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인 논란 속에서도 영화 '인터스텔라'가 지난 한달 동안 굳건히 우리나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인터스텔라는 황폐해진 지구를 대신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우주로 떠나는 탐험가들의 모험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곳곳에서 고등학교 물리시간 때 배운 친숙한 용어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우리은하 너머 외계행성에서 보내는 1시간은 지구에서의 7시간이 되고, 이런 과정 속에서 지구에 남겨진 10대 딸은 100살이 넘은 노인이 되어 떠날 때 모습 그대로인 아버지와 재회하게 되죠. 재미와 감동 이면에 과학적인 지식을 대입하면서 봐야하는 이 영화는 어찌 보면 다소 골치아프고 난해하기도 합니다.
▲ 영화 인터스텔라 캡쳐(출처: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movie/)
물리학적인 상식 외에도 영화 인터스텔라 곳곳에는 화학 이야기도 숨겨져 있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주여행 중 공기와 식량,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고안된 ‘냉동수면’입니다. 냉동수면은 극저온의 냉매로 생물을 얼려 보관하는 방식으로 냉동되는 대상이 말 그대로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되기 때문에 수면이라 부른답니다.
▲ 영화 인터스텔라 캡쳐(출처: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movie/)
냉동수면은 얼려서 보존성을 높이는 방안이지만, 생물이 지니고 있는 수분을 얼리는 것 만으로 보존성을 좋게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생물을 얼릴 만큼 온도를 극한으로 떨어뜨려 미생물이 그 안에서 살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냉동으로 보존성을 높이는 원리는 소금을 치거나 식초에 담가 보존성을 높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세포(출처: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Cell_biology)
따라서 영화에서 나타난 냉동수면은 겉보기에는 그럴싸하고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냉동과 해동에서 해결해야할 부분들이 아직 많답니다. 냉동할 때 온도를 어느 정도에 맞춰야 하는지, 신체 내부 박테리아와 균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부터 냉동 시, 세포 내부에 얼음결정이 팽창하면서 세포들을 파괴할 수 있다는 큰 골칫거리를 갖고 있지요. 물은 얼게 되면 팽창하게 되는데, 세포도 얼게 되면, 세포 내부의 수분이 팽창하면서 세포막을 파괴한다는 것이죠.
▲ 부동액 에틸렌글리콜(출처: 위키피디아 http://ko.wikipedia.org/wiki/)
따라서 세포의 파열을 막기 위해서는 체내의 모든 수분을 제거해야 합니다. 체액을 후유증 없이 원상 복구할 수 있는 기술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냉동수면은 정말 공상 과학 속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죠.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시신을 냉동 보관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냉동인간 처리를 할 때, 체액을 제거하고 체액과 비슷한 성질이지만 얼음결정이 생기지 않는 물질로 채워 넣는답니다. 흔히 우리가 부동액이라고 부르는 물질인데요. 부동액은 물과 '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을 섞어 만든 혼합용액입니다.
▲ 에틸렌글리콜 분자 구조(출처: 위키피디아 http://ko.wikipedia.org/wiki/)
부동액이 어떤 화학물질인지 알아볼까요? '에틸렌글리콜(HOCH2CH2OH)'은 2개의 탄소에 각각 OH가 1개씩 결합되어 있는 간단한 구조의 유기화합물입니다. 에틸렌글리콜은 단맛이 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탄소에 OH가 결합되 있는 물질들은 일반적으로 단맛을 낸답니다. 대표적으로 글리세린과 포도당, 과당 등의 분자들도 탄소에 OH가 결합되어 있지요.
하지만 에틸렌글리콜은 섭취를 절대 금해야 하는 독성물질입니다. 에틸렌글리콜은 우리 몸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글리코릭산’, 혹은 ‘옥살산’이라는 물질로 변하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매우 강한 산성을 띠고 있어 혈중 산도를 높여 자칫하면 생명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냉동수면에 사용되는 부동액, 에틸렌글리콜은 신체에 독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해동되더라도 현재의 기술로 살아날 수 있을 가능성이 0%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의료용 나노로봇(출처: theChargerOnline. http://thechargeronline.com/entertainment/)
냉동보존 기간에 생기는 세포 손상을 수리하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저온생물학자들은 냉동인간의 소생에 회의적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나노 기술’이 냉동수면 성공의 열쇠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노미터(㎚) 크기의 컴퓨터 센서와 작업 도구 등을 탑재한 나노로봇으로 인체 조직을 복구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나노로봇은 인체의 조직 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또한 세포막 안팎으로 들락거리며, 세포와 조직의 손상된 부위를 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으로써는 나노기술만이 냉동수면 성공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영화 인터스텔라 캡쳐(출처: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movie/)
한화케미칼에서도 나노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을 꼽을 수 있습니다.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은 반도체와 평판 디스플레이, 배터리, 초강력 섬유, 생체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그 응용분야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꿈의 소재들이지요. 먼 훗날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으로 만들어진 나노로봇이 개발된다면, 냉동수면도 더 이상 공상 과학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