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살랑 봄바람 불던 4월이 지나고, 지옥 같던 중간고사도 끝나니 5월이 찾아왔어요! 기숙사에 사는 저는 학기 중에 집에 갈 시간이 없기 때문에 중간고사가 끝나는 주말에는 무조건 집에 가는 것이 연중행사인데요. 오랜만에 집에 가서 가족끼리 있을 때 화기애애하지만, 저는 유독 아빠와 단둘이 있으면 어색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엄마와 단둘이 있거나, 형제자매와 함께 있을 땐 수다 떨 거리도 많고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데 아빠랑만 있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상황 자체가 어색한 딸이 저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집에 내려가 아빠와의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왔답니다. 아빠와 어색하지 않는 방법 궁금하시죠? 그럼 지금부터 아빠와 데이트하는 팁을 간단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빠랑 같이 뭘 하지?” 아빠와 데이트 전날, 설렘도 있었지만, 솔직히 막막함이 더 컸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민 끝에 아빠랑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리스트로 뽑아보기로 했어요. 데이트 전날 밤, 책상에 앉아 제가 작성한 리스트를 공유할게요! 각자 바빠서 얼굴 제대로 보기 힘든 가족들이 모두 집으로 모이는 5월에는 지역 축제와 가정의 달을 맞아 각종 행사가 있기 때문에 아빠는 물론!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더욱더 좋은 것 같아요.
1. 아빠와 단둘이 영화 관람
저희 가족은 영화를 정말 자주 봐요. 지금은 제가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함께 영화를 못 보지만, 제가 대학생이 되기 전만 해도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영화를 보러 갔었어요. 영화를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영화 O.S.T 앨범도 사고 영화 원작 소설도 구입해서 많이 읽었었는데 요즘은 그때보다 영화 보러 가는 횟수가 줄어든 것 같아서 우울하네요.. 저희 가족이 영화를 보는데 규칙 하나가 있는데, 모두가 같은 영화를 보는 것이에요.
그래서 각자가 다른 영화를 보고 싶으면 이번 주는 엄마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다음 주는 아빠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곤 해서 자주 영화를 보게 되었죠. 다 같이 같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영화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영화의 별점을 매기면서 평가도 하면서 영화를 보는 것에만 의미를 두지 않고 가족 간의 유대감을 만드는데 부모님이 많은 노력을 하신 것 같아요.
하지만 다 같이 영화를 보다 보니 19금 영화는 항상 목록에서 제외되곤 했어요. 아빠는 액션물을 정말 좋아하시는데 징그러운 것을 못 보는 엄마와 청소년인 동생 때문에 항상 혼자 보고 오시거나, 영화를 놓치곤 하셨거든요. 저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친구들과 보곤 했는데 아빤 좋아하는 액션 영화를 혼자 보셨을 생각을 하니.. 괜히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빠가 좋아하는 액션 영화를 함께 보기로 마음먹었답니다!
평소 아빠가 좋아하는 액션 배우 ‘리암니슨’이 주연을 맡은 신작이 마침 개봉하였길래 바로 예매를 하고 데이트 코스 중 첫 번째로 영화 보기를 했어요. 오랜만에 액션 영화를 보는 아빠의 들뜬 모습에 더욱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아빠의 흡족스러운 표정과 저의 만족스러움과 함께 다음 리스트로 넘어갔답니다.
2. 아빠와 단둘이 드라이브
어렸을 적에 아빠와 집 근처 저수지로 드라이브를 간 기억이 있어요. 자세히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아빠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쌩쌩 달리는 것을 즐기는 표정은 희미하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코스로 선택한 것은 드라이브! 평소 아빠가 즐겨 듣는 음악을 엄마에게 부탁해서 미리 전날 MP3에 담아두었어요. 드라이브 출발할 때 플레이리스트를 재생시키는데 눈을 크게 뜨시면서 저를 쳐다보는 아빠를 보며 흐뭇했답니다. 다행히 날씨도 좋고, 도로에 차도 없어서 아빠가 쌩쌩 달리는 데 무리가 없었어요.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창밖 풍경을 구경하니 서로 오고 가는 말이 적어도 전혀 어색함 없이 드라이브를 즐겼답니다. 도착지는 어렸을 때 추억이 있는 집 근처 저수지였는데요, 저는 기억이 없는데 아빠 말로는 제가 그날 길거리 닭꼬치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에도 초등학생처럼 닭꼬치를 사달라고 졸라서 하나 입에 물고 경치를 구경했습니다.
3. 아빠와 맛있는 외식
집으로 돌아오는 길, 원래 외식은 리스트에 없었지만, 엄마가 나간 김에 맛있는 것도 먹고 오라고 하셔서 급 결정한 단둘이 외식하기! 메뉴를 결정하는데 저는 아빠가 좋아하시는 음식도 모르는구나 생각이 들어 정말 죄송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어요. 아빠는 제가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다 알고 음식을 골라 주시는데 저는 아빠에 대해 모르는 게 많구나! 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저에게 맞춰주신다고 피자나 햄버거,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자고 하시는 거예요.
또 저는 아빠에게 맞춘다고 순댓국, 해물 찜을 먹으러 가자고 하고요. 서로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삼겹살을 먹으러 갔답니다. 삼겹살을 먹으면서 자연스레 아빠와 반주를 하게 되었는데, 성인이 된 후 아빠와의 술자리가 처음이더라고요. 아빠는 맥주를 따르는 제 모습에 놀란 눈치였어요. 저도 아빠랑 술 마시는 자리가 처음이라 어색하긴 했지만 맛있는 삼겹살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대학생활 이야기도 하고 아빠 직장 얘기도 하면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빠랑 단둘이 있는 것 중에서 제일 걱정되었던 건 대화하기였어요. 공통된 주제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대학생활, 연애 이야기가 주 대화 내용인데 이것에 관해 이야기하면 아빠가 재미있어할까? 걱정이었거든요. 하지만 아빠와 하루 동안 같이 있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제일 크게 느낀 것은 아빠는 제가 하는 이야기 전부에 관심을 갖고 재미있어한다는 것이었어요. 다 커버린 딸이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도 받고, 남자친구도 사귀는 것을 굉장히 신기해하시더라고요. 대화 주제를 정하는 건 생각보다 큰일이 아니에요! 위에 제가 아빠랑 데이트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저는 아빠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얘기를 하고, 드라이브를하면서 듣고 있는 노래에 관해서 얘기를 하고, 밥을 먹으면서 평소 무엇을, 누구랑 먹는지 얘기하다 보니 말이 끊길 새가 없었어요. 그리고 둘째 딸인 저는 애교도 많은 편이라 아빠한테 애교도 부려가며 이야기를 이어 나가니 아빠랑 단둘이 있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빠와 대화할 때 제가 추천하는 팁은 아빠의 관심사를 연구하는 것이에요. 아빠는 딸이 자신의 관심사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기뻐하시면서 이야기를 해주실 거예요. 여기에 약간의 애교를 추가하면 그날 아빠와의 대화는 성공적일 거예요!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아빠와 단둘이 한 데이트는 전 날밤 걱정한 것이 아까울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어요. 평소 단둘이 있는 시간이 없는 아빠와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저를 보세요! 어색함 없이 아빠와 엄청나게 가까워졌어요! 처음에 아빠를 사전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묻는 저를 엄마는 기특해 하고 언니는 신기해하면서 가족 내에 새로운 사건에 대해 신선함을 느끼더라고요. 그리고 아빠와 저뿐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돈독해진 느낌!
저도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알면서 아빠에게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이번 데이트를 기획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제가 노력하는 모습에 기특하게 생각하셨다고 하는데요. 솔직히 제가 한 일은 아빠에게 관심 두기와 먼저 다가가기뿐 이었는데 전체적으로 가족의 화목과 아빠에게 예쁨을 받게 되는 결과를 가져와서 이것이 바로 일석이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월 따뜻한 봄날에 가정의 달을 맞아 아빠와 오붓한 데이트 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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