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유난히 덥다고 합니다. 무더운 여름철 최대 피서지는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극장이겠죠? 최근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가 내년 개봉되는 2편의 티저 예고편을 내놨습니다. 2편의 예고편을 만들도고 내년까지 기다리라니!! 정말 헐리우드의 대단한 배짱이 아닐 수 없네요. 영화는 이렇게 기다리며, 또 찾아가며 즐기기로 하고요.
TV를 켜면 저는 수하앓이로 매주 수요일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지요. 나도 백허그 좋아하는데ㅠ.ㅠ 드라마 제목처럼 저도 일주일내내 수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건 드라마건 늘 우리들의 입에 빠짐없이 오르내리는 건 영화 혹은 드라마 속의 주인공과 그들에게 빛을 더해주고도 자신 또한 빛나는 명품조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겠죠? 거기에 엑스트라 그리고 까메오, 뒤에서 땀 흘리며 애쓰는 스텝까지! 한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이 숨어있기 때문이랍니다. 작품 뒤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으며 노력하는 사람들… PD, 조명감독, 홍보자, 매니저 등 정말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이번 H로 소개해드릴 분은 캐스팅 디렉터 이혜수씨입니다!
Q: 혜수씨, 흔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에 대해 조금만 설명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키즈 플래닛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모델 캐스팅디렉터 이혜수입니다. 캐스팅디렉터라는 직업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저는 성인캐스팅디렉터하고 다르게 아이들을 상대하는 직업이다보니 아이들의 업다운과 조절력을 고려해야 하는 애로사항도 있지만 연출력으로써는 아이들의 꾸밈없고 순수함 그대로를 보여주기 때문에 그 매력이 무한한 직업이랍니다. 요즘 방송이나 광고매체들에서 아이들의 비중이 늘고 있는데요, 각각의 개성이 강하고 매력있는 아이들의 이미지에 맞는 섭외 건을 진행하고 촬영까지 무사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소 까다롭고 신경이 많이 쓰이는 직업이긴 하지만 이 직업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는 아이들의 맑은 눈과 순수한 어법 그리고 피로를 단번에 녹이는 애교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Q: 아이들과 일하셔서 동안이신 건가요ㅎㅎ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학부 때 실내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무대 연출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이 직업을 알게 되어 잠깐 하려고 지원을 했는데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되어버렸네요. ^^ 일에서 느끼는 보람도 크지만 힐링받는 느낌이거든요. 순수한 아이들의 동심에 빠져들어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요.
Q: 그렇군요. 주로 어떤 아이들이 오나요?
저희 회사에서는 음악, 연기, 포즈 등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무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교육을 합니다. 때문에 많은 분들께서 연예인 지망생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반반이에요. 요즘 어머님들은 아이들이 남 앞에서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는 교육에 많이 신경 쓰시거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희는 학원이 아니라 회사이기 때문에 들어오기 위해서도 오디션을 봐야 해요.
Q: 아하. 그럼 그렇게 해서 뽑힌 모든 아이들에게 방송/잡지/화보의 출연 기회가 주어지나요?
드라마/영화/광고와 잡지/화보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 달라요. 보통 드라마/영화/광고계에서는 개성과 끼가 있고 말을 잘하는 아이들을 원해요. 말을 잘 못하면 제대로 연출할 수 없다고 생각하죠. 반면에 잡지나 화보 촬영 시엔 외모에 큰 비중을 두죠. 보통 혼혈 아이들이 많이 캐스팅돼요.
Q: 음..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과 일하다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생길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하나는 잡지 화보컷을 찍는 날이었는데 컨셉이 돼지코를 하고 찍는 컨셉이었어요. 근데 5살짜리 여자아기가 자기는 공주라며 돼지코는 절대 할 수 없다고 1시간동안 울고불고 하는거죠. 맨발로 찍는 것도 용납을 못했던지 결국 성인모델이 신던 하이힐을 신고 돼지코는 포토샵의 힘을 빌린 적이 있었어요. 이렇게 아이들은 하기 싫은 게 있으면 끝까지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서 항상 섭외하기 전에 컨셉과 촬영방향을 체크해야 하는 까다로운 부분이 공존하고 있답니다.
또 이건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아니고 인상 깊었던 기억인데… 저희 회사 같은 경우엔 0세에서 19세까지의 아이들을 맡고 있는데 그 중 5세 미만의 아이들은 대부분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고 볼 수 있어요. 보통 6세때부터 자기의사가 생기는데 4세 때부터 화보 일을 시작한 전하람이란 아이가 있어요. 5세 때부터는 스스로 그 일을 즐기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보통 화보 촬영이 길어지면 아이들이 지치곤 하는데 하람이는 5시간이 넘는 촬영 시간에도 지치지 않고, 심지어 포토그래퍼와 스텝들의 기분까지 맞춰주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아이는 아이인지라 한 번 너무 힘들어서 운 적이 있었어요. 그러자 하람이의 어머님께서 “집에 갈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랬더니 글쎄 “나 책임감 있게 끝까지 마칠 테니까 그대신 끝나면 칭찬 많이 해줘야 해”라고 하는 거에요. 예쁘고 말도 잘 듣는 아이인데다 이미 프로의 느낌까지 물씬 풍겨서 가장 애착이 가는 아이들 중 한 명이에요.
▲모델 전하람양
Q: 6살에 ‘책임감’이란 단어를 말하다니. 제가 6살 땐 어땠는지^^ 그런 아이들을 보면 정말 일 할 맛 날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구나 회사를 떠나고 싶거나, 자기가 하는 일에 회의를 느낄 때가 있잖아요? 혜수씨는 어떤 때에 가장 힘이 드나요? 또 반대로 어떤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일이 많아질수록 당연히 회사 매출이 올라요. 그래서 아이들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데 가끔 욕심을 부려 아이들을 혹사 시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을 보면 순수한 마음이 생겨나서 ‘이러면 안되지’하고 마음을 다잡죠.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아무래도 결과물을 눈으로 볼 때에요. TV나 영화관 광고, 또는 백화점을 지나가다가 아는 아이들이 나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Q: 캐스팅 디렉터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께 조언을 한다면? 어떤 분들이 이 직업에 적합할까요?
아이들을 좋아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 잘 다루기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겠죠?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필요한 것 같네요. 촬영장에 내내 붙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원활한 촬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현장의 분위기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아이들 역시 촬영장의 분위기를 타는지라 포토그래퍼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너무 프로페셔널 한 것을 기대하는 경우엔 겁을 먹거나 주눅이 들어서 제대로 촬영에 임할 수가 없어요. 거기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아이들을 컨트롤하고, 아이들의 어머님들을 달래드려야 해요.
Q: 캐스팅 디렉터가 되려면 어떤 분야에 밝아야 하나요?
어느 분야에 밝아야 한달 것 까지는 없지만 늘 요즘 유행하는 애기들 전염병은 뭔지, 가장 인기있는 장난감과 만화는 뭔지 알고 있어야 해요. 어린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의 컨디션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펑크가 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과 대화할 때 말이 통하려면 아이들의 취향을 맞출 수 있어야 하거든요.
Q: 아! 뽀로로 같은거 말씀하시는 거죠?
참고로 요즘 4~6살 짜리 아이들은 뽀로로 유치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대세는 로보카 폴리죠 ㅋㅋ
Q: 그럼 마지막으로 혜수씨가 생각하는 능력 있는 캐스팅 디렉터란?
주어진 역할에 어떤 아이가 적합한지 미리 볼 줄 아는, 한 마디로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며 마냥 예쁘장한 아이들이 나온다고만 생각했던 아역 배우들의 일화에 어른인 저도 배울 점이 있다고 느꼈고, 엄청난 동안미인인 혜수씨는 인터뷰 내내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보여주어 저의 자세까지 가다듬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어인 저까지 혜수씨와 아이들의 밝은 에너지가 팍팍 전해졌던 시간이었습니다. 흔치 않은 직업을 가진 분들을 인터뷰하는 일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지만 사람을 선택하는 캐스팅 디렉터는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느 분을 선택하여 맛점 하실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