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태블릿PC를 종이메모지처럼 척척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면?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곧 실현될지도 모릅니다. 상상을 현실로 바꿔줄 꿈의 신소재, 그 주인공 ‘그래핀’을 오늘 자세히 소개합니다.
#그래핀,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요즘 과학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그래핀(Graphene)이라는 말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그래핀은 Graphite, 즉 흑연과 diene, 한국어로는 이중결합이라는 이 두 가지 용어를 결합시켜 만든 합성어입니다.
이름의 유래에서 볼 수 있듯이 그래핀은 흑연과 연관이 있는데요, 연필심의 주원료인 흑연은 여러 개의 판이 층층이 쌓아져서 만들어진 3차원의 물질로 이러한 층들 중 하나를 분리해놓은 것이 바로 그래핀입니다.
#다이아몬드보다도 강한 그래핀!
보석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최고의 보석 다이아몬드(Diamond)!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문구는 정말 유명하죠?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는 모스굳기 10의,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라고 소개되어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 다이아몬드보다도 단단한 것이 그래핀입니다.
그래핀도 다이아몬드와 마찬가지로 탄소로 이루어진 물질이에요. 이러한 두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소는 같지만 둘의 특성은 차이가 납니다. 강도는 다이아몬드보다 그래핀이 2배나 강하며 강철보다는 200배나 강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이지만 그래핀의 경우 전기가 아주 잘 통하며, 그 정도를 나타내는 전기전도도는 구리의 100배 이상이나 좋고 실리콘보다도 훨씬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또한 열을 전달하는 능력인 열전도도 다이아몬드보다 그래핀이 2배나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의 비밀 단일결합
이러한 차이를 나타내는 이유는 탄소와 탄소를 연결시키는 결합의 차이 때문입니다. 다이아몬드를 이루고 있는 탄소들은 단일결합으로 되어있지요. 이러한 단일결합으로 연결된 다이아몬드는 가장 안정한 형태를 이루기 위해서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사면체가 반복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단일결합의 안정된 형태가 우리 눈에는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운 결정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재미있지요?
그러나 그래핀을 이루고 있는 탄소들은 서로 이중결합이라는 형태로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이중결합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탄소와 탄소를 연결해주는 다리가 두 개가 있는 형태이지요. 따라서 이중결합은 탄소와 탄소를 연결시켜주는 다리가 하나인 단일결합보다 더 강한 결합이기 때문에 다이아몬드와 그래핀의 강도를 비교했을 때 강도가 더 센 것이랍니다.
그래핀의 이중결합의 특징은 또 하나가 있습니다. 이중 결합 즉 두 개의 결합 중 하나를 통해서 전자들이 그래핀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지요. 이 말은 결합이 하나뿐인 다이아몬드는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그래핀은 전기가 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중결합의 반복으로 그래핀은 벌집 구조처럼 육각형이 무한대로 반복하는 모양을 갖게 되지요. 이러한 육각형 구조는 그래핀의 잘 휘어지는 성질을 만들어 줍니다.
#주머니에 척척 접어 넣는 컴퓨터!
그래핀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기본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디스플레이(display) 분야입니다. 기존의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에 많이 사용되는 터치 스크린(touch screen)을 만드는데 쓰이는 투명전극인 산화인듐주석(ITO)은 늘리거나 구부리면 깨지거나 쉽게 전기 전도성을 잃습니다. 그래서 태양전지에서는 충격에 약한 산화인듐주석을 보호하기 위해 튼튼한 외부 케이스를 사용하지요.
반면에 그래핀은 휘어지는 특성뿐만 아니라 전기 전도성이 기존의 소재를 대체할 만큼 좋고 신축성이 좋아 쓸모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응용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입니다. 기존의 단단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갖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종이처럼 접어서 주머니 넣었다가 필요할 때는 펼쳐서 큰 화면으로 볼 수도 있죠.
또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실리콘 또한 잘 깨지는 특성이 가장 큰 단점이었는데요 이를 대체할 소재로 그래핀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뛰어난 그래핀의 전기전도성을 이용하면 그래핀을 이용한 휘어지는 형태의 메모리가 생산될 수 있는데요, 최근 연구에 의하면 비휘발성 메모리를 그래핀을 이용하여 만드는데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이언맨의 슈트와 같은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를 실제로 만들어 볼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환경 문제의 해결에도 쓰이는 그래핀
또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그래핀을 활용하여 독성을 띠는 금속인 비소를 걸러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고 하는데요, 자철석과 산화그래핀을 합치면 비소와 잘 결합하게 되고 이를 이용하여 비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그래핀의 빛을 최대 98%까지 투과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이를 이용한 태양전지를 만드는데,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태양전지의 구성요소들 중에 전극이 필요한데요, 이러한 전극은 전도성뿐만 아니라 태양빛을 잘 투과 시키지 못하면 태양전지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산화인듐주석에 경우 빛을 투과 시키는 정도가 그래핀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어서 그래핀이 산화인듐주석을 대체하기에 적합한 전극 재료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기존의 태양전지에 비해 그래핀을 적용시킨 태양전지의 효율이 1/10수준이어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핀의 선두주자 대한민국
이렇게 다양한 특성을 갖는 그래핀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에서는 연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2005년에는 미 콜롬비아 대학 김필립교수가 기존에는 난제로 알려져 있었던 그래핀의 특수한 성질들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연구진들은 화학증기증착법을 이용해 그래핀을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였는데요, 화학증기증착법은 우리가 스프레이를 이용해 벽면에 염료를 뿌려 색칠하듯이 특정 물질을 증기로 만들어서 표면에 뿌려서 일정하게 붙여내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화학증기증착법을 이용하면 지금까지는 힘들었던 그래핀의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국내 기업들도 그래핀 상용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데요, 한화케미칼에서도 2011년 1월에 탄소나노소재 전문 연구기업인 ‘XG사이언스’의 지분을 인수하여 그래핀을 활용한 응용소재 개발 연구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래핀에 대해서 알아 보았는데요,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그래핀! 이를 이용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영화 속에서만 상상하던 입고 다니는 컴퓨터, 휘어지는 휴대폰등이 현실에 나타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렇게 엄청난 특성을 갖는 그래핀을 지금 직접 만들 수 있다면 믿으실까요?
그래핀을 손수 만드는 과정, 어렵지 않아요~!
1.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셀로판 테이프와 연필, 백지 한장을 준비합니다.
2. 연필의 흑연을 깎아서 종이에 놓으세요
3. 그 위에 셀로판 테이프를 갖다 대면 뭍어나는 검은 물질!
4. 여러분은 바로 그래핀을 추출하셨답니다.^^
*참고
꿈의 나노 물질 그래핀, 전자산업 패러다임을 바꾼다, 김형자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아시나요?, 사이언스타임즈
그래핀의 합성, 물성 및 소자응용 기술, 한국전자통신연구원