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직장인이라면 늦은 시간까지 근무를 하거나, 지인들과 저녁시간을 가지며 가볍게(?) 알콜한잔 하고 하루를 기분좋게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으실텐데요. 주변의 셀러던트를 보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퇴근하고 무엇을 배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어쩌면 배우는 것보다 그렇게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분은 우리와 같은 직장인이지만 자신을 가꾸기를 멈추지 않는 셀러던트 박진향씨입니다. 그녀가 말하는 "직딩라이프를 보다 솔찬하게 보내기 위한 배움의 노하우"에 대해 들어볼까요?
Q.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ㅣ 안녕하세요. 저는 박진향이라고 합니다. 현재 능률영어교육연구소에서 중·고등학교 영어교육 교재를 제작하고 있어요. 한화케미칼 필진 오지혜씨 덕분에 케미칼드림에서 처음으로 인사드리게 되네요. 만나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Q. 영어교육교재 제작이라...한국 영어교육을 위한 보람된 일을 하시네요.현재 직업을 선택 하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만드신 교재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ㅣ 많은 교재를 제작했지만 가장 알려진 교재는 ‘리딩튜터’, ‘능률보카’, ‘리딩 엑스퍼트’일 것 같아요. 학창시절 이 책으로 공부하신 분들이 아마 있을 것 같네요.
중학교 때 리딩튜터라는 책을 처음 보게 되었는데 기존에 접했던 딱딱한 책과는 아주 다른 독해 문제집이었어요. “이런 재미있는 영어책이 있구나”, “이걸 만든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막연히 궁금해 하다가, 대학 마지막 학기에 모집 공고를 보고 입사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마케팅 부서로 들어갔다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개발팀으로 옮겼어요. 제 버킷리스트에 영어책 만들어보는게 있었는데 이루게 되어 만족스러워요."
Q. 버킷리스트!! 찰나의 꿈이 되었었지만 저도 한 번 적어봤던 거 같아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시는 것을 보니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시나봐요. 기본적인 메모습관 뿐만 아니라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나눠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나하나 진행하신다구요.
ㅣ 네. 대학교 때부터 노트를 여러 권 쓰고 있어요. 전 도전 정신도 강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이것저것 쓰다 보니 꽤 많이 적었어요. 언젠가 하고 싶은 사업 아이템과 계획을 적기도 하고, 언젠가 내몸을 편히 눕힐 살고 싶은 집, 힐링하고 싶을 때 가고 싶은 여행지, 배우고 싶은 취미활동 같은 것을 적어요.
"친구들이 넌 왜 그렇게 집착하듯이 많이 배우냐고 혀를 차기도 하는데요. 외국어와 예체능을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꾸준히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계속 배우고 있어요."
예체능은 스킨스쿠버, 골프, 테니스, 태권도, 미술, 윈드서핑, 서핑, 웨이크 보드, 첼로, 바이올린, 클래식 및 재즈피아노, 발레, 힙합, 재즈댄스, 살사, 탱고, 패러글라이딩, 바텐딩, 미용기술(헤어, 메이크업), 의류 재봉/패턴 등을 배웠어요. 소소하게 배운 것들은 아직 다 나열하지 않았어요. 하하.
이번 가을에 승마를 배우고 싶은데 혼자는 심심할 것 같고 한화케미칼 승마동호회에서 외부인도 초대해 주신다면 멋진 한화분들과 같이 해보고 싶어요.
Q. 정말 어마어마한 취미신데요. 나열된 취미를 다 읽는데도 한참 걸리네요. ^^ 열손가락 중에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이 많은 취미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게 있다면요?
ㅣ 모두 좋아하고 재미있지만 특히 '춤'을 아주 좋아해요. 춤은 운동적인 요소와 예술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거든요. 계속 하다 보니 전문가 과정도 하게 됐고 백댄서로 방송 출연도 한 적 있어요.
음악 쪽도 좋아해서 계속 하다 보니 기회가 생겨 국내 해외 뮤지션들 인터뷰하는 일도 프리랜서로 해본 적이 있어요.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관련된 일을 해볼 수 있는 행운도 생기더라고요.
Q. 배움에 있어서는 항상 ~ing 이실거 같아요. 현재 배우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인지 궁금한데요.
ㅣ 현재는 그림, 태권도, 춤,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을 하고 있어요. 10월에 태평로에서 크게 하는 축제에서 댄스 공연을 하는데 연습 시간이 꽤 많이 필요해서 얼마 전까지 하던 테니스는 잠시 홀딩했어요. 10월 초에 태평로에서 12차선을 막아 놓고 군무를 추거든요. 일반인 대상으로 댄서 모집 오디션이 있었는데 합격해서 3-40명 정도의 사람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Q. 업무, 취미활동, 오디션 지원까지... 몸이 열개, 하루가 48시간이어도 다 못할 거 같은 데 이렇게 많은 것을 어떻게 다 배울 수가 있는 거죠? 여러 가지를 배우는데 불편한 점은 없으셨나요? 연애하실 시간도 없으실거 같아요.
ㅣ 가족이나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해요. 자주 못 보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부모님은 저를 군대 보낸 것 같다고 하시고요. 친구들은 너를 보려면 2달 전에 예약하면 되냐고 물어요. 자주 못 봐서 미안하긴 한데, 대신 미리 약속을 잡는다면 아주 급한 일이 아니고서야 그 약속을 꼭 지켜요. 그리고 연애는 여러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저에게 좋은 연애 감정으로 대해주시는 분들도 있으나 아직까지 연애보다는 여러 활동을 하는 게 더 재미있어요. 뭐 그렇다고 건어물녀 같은 건 아닙니다. 하하. 짬짬이 다 하고 있어요.
배우는 것들은 요일 별로 고정된 게 있고, 약간 유연하게 시간될 때 갈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배울 수 있는 장소까지의 동선을 최소화해서 이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포인트예요. 전 직장과 집이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데 주중에 할 것은 직장이나 집에서 가까운 장소를 물색했어요. 주말의 경우엔 활동들 간의 동선을 생각해서 스케쥴을 구성했고요. 이렇게 머리를 굴려보면 다 배우는 게 가능해요.
"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없어요. 왜냐하면 자기가 진짜 원하는 일이라면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죠. 만약 좋아하는 TV 드라마를 10시간 보라고 한다면 잠을 참으면서도 볼 수 있지만 싫어하는 것을 계속하라면 할 수 없잖아요. 지금까지 제가 배운 것들은 예전부터 진짜 하고 싶었던 것들이라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없어요."
Q. 요일을 나눠서 배우신다고 해도 하루에 소화해야 할 활동시간이 남들보다 많으신 거 같은데요 보통 잠은 몇 시간 정도 주무시나요?
ㅣ 저는 야행성이라 밤에 집중력이 높아져요. 아주 늦어도 2~3시에는 자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더 늦게 잘 때도 있어요. 회사가 칼퇴근이 가능하고 출근도 9시 30분으로 늦은 편이라 가능한 게으름이랄까요? 또 숙면을 해서 2시 정도에만 잠들면 피곤하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어요.
Q.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은 취미생활이에요. 많은 취미활동을 하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ㅣ 사람들에게 판단력과 결단력이 빠르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스포츠를 하다 보면 빠른 판단력이 길러지고 상황 대응력이 굉장히 늘어요. 미술을 배우다 보면 사물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음악을 하다 보면 감각과 감성이 늘어요. 이런 것들이 결국은 업무능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어요. 그리고 취미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일만 하면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한정되잖아요. 취미활동 하면서 만나 꾸준히 연락하는 사람이 점점 늘다 보니 이런 인맥 역시 제 자산이 되더라고요.
<이카루스의 꿈. 박진향 作>
Q. 주변에 혹시 이렇게 다양한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해 우려하시는 목소리는 없으신가요? 배움의 희열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이해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거 같아요.
ㅣ 그런 분들이 있긴 있었죠. 그런데 퇴근 후의 삶은 각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취미활동을 할 때 어떤 분은 드라마를 볼 것이고, 가족과 식사를 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어떤 다른 분은 아이들과 놀아주겠죠. 저는 그런 것이 기회비용이에요. 그분들이 하는 것들을 저는 포기하는 것이죠. 따라서 그 분들이 저에게 퇴근 후 삶을 컨트롤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회사 일은 빠짐없이 완수하고 퇴근해야겠죠.
"저는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고 다음 것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하는 것을 좋아해요. 하나만 계속 하다 보면 지겨워질 수 있잖아요. 대신 꾸준히 오래 하는 편이에요. 여러 개를 한꺼번에 조금씩 하느냐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많이 하느냐는 개인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요즘은 다방면에 있어 통찰력이 있으면서도 어떤 특정 영역에 있어서는 전문적인 T자형 인간을 요하잖아요. 대부분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는 채 사회로 나가는 경우가 많죠. 내가 진짜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은데 아무 분석이나 준비 없이 20대를 보내고 30대가 되면 그냥 하던 일을 계속 하게 되죠.
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20대 때는 깊이보다는 넓이로 승부하자! 그래서 30대부터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영역에 집중하자! "
쉬운 예로 연애도 그렇잖아요. 많은 타입의 상대를 만나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어떤 타입의 사람이 나와 잘 맞는지 알게 되잖아요. 남들이 보면 제가 20대 때 치열하게 논 것 같지만 제 스스로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스스로를 테스트하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연이나 전시회도 많이 보러 다니고, 이곳 저곳 해외여행도 꽤 많이 다닌 것도 시각을 넓히기 위한 하나의 준비였고요. 30대 초반인 지금 전 제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많이 배웠고 이제 범위를 좁혀나가고 있습니다.
Q.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을 끝내고 다음으로 배우고 싶은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ㅣ 예체능 분야에서는 우선 순위로 배우고 싶었던 것들은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이제는 배웠던 것들의 깊이를 더하는 데에 중점을 맞추고 싶어요. 특히 골프는 다시 해서 2014년 봄엔 해외로 필드를 나가보려고요. 그리고 꼭 하나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승마예요. 오지혜 씨를 통해서 이야기 종종 듣는데 흥미롭더라고요.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한화분들과 함께 말을 탈 수 있으면 좋겠네요. ^^
<타인의 시선. 박진향 作>
Q. 마지막으로, 직장 초년생들에게 자기 계발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요?
ㅣ 살다 보면 내가 지금까지 뭐했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한 번은 오잖아요. 예전에는 일에 집중하지 너무 부수적인 것에 시간 쏟는 거 아니냐… 라고 걱정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주변 요소들을 제외하고 자기 자신만을 오롯이 돌아봤을 때 내가 가진 게 무엇일까, 생각하니 허무함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보지 못한 것 같다고 해요.
제가 감히 조언을 드리자면 회사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특히 20대 때는 퇴근 후 자기 자신을 위한 플랜을 과감히 세워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자기가 이룬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이 자기자신을 위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닫게 될 겁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학무지경(學無止境)이라는 사자성어처럼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배우게 되고 인간이라면 삶이 끝날 때까지 끊임 없이 배워야 하는데요. 인터뷰를 읽고 배움에 대한 고민을 하셨던 분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배우고 싶었던 것들이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인터뷰 끝>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 정말 배울 것이 많은 인터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것을 해낸 결과물 보다도, 가장 어렵다는 첫발을 매번 거침없이 내딛은 그녀에게 진정한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더라구요.
인터뷰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아서 저도 제가 원하는 것을 먼저 나열해보고 순차적으로 체계적으로 도움되는 것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죠!! 케미칼드림을 방문해주시는 여러분도 같이 시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