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영하의 추위가 찾아왔어요. 겨울이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눈(雪)인데요. 하얗게 내리는 눈은 우리들을 동심으로 자동 소환해 줍니다. 하지만 복잡한 도심에서 ‘눈’이란 마냥 반가운 존재만은 아니에요. 아쉽지만 눈 때문에 도로가 밀리고, 사람들도 넘어져 다치는 일이 빈번한데요. 그래서인지 눈은 어느새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보기만 해도 우리의 머릿속을 맑게 해주는 새하얀 눈이 다시 우리의 동심을 자극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올바른 대처가 중요한데요. 바로 차와 사람이 다니는 길은 빠르게 눈을 치워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설이 중요한데요. 제설에 자주 사용하던 ‘염화칼슘’이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해서, 최근에는 친환경 제설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한 제설방법, 뭐가 있을까요? 물, 전기, 태양열, 음식물 쓰레기 등을 이용한 다양한 친환경 제설방법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눈을 녹이는 기술 #제설제
눈이 오는 날이면 자동차들은 스노우 타이어나 스노우 체인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우리는 잘 미끄러지지 않는 부츠를 신는 등 눈에 대비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춥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고는 여전히 생겨나고 있죠. 또한 폭설이 내리면 그 어떤 장비도 무용지물이 되어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데요. 따라서 겨울철에는 ‘제설’은 꼭 필요합니다. 제설제는 주로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 등을 이용해 눈을 녹이는데요. 어떻게 두 가지 물질이 눈을 녹이는지 알아볼게요.
1) 염화칼슘(CaCl2)
▲ 염화칼슘(출처: 위키피디아)
염화칼슘은 칼슘이온 1개와 염화이온 2개로 구성된 화학물질인데요, 상온에서는 고체상태로 물에 잘 녹고 흰색을 띠고 있습니다. 염화칼슘은 용액에 녹을 때 발열반응을 나타내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염화칼슘으로 인해 눈이 녹고, 염화칼슘이 용해되면 그때 내놓는 열로 인해 눈이 추가적으로 녹게 하고 다시 어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겨울철 제설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물질입니다.
2) 염화나트륨(NaCl)
▲ 염화나트륨(출처: http://dmishin.blogspot.kr)
염화나트륨은 쉽게 말해 바로 ‘소금’이에요. 제설제로 사용할 때에는 염화칼슘과 1:3 비율로 섞어 쓰는데요, 기온이 낮을 때는 1:1 비율로 섞기도 합니다. 염화나트륨은 염화칼슘에 비해 약 70% 부식성을 가지고 있어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낮은 온도에서 높은 성능을 발휘해 제설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제설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눈이 오고 제설제가 뿌려진 후 도로는 눈이 녹아 물기로 가득한데요, 그렇게 제설제와 함께 녹은 물은 땅으로 스며들고, 또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닿게 됩니다.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은 염소이온(Cl-)을 다량 포함하고 있어 환경오염과 차량 부식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요. 염화물이 물속에 녹아 강이나 호수에 흘러가면 수중생태계 파괴는 물론 우리가 마시는 음용수의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토양에 녹아 들어가 식물의 뿌리로 흡수될 경우 생장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렇게 제설제로 인한 피해가 속속 나타나고 있어 친환경 제설제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습니다.
#눈 녹이는 도로, 실현될까?
▲ 바닥에 케이블이 깔려있는 주차장의 모습(출처: www.mccalllandscapes.com)
겨울시즌 외국에 나가보셨던 분들은 경험하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밤새 함박눈이 내려 10cm 이상 눈이 쌓였는데. 신기하게 도로에만 언제 눈이 왔냐는 듯 뽀송뽀송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 도로 양옆으로는 눈이 가득 쌓여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정말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신기해했는데요, 바로 도로 밑에 눈을 녹이는 케이블이 깔려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눈을 녹이는 도로’인 셈인데요.
▲ 스노우 멜팅 설치 모습(출처: http://climatecontrolcompany.com)
폭설 때문에 버스와 지하철마저 꼼짝하지 못할 때 우리도 도로 밑에 눈을 녹이는 케이블이 깔려 있어, 아무리 눈이 와도 도로는 멀쩡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은데요. 이게 이뤄지려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어간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도 2010년도부터 조금씩 눈을 녹이는 시스템을 검토하기 시작했는데요. 바로 폭설이 내리면 제설을 위해 투입하는 인력과 장비, 그리고 폭설로 인한 도로정체 등 피해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 스노우 멜팅(snow melting system)이라 불리는 눈 녹이는 도로는 기업이나 아파트 등 건물을 지을 때 인근 도로와 주차장 등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눈을 물로 만든다, #스노우 워터
▲ 스노우 워터 시연 모습(출처: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http://blog.naver.com/smartgbc)
눈을 녹이는 도로가 있다면, 눈을 녹이는 제설차 스노우 워터(snow water)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눈을 물로 만드는 제설차라고 하는데요. 올해 대중들에게 선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보통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제설 후 도로 양옆에 높게 쌓인 눈 때문에 사람들이 통행하는데 불편을 겪곤 하는데요. 따로 눈을 퍼다 나를 필요도 없고, 옆에 쌓아 놓지 않아도 되도록 눈을 바로 물로 만들어 없애는 것이랍니다.
▲ 스노우 워터 시연 모습(출처: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http://blog.naver.com/smartgbc)
눈을 강력한 압력으로 빨아들인 뒤 미세한 입자로 분쇄하고, 그 미세한 눈 입자를 고압의 물로 녹인 후 이 물을 계속 순환시켜 빨려 들어오는 눈 입자를 계속 녹여내는 원리입니다. 눈만으로 물을 만들어내니,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는 전혀 없답니다. 또한 바로바로 눈을 치울 수 있어서 미끄러짐도 방지해 추가 피해도 막을 수 있어요.
#음식물 쓰레기로 제설한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초 대체 제설제로 CMA(Calcium Magnesium Acetate)를 개발했는데요, CMA는 자동차 부식률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생산 단가가 높아 실제 범용화하기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있어, 제설제로서 효과를 다하면서도 경제성이 있는 제설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중 하나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폐기물에서 추출한 프로피온산 박테리아를 이용해 유기산을 발효시킨 후 만든 CMO(Calcium Magnesium Salt of Organic acids)가 있습니다. 유기산을 발효해 만든 제설제는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한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만큼, 식물들의 생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도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염화칼슘을 대체할 친환경 제설제로 음식물 쓰레기를 주목하기 시작했는데요. 미생물을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하면 산성을 띄는 유기화합물이 만들어지는데, 칼슘 또는 마그네슘 이온과 결합시키면 녹는 성질이 강한 제설제가 됩니다. 염화칼슘에 비해 독성이 적고, 차량 부식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정부에서도 친환경 제설제로 향후 지속 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태양열로 눈을 녹이는 에코트랙션!
▲ 출처: https://www.acklandsgrainger.com
캐나다 토론토의 경우 많은 눈이 내리는 것으로 유명한 도시 중 한 곳입니다. 따라서 눈 녹이는 도로가 일찌감치 도입된 도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걷는 인도는 직접 눈을 치워야 하는데요. 24시간 내에 집 주변 눈을 치우지 않으면 최고 5백만 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니, 제설에 대한 스트레스가 우리나라 못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캐나다에서도 염화칼슘 제설제에 대한 문제가 자주 등장해, 친환경 제설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캐나다 얼스 이노베이션(Earth Innovation)사는 도로를 부식시키지도 않고 식물에도 100% 안전한 친환경 제설제 에코트랙션을 내놓았습니다.
▲ 에코트랙션이 얼음을 녹이는 모습(출처: http://www.ecotraction.com)
에코트랙션은 태양열을 끌어들여 주변 온도를 높여 눈을 녹게 만드는 광물질로 이뤄져 있는데요. 눈과 얼음 위에 뿌려주기만 하면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정수와 탈취 기능까지 있다고 합니다. 평소 애완견과 자주 산책하던 개발자 마크 씨는 키우던 개가 염화칼슘 때문에 암에 걸려 죽자 애완동물에게도 안전한 친환경 제설제를 개발하게 됐다고 합니다. 에코트랙션은 우리나라에서도 출시되어 인터넷을 이용해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으로 눈을 녹이는 미래!
▲ 태양광 도로(출처: www.briggskia.com)
태양광 도로! 혹시 들어보셨나요? 지난 2014년 8월쯤 한화케미칼 블로그에서 태양광 도로에 대해 잠깐 언급한 적 있는데요. 미국에서 개발 중인 태양광 도로는 바닥에 태양광 모듈을 깔아 얻은 에너지를 지역에 공급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바로 태양광을 이용한 열로 눈을 바로 녹일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제설을 위해 추가 에너지나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전혀 없는 기술이에요. 이것은 현재 가능한 기술은 아니고요, 앞으로 친환경 미래 기술로 점쳐지고 있답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태양광 도로를 달리는 태양광 자동차 ▶ http://www.chemidream.com/937
눈을 녹여 단지 우리 인간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토양과 식물까지 생각한 친환경 제설기술들, 어떻게 보셨나요? 환경을 생각하면서 안전한 도로를 지키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겨울에는 누군가 치우겠지 하는 마음보다, 내가 먼저 나서서 집 앞 눈은 치우는 것은 어떨까요? 평소 이웃과 마주치는 일도 별로 없는데, 이것을 기회로 이웃과 인사하는 계기도 생길 것 같습니다.
* 참고자료 *
염화칼슘과 친환경 제설제가 식물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 대한환경공학회지 제 32권 제5호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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