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는 뭘까?
염소는 노릿한 녹색을 띠는 기체로, 흔히 표백제에서 나는 냄새의 주인공이 염소입니다. 소독과 표백의 역할을 하며,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원료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는 물질이지요.
염소는 바닷물을 전기로 분해해서 얻어 냅니다. 염소는 Cl 원소 두 개가 결합해 Cl2라는 하나의 염소 분자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염소는 동위원소의 비율 상 75.77%의 35Cl과 24.33%의 37Cl로 구성됩니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염화나트륨(NaCl)이나 염화수소(HCl) 등 염소와 관련된 물질들에서도 염소의 동위원소 비율은 자연상에 존재하는 염소 동위원소의 비율과 동일합니다.
콸콸 쏟아지는 맑은 물 책임지는 염소
곧 목욕탕으로 달려가 깨끗한 물로 샤워를 합니다. 수시로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할 때도, 저녁에 느긋하게 하는 반신욕도, 다 언제나 콸콸 쏟아지는 맑은 물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염소는 하루에도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폐수를 맑게 정화해 내는 청소부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오염된 물이 깨끗한 강과 바닷물에 희석되고 갯벌 등을 지나면서 걸러져 자연스럽게 정화되지만 사람들이 쏟아내는 폐수의 양은 엄청나서 자연 정화 방법으로는 전부 처리를 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에선 1908년부터 서울 뚝도 정수장에서 폐수를 정화해서 수돗물을 공급했어요. 자연에서처럼 침전과 급속여과방식의 과정을 거치고, 추가로 염소를 이용합니다. 염소는 정수처리 공정의 꽃입니다. 물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세균이 활동하지 못하게 하고 미생물의 성장을 막아 수돗물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차 오염을 방지합니다. 가격도 저렴해서 경제적이지요.
염소 기체(Cl2)는 물에 녹아 하이포염소산(HOCl)이 됩니다. 이 성분이 세균을 죽이는 살균 작용을 합니다. 다만 페놀 등의 오염물이 녹은 물의 정화에는 쓰지 않습니다. 지금은 염소 소독 후 생겨나는 안 좋은 물질들이 있어 염소 분자 대신 염소가 포함된 분자들을 이용해 단점은 줄이면서도 염소의 살균력을 이용하는 방법을 쓰고 있어요. Cl을 포함한 염소 소독제에는 Hypochlorous acid(HOCl), Hypochlorite ion(OCl-), Monochloramine(NH2Cl), Dichloramine(NHCl2), Trichloramine(NCl3) 등이 있답니다. 특히 클로라민(NH2Cl, NHCl2, NCl3 등)은 물 속의 암모니아와 염소가 반응해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물을 운송하는 관에서 염소보다 더 안정적인 형태로 이차 오염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영장의 위생을 책임지는 염소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첨벙대는 수영장. 눈병 등을 일으키는 . 세균들이 번식하기 쉬우므로 깨끗하게 유지해야만 하지요.그래서 염소를 사용합니다. 수영장에서는 고체상태의 하이포아염소산칼륨이나 하이포아염소산나트륨 등을 물에 녹여서 하이포염소산을 만들어 물을 정화합니다. 염소 덕분에 안심하고 수인성 전염병의 걱정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셈이지요
산모의 생명을 지켜낸 염소
오늘날처럼 사람들이 손 씻기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었을 때는 세균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병원은 사람을 살려내는 곳이지만 아픈 사람들이 모이기에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서 세균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 병원입니다. 수술을 할 때 세균 감염이 일어나면 목숨이 위태로울 만큼 위험하거든요.
헝가리의 이그나츠 잼멜바이스(I.P. Semmelweis)라는 의사는 1850년 대에 이러한 위생의 중요성을 알렸습니다. 소독을 통해서 병균이 전염되는 걸 막아 사람들을 죽음에서 지킬 수 있다는 걸 알아낸 의사입니다.
그는 의사들이 세균에 감염된 손으로 산모들을 보살펴서 산욕열이 생기고, 그로 인해 산모들이 죽게 된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살균력이 있는 염소 처리된 용액으로 손을 소독하게 했고, 전염성 산욕열로 죽는 산모의 수를 6명 중 1명에서 100명 중 1명으로 급격히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염소는 빨래의 끝판왕
와이셔츠는 하루만 입어도 목에 노릿한 때가 묻습니다. 땀과 매연 등으로 흰 옷이나 손수건은 쉽게 더러워지지요. 손으로 비벼 빨아도 약간 누런 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아 빨래를 덜 한 듯 찜찜합니다. 이럴 때 빨래 끝~ 하는 노래를 절로 나오게 해 주는 게 표백제입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 표백제가 염소표백제입니다. 가정용의 염소 표백제는 약 3~6%의 NaClO를 사용하고 있어요. 염소는 살균의 역할도 하지만 표백의 역할도 톡톡히 해 냅니다. 옷을 세탁할 때도 표백제를 쓰지만 목재 펄프의 표백이나 밀가루 등 식품의 표백에도 염소와 관련된 물질들이 쓰이고 있습니다.
고린내 잡는 염소
어디선가 꼬릿꼬릿한 냄새가 납니다. 언니가 날이 추워졌다고 통풍이 잘 안 되는 긴 부츠를 신어서 나는 발 냄새일까요? 아니면 자취하는 오빠가 빨기 귀찮다고 어제 잠깐 신었던 양말을 다시 신고 나와서 심해진 양말의 고린내일까요? 아까 약속시간에 늦어 뛰어오면서 흘린 땀이 배인 티셔츠에서 나는 꿀꿀한 냄새 같기도 합니다.
이 냄새를 말끔히 없앨 수는 없을까요?
이 냄새를 말끔히 없앨 수는 없을까요?
여기에 해답을 제시한 연구가 있습니다. 냄새를 피우는 주범인 박테리아를 죽이는 염소를 이용한 연구랍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Gang Sun 교수팀은 땀에 젖어 꿀꿀한 냄새가 나는 락커룸이 가득한 스포츠 센터, 병균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병원에서 쓰기 좋은 위생적인 항균천을 개발했습니다.
또 염소 표백제로 양말을 빨면 이런 소독 효과가 지속된다고 하니 계속해서 냄새 걱정 없는 양말을 신을 수 있어요. 이런 항균 섬유로 운동복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 식욕 떨어뜨리는 냄새를 피우지 않는 옷과 양말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석유화학 기술로 탄생하는 염소
생활 곳곳에서 병균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염소. 알고 보면 석유화학 분야에서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 내는 무척 중요한 물질입니다. 우리나라의 염소 생산은 한화케미칼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수와 울산 공장에서 무려 연간 82만톤의 염소를 생산하고 있답니다. 소금물을 전기로 분해해서 염소를 만드는 공장은 우리나라의 무기화학의 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염소는 운반 과정이 어려워서 외국에서 들여오기 쉽지 않았는데, 우리나라에 염소 생산 설비를 잘 갖추어서 국내의 염소 공급에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이렇게 우리나라 기업들이 석유화학 분야에서 열심히 애를 쓸수록 우리 삶에 필요한 화학물질들이 보다 친환경적으로 저렴하게 생산 될 수 있을 거예요.
* 참고문헌 : http://abcnews.go.com/Technology/story, 닥터스(셔윈 눌랜드 저),기초자연과학(김기범 외 저), 소독공정의 해석과 설계 (윤용수 외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