 것은 삶은 달걀을 식초 용액 속에 담가 놓아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식초에 오랫동안 달걀을 담가 놓으면 탄산칼슘으로 이뤄진 달걀 껍데기이 녹아 외부 막만 남아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원리로 식초를 사용하면 탄산칼슘으로 지저분해져 보이는 커피메이커를 다시 새것처럼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춘곤증으로 나른해지는 봄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졸음, 알고 보니 카페인이 직접적으로 졸음을 날려버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직까지 카페인에 대한 연구는 끝나지 않아, 단순하게 커피가 마시는 것이 좋다, 나쁘다를 확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무엇이든 과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알려드린 커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필요에 맞게 커피를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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