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8월이 지나고 여름의 열기가 식지 않은 9월이 지난 뒤 벌써 10월에 들어섰습니다. 10월이 되니 맑은날 하늘은 쨍하니 푸르고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 오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또한 가로수길에서는 은행의 고약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니 곧 노랗게 물든 은행나뭇잎이 떨어지겠군요. 또한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가을이 시작되면 가을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가을 등산 계획으로 설레곤 합니다. 역시 가을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계절이 아닌가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가을의 주인공, ‘단풍’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나뭇잎 속에 있는 초록색을 나타내는 색소가 사라지기 때문인데, 이 색소를 이루는 물질이 생각보다 아주 특별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케미칼 스토리에서는 식물 속의 들이 있는 이 특별한 색소에 대해서 파해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 식물의 잎이 녹색에서 붉은 색에서 변하는 과정
나뭇잎이 왜 초록색을 띄는지 알고 계신가요? 나뭇잎에는 엽록소라고 하는 색소가 있어 초록색을 띄게 됩니다. 그런데 이 색소는 단순히 잎의 색이 초록색으로 보이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것은 바로 광합성이라고 하는 특별한 작용을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식물은 우리 사람들이나 동물들처럼 음식을 먹고 마실 수가 없어서 몸에 필요한 양분을 뿌리로 흡수하거나 혹은 직접 만들어서 이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직접 만들 경우 양분으로 사용할 재료들이 필요한데요, 물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태양 빛이 바로 그 재료입니다. 이 재료들을 가지고 서로 잘 버물리게 되면 식물에게 양분이 되는 포도당을 만들 수가 있으며, 바로 이 과정을 광합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때 필요한 태양빛을 흡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엽록소입니다.
식물에서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엽록소는 날씨가 점점 추워질수록 잎은 활동을 멈추게 되고 이 초록색을 나타나게 해주는 엽록소들은 파괴되어갑니다. 그리고 초록색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던 원래 잎의 색인 노란색이 나타나면서 단풍이 드는 것입니다. 또 몇몇 식물들은 엽록소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안토시안이라는 물질이 생성되게 되는데요, 이 물질은 빨간색을 나타내는 색소라서 결국 잎은 붉은 색으로 변하는 단풍이 들게 됩니다. 가을의 알록달록 단풍이 알고 보니 엽록소라는 물질이 파괴되어 생기는 것이었군요!
▲ 엽록소 한 종류의 구조(좌), 포르피린 구조(우)
그런데 이 엽록소의 구조는 참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생물체 내에서 생성 물질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이 속에는 포르피린이라는 부분이 들어 있습니다. 한번 그림에서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세요!
그런데 단풍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포르피린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이 포르피린이라는 부분은 식물에 들어있는 엽록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에게도 있는 것입니다. 특히 동물에서 색을 나타내는 부분에는 이 포르피린이 꼭 들어있다고 합니다. 모든 생물들이 유사한 물질을 가지고 있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 포르피린이 발견된 것은 20세기 초반, 비교적 최근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 색소를 연구한 E. Fischer는 이 포르피린이라는 부분을 발견하고 나중에 인공적으로 합성을 했는데, 그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고 합니다.
▲ 적혈구 모형
그렇다면 식물에는 엽록소에 숨어 있는 포르피린이 사람에는 어디에 있을까요?
실수로 어디에 베이거나 긁히게 되면 상처가 나는데, 보통은 상처에서 피가 나오게 됩니다. 이때 나오는 혈액은 붉은 색을 띄는 건 경험으로 아실 거예요. 이 붉은 색을 띄는 혈액에 바로 포르피린이 들어 있습니다. 혈액 속에는 여러 가지가 많이 들어있지만 대표적으로 적혈구라는 빨간색의 납작한 원반형 세포가 들어있습니다. 이런 적혈구가 붉은 색을 나타내는 것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색소인 헤모글로빈, 정확히 말하면 헤모글로빈을 이루고 있는 헴(heme)이라는 물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헴이라는 것의 구조를 보면 포르피린의 중심에 철 이온이 들어가 있는데, 식물의 엽록소에는 마그네슘이온이 들어가 있는 것과는 다른 이온이 들어가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 다양한 헤모글로빈의 구조
그런데 식물에서 엽록소는 초록색을 나타내주는 것 외에도 식물에게 영양분을 만들 때 꼭 필요한 물질이었는데, 이 헴이라는 것도 붉은 색을 나타내는 것 이외에 특별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이 헴이라는 것은 우리 몸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주고 필요 없는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헴의 중심에 있는 철 이온은 산소나 이산화탄소를 잘 붙잡을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은 적혈구는 헴의 중심에 있는 철 이온에 이 산소를 붙여서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게 됩니다. 그러다가 산소가 많이 필요한 곳에 가서 이 산소를 전해주고 그 곳에서 버려지는 이산화탄소를 산소 대신 붙이게 됩니다. 그 후 다시 폐로 가져가서 이산화탄소를 버리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 몸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포르피린이지만, 가끔은 포르피린 때문에 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몸 속에서 포르피린을 가지고 있는 헴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인데, 만약 유전적인 문제로 이 헴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일부가 작동을 안 하게 되면 몸은 빛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병에 걸리게 됩니다. 포르피린증이라고 불리는 이 병은 낮에 빛을 받으면 피부가 과반응을 하게 되면서 물집이 잡히고 피부색이 창백해지게 됩니다. 또 송곳니가 일반인들 보다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병에 걸린 사람들은 낮에 활동이 어렵다 보니 밤에 활동을 하고 병에 걸린 환자들이 마치 뱀파이어와 유사하다고 해서 포르피린증을 뱀파이어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생물체 내에서 색을 나타내는 데 쓰이는 포르피린인데요, 과학자들도 이런 사실을 밝혀내고 포르피린을 조금 더 좋은 곳에 쓰기 위해서 연구가 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암을 치료를 하는 곳에 포르피린을 사용하기 위해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포르피린은 광합성과 같이 빛을 흡수해서 특별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도록 하지요? 이와 같은 성질을 이용해서 암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정확히 그 과정을 살펴보면 포르피린을 이용해서 만든 색소가 혈액 속을 돌아다니다가 암 세포 만나 그 주변에 붙어있게 됩니다. 그 후에 색소가 많이 있는 주변에 빛을 쬐어 주면 색소가 암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를 만들어 내게 되어서 암세포를 죽이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두 번째로는 태양전지에 포르피린을 쓰기 위해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태양전지에는 실리콘을 이용한 태양전지가 가장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염료를 이용한 염료 감응형 태양전지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태양전지는 아주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효율도 나쁘지 않아서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분야인데, 이러한 형태의 태양전지에는 태양 빛을 아주 잘 흡수 할 수 있는 염료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포르피린을 이러한 태양전지에 들어가는 염료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식물의 경우도 태양 빛을 이용해서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만들기 때문에 고효율의 태양전지를 만드는 데에 포르피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생물에서 색을 나타나게 해주는 포르피린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 포르피린이라는 것이 식물의 엽록소에 포함된 한 부분인 줄 알았으나 동물 특히, 사람도 가지고 있는 성분이라는 점이 신기하지 않나요? 포르피린이라는 성분으로 단풍을 들게 하고, 사람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태양전지에도 사용될 예정이라고 하니 정말 자연의 신비는 무궁무진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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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
한화케미칼 http://hcc.hanwha.co.kr
한화케미칼 블로그 http://www.chemidream.com/
General Chemistry, Thomson, Whitten, Davis, Peck, Stanley
광역학치료, 전상훈
분자레벨에서 제작된 나노 태양전지 기술, 이원주 외 2명
고효율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위한 염료 및 광전극 개발 전략, 정낙천
뱀파이어는 '포르피린증’, 이현주 기자, 헬스조선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02/20090602018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