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우리를 일 년 내내 들었다 놨다 한 야구는 정규시즌도, 포스트 시즌도 모두 끝이 났습니다. 여러분이 응원하는 팀이 올해 좋은 성적을 보여줬나요? 즐거웠던 야구 시즌이 끝내고 또 일 년을 어떻게 기다리느냐는 걱정을 하고 계시지는 않으세요? 하지만 이런 걱정은 조금 미뤄두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는 또 다른 야구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가 주최하는 야구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생긴 국제대회입니다. 짧게만 느껴지는 가을야구에 아쉬움을 느끼는 야구팬들에게는 정말 기다렸던 소식인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프리미어12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볼까요?
▲ 출처: http://wbsc.org/
WBSC가 주관하는 대회이기는 하지만 프리미어12의 탄생은 여러 정치적 목적이 얽혀 있습니다. 프리미어12가 생기기 전에 국제야구연맹(IBAF)은 2년마다 야구월드컵을 진행했지만 2011년을 끝으로 폐지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WBC입니다. 2년마다 열리는 야구월드컵은 WBC의 인기에 밀리며 한국, 일본, 미국과 같은 야구 강국들이 아마추어와 고교생, 2군만 내보내게 되었고 껍데기 뿐인 대회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낮은 수준의 경기 진행으로 주목도 못 받는 야구월드컵을 폐지하고 WBC에 대응하는 높은 수준의 야구를 보여 주기 위해 세계 정상의 12개국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 WBCS Baseball 랭킹(출처: http://wbsc.org/)
우승팀에 대한 지원 역시 확실합니다. 대회 우승팀에게 높은 랭킹포인트를 부과해서 FIFA랭킹처럼 영향력 있는 야구랭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10만 달러의 WBC에 비해 10배나 높은 1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상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프리미어12는 올해를 시작으로 WBC와 겹치지 않게 4년에 한 번씩 진행될 예정인데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 2019년에 열리는 프리미어12를 올림픽 예선으로 진행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대회의 개최국은 일본과 대만이고 WBC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던지는 수에 따라서 등판을 제한하는 WBC와 달리 투구 수 규정이 없습니다.
▲ 출처: https://www.facebook.com/kbo1982/
최근 몇 년간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는 프로 최정예 선수들이 강팀들과 자웅을 겨루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렸으나 한 수 낮은 팀들과의 경쟁으로 실질적으로 한국 야구의 실력을 국제대회에서 확인해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프리미어12가 개최된다면 야구 강국들과의 정면승부를 통해 한국야구의 국제경쟁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한국과는 또 다른 야구스타일을 지닌 다양한 국가들과의 비교도 흥미로운 대목이 될 전망입니다.
2009년 WBC 이후 다시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감독의 지략도 주목해볼 거리입니다. 단기전의 마술사로 불리며 2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WBC 4강 진출 그리고 2009년 준우승을 경험하며 전국구 감독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2009년 한화감독에서 물러나면서 한동안 그의 지도력을 볼 수 없었으나, 이번 프리미어12에서 국가대표팀의 전임 감독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한 번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해 팀은 하위권이었고 화려한 승수를 쌓지도 못해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우수한 수준의 피칭을 보여 준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우규민 선수입니다. 우규민 선수는 선발로 전환한 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선발로 전환된 매해 3년 연속으로 10승을 올렸고 세부적인 지표에서는 국내 최고 선수의 기록을 보여줬습니다.
▲ LG트윈스 우규민 선수(출처: http://www.lgtwins.com/)
우규민 선수는 올해 25경기에 등판, 11승 9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평균자책점 부문 전체 4위이고 국내 투수로 한정해놓고 봤을 때는 2위에 해당합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152⅔이닝 동안 볼넷 수가 17개로 매우 적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도 1.18로 대단히 낮은 수치로 나왔습니다.
우규민 선수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엔트리에 발탁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준비는 돼 있다."라고 하면서 대표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는데요. 우규민 선수의 마지막 국가대표팀 발탁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였습니다. 도하아시안게임은 도하의 참사라고 불릴 정도로 처참한 성적을 거뒀던 대회인데요. 9년 만에 발탁된 우규민이 그때의 참사를 만회할 수 있을지, 국내 최고수준의 사이드암 투수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출처: http://www.hanwhaeagles.co.kr/
또한 대표팀의 불꽃이 될 한화 이글스의 선수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프리미어12의 최종엔트리에는 2루수 정근우 선수와 외야수 이용규 선수가 당당하게 뽑혔습니다! 정근우 선수는 올 시즌 126경기에서 활약하며 타율 3할 1푼 6리, 12홈런, 66타점, 21도루, 출루율 4할 3리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이용규 선수 역시 124경기에서 타율 3할 4푼 1리, 4홈런, 42타점, 28도루, 출루율 4할 2푼 7리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 두 선수는 한화 이글스의 테이블 세터로 활약하면서 한화를 16년 만에 정규시즌 68승으로 견인했는데요. 그 활약을 인정받아서 나란히 프리미어12에 발탁되었습니다.
▲ 한화이글스 정근우 선수(출처: http://www.hanwhaeagles.co.kr/)
그러나 이 두 선수의 국가대표 발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정근우 선수와 이용규 선수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대표팀에서 함께했습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그리고 2009년과 2013년 WBC까지 둘은 대표팀의 테이블 세터로 활약했습니다.
▲ 한화이글스 이용규 선수(출처: http://www.hanwhaeagles.co.kr/)
2013년 WBC 이후 다시 뭉친 두 선수인데요. 쉽게 포기하지 않는 야구로 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한 5위 경쟁을 이어가게 이끌었던 두 선수가 대표팀의 불꽃이 되어 좋은 성적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프리미어12 조별 국가(출처: http://wbsc.org/)
이번 대회에는 WBSC(세계야구소프볼연맹) 랭킹을 기준으로 상위 12개 팀이 참여하게 됩니다. A조에는 대만, 쿠바, 네덜란드,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이탈리아가 속해 있으며 B조에는 일본, 미국, 도미니카 공화국, 한국, 베네수엘라, 멕시코가 출전하게 됩니다. 각국은 최대한 정예로 엔트리를 구성할 것이지만 이번 대회에는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뛰는 것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허가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미국과 중남미 쪽의 전력은 약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변수는 있지만 결국 자국 리그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일본과 한국의 대결이 빅 매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따라서 11월 8일 오후 7시 삿포로 돔에서 벌어지는 프리미어12의 개막전인 한일전은 놓칠 수 없는 빅 매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과 일본야구는 2009년 WBC 이후로 정예로 맞붙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시아시리즈와 같이 리그 최강의 팀끼리 맞붙는 경기는 몇 차례 있었지만, 국가 대 국가로서 최고의 팀을 꾸려서 대결을 펼치는 것은 약 6년만입니다.
▲ Group B 오픈매치 한일전(출처: http://wbsc.org/)
따라서 6년 만의 리턴 매치가 벌어지게 되는데요. 그동안 일본은 괴물투수 오타니와 같은 신예들이 발굴되었고 우리나라 역시 나성범, 박병호 등의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새로 등장하게 되었는데요. 이렇게 새로이 등장한 리그 최고의 선수들의 맞대결을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항상 양국이 정예로 맞붙으면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펼쳐졌던 만큼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한 일간의 수준 높고 팽팽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프리미어12 경기일정(출처: http://www.koreabaseball.com/)
프리미어12는 8일 날 개막해서 21일에 끝나게 되고 한국팀은 8일 일본과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11일 도미니카, 12일 베네수엘라, 14일 멕시코, 15일 미국과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경기가 열리는 시간대는 주로 오후 6시에서 7시이기 때문에 퇴근을 하는 직장인이나 수업이 끝나는 대학생들은 치킨집에서 큰 화면으로 함께 보는 것 역시 좋을 것 같습니다. 혹은 집으로 가는 길에 야구를 보기 위해서라면 데이터를 넉넉히 쓸 수 있는 요금제로 바꾸는 것 역시 프리미어12를 즐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우리 국민들을 열광케 한 대만과의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기억하나요? 이치로의 결승타로 안타깝게 끝난 WBC 결승전, 그리고 1사 만루에 한 점 차에서 구리엘의 병살타로 극적으로 승리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결정전. 메이절 리그 펫코파크 마운드에 꽂혔던 태극기 등 가끔 즐길 수 있는 야구 국제대회는 언제는 우리 국민들과 야구팬들에게 잊지 못할 뜨거운 감동과 희망을 전했습니다. 이번 11월은 프리미어 12를 응원하면서 가슴 속에 새로운 기억과 감동을 새기는 것은 어떨까요?
* 이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한화케미칼 공식 블로그 케미칼드림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