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우리나라 산업은 ‘섬유산업’의 황금기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특히 섬유산업을 풍미한 3대 화학섬유, ‘나일론ㆍ폴리에스테르ㆍ아크릴’은 그 우수성과 상품성을 인정받아 당시 세계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섬유산업의 발전으로 3대 화학섬유를 활용한 원단과 가발이 우리나라 최고 수출품으로 자리 잡았죠.
한 동안 주춤하던 화학섬유 시장에 활기가 일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패션 가발 열풍 때문인데요. 패션피플들의 잇 아이템으로 '가발'이 새롭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뻣뻣하고 쉽게 모양이 바뀌며, 인조 티가 팍팍 나던 가발은 매끄러운 윤기에 진짜 머리카락과 흡사한 제품으로 탈바꿈됐습니다.
또한 요즘 가발은 헤어스타일도 다양하게 연출이 가능한데요. 기존에는 가르마를 잡기 위해 실리콘을 발랐기 때문에 한 번 모양을 잡으면 스타일을 바꿀 수 없었답니다. 그러나 요즘은 헤어드라이어와 젤, 무스 등을 이용해 원하는 대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고 하네요!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링으로 선택권도 넓어진 패션 가발의 세계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가발 공정 과정(출처:http://en.wikipedia.org/wiki/Wig)
가발의 제작 과정이나 소재 등을 보면, 가발이야 말로 석유화학의 집약체라고 부를 수 있는데요. 가발의 원사를 붙잡는 망부터, 원사까지 모든 재료가 석유화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죠.
▲ 가발의 원리
가발의 제작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데요. 스타킹 같은 '망'에 다양한 소재의 원사를 엮어 제작하고 있답니다. 망은 ‘나일론’으로 제작됩니다. 이 나일론 망의 핵심은 ‘남들이 가발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가발은 아무래도 머리 위에 덧씌우는 것이기 때문에 티가 날 수밖에 없지만, 가발을 썼다는 티가 너무 나면 스타일도 어색해지고 안 쓰는 것만 못하게 되어버리죠. 그래서 요즘 가발은 나일론 망을 최대한 얇게 만드느냐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데요. 두피와 비슷한 얇은 망을 위해 투명한 재질의 극세사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두피 부분이 되는 망과 마찬가지로, 머리카락 부분도 실제 머리카락과 유사하게 만들고자 다양한 재질들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가발 원사를 이루는 재료는 일반적으로 '일반사, 고열사, 인모+고열사, 인모' 등으로 구분됩니다. 각 가발 브랜드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능성 소재들이 있지만 그 기본 바탕은 나일론과 PVC, PET 등의 석유화학 제품이랍니다.
석유화학으로 만들어진 인조모의 경우 내구성은 강하지만 지나치게 광택이 나는 경우가 있어 인조적인 느낌이 강했는데요. 최근에는 폴리염화비닐(PVC)과 난연합성수지(PET) 등을 원료로 머리카락과 거의 유사한 가발 원사가 개발돼 생산되고 있답니다. PVC 소재는 유연하고 다양한 색상 연출이 가능해 심미적인 목적의 가발에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불이 붙어도 바로 꺼지는 난연성 합성수지는 변형이 적어 탈모용 등 기능적인 가발에 애용되고 있지요.
가발과 쌍벽을 이루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인조모’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여성들의 눈매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가꿔주는 ‘속눈썹’인데요. 속눈썹은 실크나 밍크 등 천연재료로도 많이 만들어지지만, 최근에는 천연소재 못지않은 석유화학 소재로 제작돼 다양한 모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속눈썹에 사용되는 석유화학 소재로는 ‘ABS 수지’가 일반적입니다. ABS 수지는 뛰어난 성형성과 2차 가공성으로 매년 꾸준히 활용 범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소재화의 복합화가 용이해 소재의 새로운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받고 있답니다.
가발과 머리카락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일단 머리카락은 계속 자란다는 특성이 있지만, 가발은 소모품이기 때문에 수명이 2~3년에 불과합니다. 물론 관리에 따라서 더 오래 사용할 수도 있답니다. 또한 거의 매일 샴푸를 해야 하는 머리카락과 다르게 가발의 세척은 3개월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세척은 머리를 감을 때와 마찬가지로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이용해주시면 됩니다.
플라스틱을 실만큼, 머리카락만큼 가늘게 뽑아 피부만큼 얇은 망에 한 올 한 올 엮어서 만드는 가발. 가발을 패션으로 여기는 시대가 왔지만, 단순히 패션이라고 하기에 가발 하나가 완성되기까지에는 정말 수많은 연구와 공정들이 숨겨져 있는데요. 현대의 가발은 ‘패션’이 아니라 ‘과학’이 아닐까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