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반응의 중매쟁이, 촉매
우리 생활속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 중 ‘~의 촉매 역할을 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촉매란 그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을 이어주는, 화학반응에서 감초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을 말하지요. 촉매는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다른 물질 사이의 화학반응 속도를 조절합니다.
촉매를 통해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자리를 쉽게 바꿀 수 있어요. 물질간의 자리교환반응을 촉진시키는 촉매는 어울리지 않는 커플들 사이에서 더 멋진 짝을 찾아주는 중매쟁이의 역할을 하는 것과 같아요.
화학산업에서 촉매의 눈부신 역할을 발견한 것은 바로 미국의 석유화학회사 듀폰의 연구원들이에요. 우연히 서로 다른 분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걸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촉매작용 때문이란 걸 밝힌 거지요. 촉매 작용 덕분에 효율적이면서도 저렴한 비용에 분자들의 상호작용을 조절할 수 있었고, 그래서 화학산업이 상업적으로 꽃필 수 있었어요.
촉매는 석유화학분야의 발전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석유는 탄화수소복합체로 이루어져있는데, 탄소와 수소의 자리교환반응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끌어내 우리가 이용하기 좋은 물질로 바꾸어주고 있거든요.
# 촉매의 왕자, 제올라이트의 역할
화학 공정에서는 여러 물질을 합성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니 물질을 합성하는 화학반응을 조절하는 촉매도 빠질 수 없는 물질이겠죠? 화학 공정에서 인기 있는 촉매 중 하나는 제올라이트입니다. 화산재가 굳어져 만들어진 돌이지요.
제올라이트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가볍게 느껴져요. 내부에 아주 많은 구멍이 있어 비중이 작은 편이지요. 제올라이트는 깨알같이 무수한 구멍에 수분이나 가스를 흡착하여 가지고 있다가 외부 환경이 변하면 조금씩 가스나 수분을 배출하는 성질이 있어요.
처음 이 물질을 발견한 사람은 크롱스테드라는 사람이에요. 돌을 끓여봤더니 이 돌에 포함되었던 물 분자가 수증기로 나왔답니다. 그래서 끓는 돌, 즉 끓는 Zeo 돌 lite 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제올라이트는 해변의 모래와 같은 성분인 규산과 음료수 캔으로 우리가 자주 만나는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제올라이트는 점토광물 중 다른 물질과 붙는 흡착능력이 가장 뛰어난 편이에요. 그래서 화학반응을 빠르게 또는 느리게 조절할 수 있는 유기물질을 붙일 수 있어서 촉매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어요. 또한 높은 온도에서도 구조가 파괴되지 않는 안정적인 물질이기에 촉매로 딱이랍니다.
# 업그레이드되는 제올라이트
제올라이트가 촉매제로써 활발히 쓰이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10억 분의 1m 정도로 무척 작은 무수한 구멍 덕분이에요. 현미경이 아니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미세한 구멍! 다른 물질들이 이 제올라이트의 구멍을 통과할 때 촉매 작용이 일어납니다.
제올라이트는 자연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사실 합성 제올라이트가 많이 쓰여요. 과학자들이 보다 화학 반응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합성하는 과정에서 제올라이트의 구멍의 크기를 변화시키거나,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유기물질을 제올라이트에 붙여서 촉매 효율을 더 높이고 있죠.
제올라이트의 촉매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건 촉매 효율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고, 촉매 효율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물질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어요. 촉매가 화학공정의 생산성과 비용의 효용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올라이트 연구에 세계적인 석유화학업계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 석유화학공정의 판도를 바꾼다!
제올라이트는 석유를 이루는 탄화수소의 분자를 끊어 작은 탄화수소 분자를 만드는 크래킹 촉매 역할을 해요. 땅에서 막 뽑아낸 원유는 사용 목적에 맞게 여러 다른 형태로 정제하고 증류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필수적인 물질로 이용되고 있답니다.
원유는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분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올라이트는 이 분자들을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잘라낸답니다. 원유의 탄소 사슬을 제올라이트로 짧게 끊은 다음 수소와 결합시키면 메탄이나 에탄을 만들 수 있지요. 휘발유 중에도 제올라이트를 이용한 촉매분해 공정으로 얻어낸 휘발유가 있어요. 이렇게 제올라이트는 석유화학공정에서 없어서는 안될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답니다.
# 골칫덩이의 해결사 역할까지?
석유화학의 발전으로 우린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잘 쓰고 있지요. 식탁만 봐도 음료수와 음식을 담는 용기부터 플라스틱 컵이나 포크 등이 눈에 들어와요. 이런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엄청나게 많은 천연자원이나 천연물질들이 필요할 거에요.
하지만 쓰고 난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을 부르는 골칫덩이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을 손에 쥐고 있는 게 바로 제올라이트!
제올라이트로 폐플라스틱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리시킬 수 있거든요. 원유를 정제해 석유화학물질을 만들고 그 결과물인 폐플라스틱의 처리까지 함께 하는 제올라이트, 석유화학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물질이랍니다
# 팔방미인 제올라이트
촉매니 제올라이트니, 석유화학 공장 밖에서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다고요? 여러분 집에도 제올라이트가 없으면 안될 물질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어요. 세탁기 옆에 놓인 합성세제의 1/3을 넘게 차지 하는 성분이 제올라이트랍니다.
빨래하는 물이 칼슘 이온 등이 있는 경수이면 때가 잘 빠지지 않아요. 경수는 센물이라고도 하는데, 미끈거리고 비누가 잘 녹지 않으며 마실 물로도 적합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경수에 흡착능력이 뛰어난 제올라이트를 넣으면 미세한 공극에 칼슘이나 마그네슘 이온이 들러붙으면서 경수가 연수로 바뀌지요. 칼슘, 마그네슘 이온 함량이 줄어들어 빨래가 잘 되는, 세제가 잘 녹는 물이 된답니다.
물질들을 서로 결합시키는 중매쟁이 역할을 하는 게 제올라이트의 매력이라고 했지요? 이 능력은 우리 삶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어요. 항균능력이 있는 물질을 제올라이트에 붙여 다시 섬유와 붙이면 항균효과가 있는 옷을 만들 수 있어요.
또 제올라이트는 토질을 개량하는 능력이 있어요. 물을 흡수하는 힘이 크기 때문에 수분이나 양분을 머금게 하여 흙 속에 집어 넣으면 식물 재배에 도움을 준답니다. 제올라이트의 미세 공극에 물과 암모니아 등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비료 성분을 잘 붙잡고 있지요.
제올라이트는 보통 토양에 비해 비료를 붙잡고 있는 능력이 열 배가 넘어요. 또한 비료를 제올라이트와 결합시켜 뿌리면 서서히 규산질 비료가 토양으로 침투하기 때문에, 비료가 일시적으로 한번에 투입되는 걸 막고 비료의 효과를 천천히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 올해 과학계의 10대 성과, 벌집모양 제올라이트
2011년 12월, 저명한 과학잡지 사이언스지에서 올해 과학계의 성과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과학자가 만든 촉매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제올라이트를 높이 평가했어요. 이 제올라이트는 구조를 벌집모양처럼 만들어서 촉매로써의 역할을 더 잘 하도록 만들었다고 해요. 촉매인 제올라이트의 사용 수명을 높이고 반응성도 높였기 때문에 이 슈퍼촉매 제올라이트가 석유화학공정에 도입되면 공정의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생산비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답니다.
어때요? 말로만 듣던 바로 그 촉매. 하나의 역할이 너무나 많죠? 특히 제올라이트는 화학 산업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만능촉매!!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